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MB, 국내 5대 증권사 보다 훨씬 커
[뉴스핌=한기진, 이에라 기자] 한국판 IB(투자은행) 후보의 규모는 아시아에서 어느 정도 위치일까? 경제규모가 큰 일본과 중국을 제외하고 따졌을 때다. 세 번째쯤? 현실은 말레이시아 최대 투자은행(IB)인 CIMB(자산 120조원·지난해 말 기준)에도 못 미친다. IB후보로 5대 증권사인 우리투자증권(29조원), KDB대우증권(27조원), 현대증권(18조원), 삼성증권(20조원) 등보다 훨씬 크다. 이쯤이면 한국판 IB 모델로 자주 거론되는 골드만 삭스와 비교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CIMB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약 5년여 동안 적극적인 인수·합병M&A를 발판으로 연평균 21%씩 성장하며 아시아 1위(일본 제외) IB가 됐다. M&A로 규모를 키웠기 때문에 IPO(기업공개), 기업여신, 주식 위탁매매, 채권, 에쿼티(equity) 투자 등 업무 확대가 가능했다.
말레이시아에 조차 아시아 1등 IB를 빼앗긴 금융당국으로써는 마음이 편할리 없다. 박근혜 정부 금융투자업 발전방안의 지향점도 증권사 간 인수합병(M&A)을 촉진해 종합증권사(한국판 IB)를 만들기로 한 것도 당국의 절박한 심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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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금융지주가 우리투자증권 인수를 마무리하거나 현대증권, KDB대우증권 M&A가 제대로 된다면 금융당국의 바램이 서서히 실현된다고 볼 수 있다. 김기범 KDB대우증권 사장은 “이미 알려진 증권사간 합병이 실현되면 국내 최대자기자본을 가진 증권사가 현실화될 것이며 새로운 강자들이 출현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투증권과 NH농협증권을 합치면 자기자본이 4조3000억원대로 증가해 3조원대의 나머지 '빅4' 증권사를 따돌릴 수 있다.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이 올해 증권사인수를 추진키로 하면서 더 큰 증권사도 탄생할 수 있다. 그룹 자산규모 300조원에 걸맞는 매물은 눈높이를 최대한 낮추면 동양증권이고 기본적으로 현대증권, KDB대우증권에 관심 있는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금융업은 자본을 기본으로 레버리지를 일으켜 이익을 얻는 산업이다. 그래서 규모가 클수록 다양한 사업은 물론 수익도 커진다.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해외건설, 플랜트 수출에 맞춤형 금융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에도 규모가 커야 참여할 수 있다.
금융위가 다양한 M&A 인센티브와 영업이 부진한 증권사의 퇴출을 유도키로 한 것도 이런 금융업 속성을 알기 때문이다.
증권사 개수를 현재 62개에서 대폭 줄이고 대형사를 출현하는 정책 방향은 감독 사각지대를 막고 소비자보호라는 측면에서도 지지를 받고 있다.
사주의 명령에 휴짓조각이 될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판 동양증권이나 선물옵션 주문 실수로 문을 닫을 처지에 놓은 한맥증권 모두 증권사 난립에 따른 감독부실이라는 지적이다.
금감원 금융투자검사국 관계자는 “동양증권 사태 조사하는데도 검사인력이 모두 투입되기 때문에 다른 증권사 검사는 미뤄질 수밖에 없는 한계점이 생겼다”고 했다. 한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한맥증권처럼 기본적인 주문실수 예방 시스템조차 갖추지 않은 것은 사주가 금융 안정성에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빅5나 비슷한 규모의 증권사를 제외하면 M&A가 쉽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정부 정책도 3년은 보고 내놓은 것으로 일단 지켜보고 M&A 성공 여부를 이야기해야 한다”면서 “정책과 규제 완화의 흐름이 업계가 활력을 갖도록 돕는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