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가 만들어진 뿌리를 배워야
[세종=뉴스핌 곽도흔 기자] 박근혜 정부가 지난해에는 '창조경제 강국'이라며 이스라엘을 배우자고 하더니 올해는 스위스 배우기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그 나라의 제도가 그렇게 만들어진 뿌리는 보지 않고 결과물인 꽃만 본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8일부터 22일까지 스위스를 국빈 방문해 스위스의 직업훈련제도를 벤치마킹하기로 하고 교환프로그램을 만들기로 했다.
이에 정밀기계 분야에서 우리 학생들이 스위스의 우수한 기업현장에서 직업교육을 받을 수도 있게 됐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난 13일 브리핑에서 "스위스는 우리가 배울 점이 굉장히 많다"며 "창조경제의 입장에서 협력해야 될 부분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직업과 교육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느냐, 이런 인력들을 갖다 산학협력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느냐 이런 것들을 대통령이 직접 현장을 보고 산학협력 MOU 같은 것들을 추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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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를 국민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오전(현지시각) 베른의 상공업 직업학교를 방문, 학생들의 실습교실을 참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
마침 대통령이 스위스를 방문하는 기간 동안에 맞춰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0일 '닮은 듯 너무 다른 한국과 스위스'라며 스위스와 비교하는 자료를 내놨다.
전경련은 스위스는 대학진학률이 29%에 불과하지만 인적자원경쟁력은 1위이고, 우리나라는 대학진학률이 71.3%로 스위스의 2배가 넘지만 인적자원경쟁력은 28위라고 지적했다.
또 관광경쟁력이 스위스가 1위라며 융프라우 산악열차를 예로 들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10년째 케이블카 설치가 좌초중이라고 강조했다.
전경련이 따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설악산 케이블카가 자연훼손 가능성을 이유로 환경단체들이 반대하는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국제노동기구 선임연구원으로 스위스 제네바에 체류중인 이상헌 박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 정부의 스위스 배우기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이 박사는 "스위스는 중학교부터 기술학교와 대학반으로 나뉘어서, 대부분이 사춘기 때부터 차근차근 기술을 배워가고 대학진학 비율은 낮다. 그래도 월급 차이는 그다지 나지 않는다. 기술학교 나오고 잘 먹고 잘산다"며 "안타깝게도 뿌리는 보지 않고 꽃만 본다"고 설명했다.
스위스의 경제적 성공과 사회적 안정성의 원천은 고급 기술전문가를 키워내는 직업훈련 제도지만 고졸과 대졸의 연봉차이가 우리의 현실과는 맞지 않다는 주장인 셈이다.
한 연봉사이트에 따르면 최근 고졸 신입사원에 대한 급여조건이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4년제 대졸 신입사원 임금평균은 월 240만원 정도이며, 고졸 신입사원 임금평균은 월 185만원 정도로 55만원 가량 차이가 난다.
이 박사는 "꽃을 서로 교환하자고 하는데, 그런다고 해서 한국에서 스위스의 ‘꽃’을 피울 수 없다. 겉으로 보이는 현상이나 기술만 수입해서는 안 된다. 그 기술이 태어난 사회제도라는 토양을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관계자는 "새로운 정책을 만들 때는 항상 외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한다"며 "당연히 나라별로 제도 등이 다르기 때문에 바로 적용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아이디어 차원에서도 큰 도움이 된다"는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곽도흔 기자 (sogoo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