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평균보다 낮아…거품 '위험'은 존재
[뉴스핌=주명호 기자]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경기회복에 일조했던 영국 주택시장이 이제는 '거품'우려에 휩싸였다. 영국 정부 및 중앙은행 또한 이를 의식해 가격 억제를 위한 방책을 잇달아 내놓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불안감이 과장됐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오히려 다른 국가들의 주택가격 상승세에 비하면 영국의 상승 수준은 적절하다는 평이다.
2013년 3분기 기준 주택가격 상승률 순위. [출처 : Knight Frank] |
부동산 조사업체 나이트 프랭크가 내놓은 '세계 주택가격지수(Global House Price Index)'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영국 주택가격 상승률(12개월)은 4.3%를 기록해 전체 55개 대상국 중 25위를 차지했다. 전체 평균 상승률인 4.6%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반면 두바이, 중국, 홍콩 등은 이보다 훨씬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상승률 1위인 두바이의 경우 같은 기간 주택가격이 28.5%나 폭등했으며 중국은 21.6%(2위), 홍콩은 16.1%(3위)를 기록해 뒤를 따랐다. 선진국 중에서는 독일과 미국이 11.2%의 상승률을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투자업체 IP글로벌의 팀 머피 CEO는 이를 근거로 영국의 주택가격 거품 논란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가격 상승은 런던 지역의 공급 및 수요가 활성화됐기 때문"이라며 거품 우려를 일축했다.
작년 영국의 주택가격 상승률은 4.3%를 기록했다. 런던 주택가격은 같은 기간 10% 상승세를 보여 거품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머피 CEO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주택가격은 10년마다 2배씩 상승해왔다"며 현 수준이 안정적이라고 주장했다.
런던의 주택가격 급등은 외국인 구매자의 급증이 늘면서 공급량이 부족해진 까닭이다. 나이트 프랭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런던 주택 구매자 중 외국인의 비중은 49%에 이른다. 머피는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며 "상대적으로 세제 혜택이 높아 외국인들의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나이트 프랭크의 리암 베일리 주택리서치부문 글로벌대표도 런던 주택시장에 대한 '거품' 우려가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평했다. 그는 "런던 주택가격 상승률이 평균보다 높은 것은 고가주택이 위치한 중심부가 아닌 주변부 주택들의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라며 거품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런던 중심부인 '프라임 센트럴 런던'의 올해 주택가격 상승률(11월 기준)은 6.9%로 최근 4년 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다만 현 추세가 계속해서 지속된다면 '거품'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고가주택 전문 부동산 업체 존 테일러의 데이빗 아담스 이사는 "정부 정책으로 주택수요가 공급을 과도하게 초과한 상황"이라며 거품 위험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영국 정부는 주택시장 활성화를 위해 주택구매지원책(Help to Buy; 60만 파운드 이하 주택 구매시 가격의 20%를 무이자 대출해주는 프로그램)를 실시하고 있다. 영란은행(BOE)도 대출펀딩(Funding for Lending)을 통해 저금리 대출을 지원해왔지만 최근 거품 우려가 커지면서 이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한편, 지난 9일 마크 카니 영란은행(BOE) 총재는 뉴욕에서 강연을 통해 당분간 금리인상은 없을 것이라면서, 주택시장에 대한 대응은 금리가 아닌 다른 수단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외국인 주택투자에 대한 과세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카니 총재의 발언은 영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고 부동산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인 가운데, 선진국들 중 가장 먼저 긴축정책으로 전환하는 곳이 BOE가 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는 와중에 나온 것이다. 앞서 카니 총재는 2015년 정도에 금리인상을 개시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주명호 기자 (joom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