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타 탄생, 희망과 현실엔 큰 차이 존재해
[뉴스핌=정경환 기자] 대형 IB(투자은행) 출현을 알리는 개정 자본시장법이 시행된 지도 어느덧 반년이 가까워 오고 있다. 하지만, 국내 IB들이 글로벌 IB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그 날이 과연 올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인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금융산업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각과 규제 중심의 정책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 8월 시행된 개정 자본시장법은 자기자본 규모 3조원이 넘는 대형사에 새로운 사업 영역을 열어줬다. 기업 신용 공여를 비롯해 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PBS)를 제대로 할 수 있게 되는 등 본격적인 IB 출현이 가능해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에서도 골드만삭스같은 글로벌 IB가 당장이라도 생겨날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지만, 이제는 우선 맥쿼리를 롤모델로 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그 톤이 낮아지고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지난해 9월 "한국에서 골드만삭스는 100년이 지난 뒤에야 나올 수 있다"며 "신흥국을 주로 공략하는 맥쿼리가 굉장히 많은 수익을 보고 있어 이를 참고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맥쿼리는 골드만삭스나 도이치방크, J.P.모간 등 선진국 시장을 주 무대로 한 다른 글로벌 IB들과는 달리 신흥국이나 틈새 시장을 공략해 크게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로 인해 자본력이나 역량 면에서 크게 뒤쳐지는 우리 IB들이 나아가야 할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는 게 그 골조다.
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실 송민규 박사는 "우리나라도 대형 IB가 나와서 대형 IB업무를 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며 "아직은 자본 등의 규모를 감안했을 때 자신하긴 어렵지만, 맥쿼리에서 시작해 골드만으로 나가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현실이 그리 녹록치 않다는 데 있다. 골드만에 비해서 작을 뿐이지 현재로선 맥쿼리 역시 우리가 꿈꾸기엔 너무 벅찬 존재이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대형 IB는 작년에야 겨우 론칭(Launching)한 수준으로, 자본력과 트랙 레코드(Track Record:실적) 등에서 갈 길이 아주 멀다"며 "골드만삭스는 물론 맥쿼리도 우리 IB들의 롤모델이 될까 회의적인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자본력이 골드만삭스같은 글로벌 대형 IB의 3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우리 증권사들로서는 맥쿼리를 목표로 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말이다.
한 증권사 IB 관계자는 "맥쿼리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국내 증권사들 해외 사업 철수하는 상황인데, 증시 불황 탓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IB 역량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규모나 역량 이전에 금융산업에 대한 시각 자체가 먼저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우리 증권사들도 투자은행으로 가야한다는 것은 분명 맞다"면서 "다만, 자본 규모나 IB 역량보다는 금융에 대한 마인드 자체가 잘못돼 있어 우리나라에서는 글로벌 IB 출현은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일례로 맥쿼리가 우리나라에 와서 지하철이나 공공사업에서 이익을 많이 봤는데, 그를 두고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론스타 경우처럼 먹튀라는 시선으로 이상하게 본다는 것이다. 거기다 금융당국은 인사와 규제 권한을 쥐고 흔드며 IB들로 하여금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할 수 밖에 없게끔 만들고 있다.
앞선 증권사 관계자는 "글로벌 IB들이 그 위치까지 간 데에는 인적, 물적으로 어마어마한 투자가 있었다"며 "그런 투자에 대한 결단이나 그 결과를 기다려 줄 인내는 생각하지 않고 글로벌 IB를 롤모델로 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일갈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