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기락 기자]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SK그룹 횡령 사건의 핵심 공범으로 기소된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에 대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 김 전 고문의 기획입국설을 부인하고 나섰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설범식) 심리로 열린 김 전 고문에 대한 공판에서 검찰은 김 전 고문의 공모 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증인으로 출석한 최 회장을 추궁했다.
검찰은 김 전 고문이 체포될 당시 최재원 부회장이 동행하고 있었던 점을 근거로 SK측이 김 전 고문에 대한 정보를 경찰에 제공하고, 이를 통해 강제송환이라는 방법으로 기획입국 시키려는 것 아니냐며 캐물었다.
검찰은 “최 회장 본인 혹은 SK측 관계자가 김 전 고문의 소재를 대만 경찰에 제보해 체포되도록 한 것 아니냐”고 질문했다.
최 회장은 “아니다”며 “김 전 고문의 귀국을 추진하지 않았고, SK 관계자로부터 그런 말을 들어본 적도 없다”고 일축했다.
검찰은 또 김 전 고문 측이 한국으로 송환된 뒤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최 회장 측이 정보를 경찰에 흘려 강제송환됐다고 주장했던 점을 언급하며 “이 같은 주장을 통해 기획입국이 아닌 것처럼 위장하려 했던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당시 나는 구치소에 있었고 체포 사실은 언론을 통해 알게 됐다”며 “김 전 고문에 대한 귀국 문제를 협의한 사실이 없고, 아는 바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이어 “지난해 6월 이후 김 전 고문과 연락한 적이 없다”며 “수사기록 및 공판기록 등을 김 전 고문에게 제공하거나 관련 내용을 알려준 사실은 없다”고 부연했다.
이날 최 회장은 검찰과 변호인의 심문에 적극 대처하면서 465억원 펀드 투자금 횡령 혐의에 대해 억울하다고 진술했다.
최 회장은 공판 마지막 발언 기회를 얻고, “후회스럽고 부끄러운 일일 수 있겠지만 너무 억울한 정황이 있다”며 “펀드를 통해 전체 투자에 문제가 생길 만한 일을 제가 과연 했을까요”라며 반문했다.
그는 또 “저는 제 이름을 하나님 앞에 맹세한다. 횡령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진술을 끝냈다.
김 전 고문은 이날 4시간 이상의 공판 내내 고개를 숙이는 등 전날 공판에서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에게 따져 묻는 것과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앞서 최 회장은 SK 계열사가 베넥스에 출자한 465억원의 펀드 투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1심과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다음 공판은 오는 23일 오후 2시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