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이 SK그룹 펀드자금 배임·횡령 혐의 관련 첫 공판에서 "개인 현금성자산이 충분해 범행을 저지를 동기가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는 최태원 SK 회장과 같은 논리이다.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부장판사 설범식) 심리로 진행된 제 1차 공판에서 김 전 고문은 2008년 10월 사건 당시 자금 여력이 충분했다고 강조했다.
변호인 측은 “범행에는 동기가 필요한데, 김 전 고문은 9월까지 매월 95억원을 보험료로 납부해왔고 10월에는 10억원 증액한 105억원을 납부했다”며 “당시에 이미 현금성자산 167억원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은 일시적으로 납입이 지체되더라도 해약되지 않는데, 오래 쓸 수 없는 펀드자금 450억원을 처벌까지 무릅쓰고 유용할 이유가 없다”며 “당시 최 회장이 현금담보충당용 자금조달이 힘든 상황이었음에도 계열사 자금을 횡령해 개인 투자금을 보낸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않다”고 지적했다.
즉, 김 전 고문이 최 회장과 펀드자금 유용을 고민할 이유가 없고 검찰의 공범 혐의 자체가 성립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에 검찰은 “김 전 고문은 최 회장에게 SK그룹 계열사의 자금을 펀드에 투자하도록 단초를 제공하고 이를 최종 소비한 만큼 형사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며 “김 전 고문 등은 형사 책임을 피하기 위해 오락실 사건에서나 나오는 바지를 내세워 회피 방법을 강구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김 전 고문에게 두고 있는 혐의는 최 회장이 받고 있는 배임·횡령 혐의의 연장선상이다. 최 회장과 함께 펀드자금을 인출하기로 마음먹고 펀드를 조성한다는 구실로 450억원을 횡령했다는 것. 이미 이같은 혐의로 최 회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4년, 동생 최재원 SK 수석부회장은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은 바 있다.
때문에 김 전 고문의 이같은 주장은 사실상 최 회장 형제가 주장해온 ‘범행 동기가 없다’는 주장과 일맥 상통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 회장이 주장해온 ‘펀드자금 횡령은 김준홍 전 대표와 김 전 고문의 개인적 거래’라는 주장은 김 전 고문의 핵심 주장이기도 하다.
변호인 측은 이날 “김준홍 전 대표는 김 전 고문이 워커힐 회장을 준비하던 당시 만난 임원으로 개인 선물옵션을 도와달라고 해 약 225억원을 차용했던 거래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검찰은 SK그룹 펀드자금 횡령 혐의로만 김 전 고문을 기소한 상태지만 향후 추가 기소를 암시하기도 했다. 검찰 측은 이번 건 외에도 김 전 고문의 추가 횡령 및 최 회장 등에 대한 사기 혐의를 조사중이다.
그동안 최 회장이 사기사건 고발 건에 대해 협조를 하지 않았지만 최근 검찰 조사에 응하기 시작한 만큼 향후 공소장 변경 등을 통한 추가 기소의 가능성도 열려있는 상태다.
다음 2차 공판에는 김준홍 전 대표가 증인으로 소환될 예정이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