글로벌 증시 시가총액 1조8000억달러 증발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국제통화기금(IMF)이 자산 가치 급락에 홍역을 치르는 이머징마켓에 쓴소리를 냈다.
외풍에 시달리는 악순환에서 벗어나려면 글로벌 환경에 적합한 경제 펀더멘털 측면의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는 얘기다.
(출처:AP/뉴시스) |
31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IMF는 이머징마켓에 이번 금융시장 혼란과 관련, 조속하고 강력한 대응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이번 이머징마켓의 통화 및 자산 가치 하락에 대해 명백한 원인을 지목하기는 쉽지 않지만 분명한 사실은 다수의 신흥국이 선진국의 부양책 축소 및 상품 가격 하락, 성장 둔화에 무방비 상태라는 것이라고 IMF는 지적했다.
특히 신흥국의 중앙은행은 글로벌 유동성 여건에 빈틈없는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IMF의 이 같은 주장은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두 번째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를 단행한 한편 이머징마켓의 최근 혼란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인 데 이어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연준의 부양책 축소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머징마켓의 위기 상황이 장기화되거나 반복해서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로 풀이된다.
1월 중국 제조업 지표 악화 및 연준의 테이퍼링 이후 전세계 증시에서 증발한 자금은 총 1조80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주요 이머징마켓 정책자들은 선진국의 과격한 행보에 대해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한 공조에 대해 고려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특히 터키를 포함한 일부 신흥국 중앙은행이 과감한 통화정책 대응에 나섰지만 투자자들의 ‘팔자’가 진정되지 않자 선진국에 화살을 돌리는 모습이다.
인도의 라구람 라잔 중앙은행 총재는 “국가 간 통화정책 공조가 사실상 깨졌다”며 “선진국이 시장 혼란을 바로잡기 위해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경기 상황만을 고려한 통화정책에 치중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빌 로즈 윌리엄 로즈 어드바이저 대표는 신흥국 자산 가치 급락이 연준의 테이퍼링과 깊은 연관을 갖는다고 판단했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이머징마켓 부채위기의 채무조정에 앞장섰던 그는 “이번 사태는 연준이 테이퍼링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 잠재됐던 리스크”라며 “양적완화(QE)로 유동성 공급이 늘어났을 때 이머징마켓이 봤던 반사이익이 이제 상반되는 효과를 내는 셈”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