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로 유동성 급증…금융 안정성 우려도 부각
[뉴스핌=노종빈 기자] '노숙자 쉼터'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채권 상품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최근 미국에선 노숙자 쉼터는 물론, 워터파크 리조트나 데이터센터 등 비전형적 담보물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상업용모기지담보증권(CMBS) 발행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 AP/뉴시스> |
장사가 되다보니 은행들은 물론 비금융권 업체들까지도 새로운 형태의 CMBS 발행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시장분석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해 CMBS 발행은 1020억달러(약 108조원)까지 늘어났다. 이는 지난 2012년 발행물량보다 15.6%나 크게 증가한 것으로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하지만 급증한 발행량 때문에 발행 기준이 헐거워지거나 새로운 형태 출현에 따른 대출 안정성 우려도 부각되고 있다.
씨티그룹이 137개 상업용 모기지 대출을 묶어 증권화한 CMBS 상품 가운데는 심지어 노숙자 쉼터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
씨티그룹의 CMBS 기초자산에 포함된 대출상품 가운데는 맨해튼 인근 고급 패션거리인 첼시 지역에 위치한 노숙자 쉼터에 제공된 대출도 포함돼 있다.
이 채권은 지난해 대출이 처음으로 실행됐으며 그 이전에는 기록이 존재하지 않았다.
키스 코큰마이스터 크롤채권평가 이사는 "투자할 만한 물건은 부족하나 이를 원하는 수요가 많은 경우 자연히 비전형적 담보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며 "이 경우 모든 물건을 제각각의 기준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투자은행 켄터피츠제럴드의 CMBS 상품도 다양한 대출들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는 아프리카를 테마로한 워터파크 체인업체 칼라하리리조트에 제공된 대출이나 금융회사 사무실에서 지금은 데이터센터 용도로 탈바꿈한 웨스턴유니언빌딩 등도 포함하고 있다.
이처럼 CMBS 발행기관 측에서는 다양한 비전형적 자산에 대한 상품개발을 추구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금융위기 이전의 대출 관행이 재현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특정 자산의 미래 수익가치나 사업성 분석을 기준으로 한 프로포마 증권 발행도 재현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발행주체는 증권을 발행하면서 대부분 실제보다 낙관적인 사업성을 기초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릭 톰슨 크롤채권평가 이사는 "발행기관마다 각각 수익성 분석에 대한 관점이 다를 수 있다"며 "하지만 공통된 점은 임대나 사업을 통한 수익성 분석이 부적절하거나 기존 시장평균보다 높은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금융위기 이전에 인기를 누렸던 기초자산은 없이 이자만 지급하는 채권의 발행도 다시 나타나고 있다
한 모기지 대출 브로커는 "이자만 지급하는 채권의 발행도 늘고 있다"면서 "역시 강력한 경쟁이 나타나고 있고 발행기관의 지급보증이 제공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상업 대출시장에 금융업체가 아닌 사업자들도 뛰어들면서 은행들의 수익률 마진 확보를 위해 공격적으로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고 풀이했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