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규모는 소폭…적재적소 중용
[뉴스핌=이강혁 기자] 삼성그룹이 2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8명의 사장 승진 내정자를 발표했다. 박근희 삼성생명 부회장이 삼성사회공헌위원회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등 이동·위촉업무 변경도 8명 규모로 이루어졌다.
이번 사장단 인사의 키워드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강조점인 '성과 보상'과 '혁신 전파'에 맞춰졌다. 사장 개개인의 역할에 따라 조직 전체의 변화가 좌우된다는 측면에서 그룹 전반적으로 혁신을 전파하기 위한 전문가의 적재적소 중용이 눈에 띈다. 다만 인사 규모는 소폭 수준에 그쳤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 3세경영 체제의 맞춤형 인사도 무게감이 크게 줄었다. 소위 그룹 내 '이재용 사단'으로 평가받을 경영진의 발탁 인사 역시 찾아볼 수 없다. 윤주화 제일모직 패션사업총괄 사장이 이서현 사장과 함께 삼성에버랜드로 이동하지만 이는 사실상 예견된 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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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DNA 전파..전문가 적재적소 중용
사장 승진 내정자의 면면을 보면 8명 중 5명이 삼성전자 소속이다. 김영기(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장), 김종호(삼성전자 세트제조담당 겸 무선사업부 글로벌제조센터장), 조남성(제일모직 대표이사), 원기찬(삼성카드 대표이사), 이선종(삼성벤처투자 대표이사) 등이 삼성전자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며 새로운 업무에 투입됐다.
이인용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은 "성과있는 곳에 보상있다는 성과주의 인사를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삼성디스플레이 박동건 부사장이 대표이사 사장을 맡게된 것도 그가 반도체 공정개발과 메모리·LCD(액정표시장치) 제조 등을 두루 경험한 부품 전문가라는 점에서 내부 승진을 통한 차세대 디스플레이 사업의 지속적인 성장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금융 등 실적부진과 글로벌화가 상대적으로 지지부진한 계열사에는 삼성전자의 혁신 DNA를 심겠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 금융에서도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나와야 한다는 게 평소 이 회장이 주문하던 현안이다.
조 사장, 원 사장, 이 사장 등 승진자들은 삼성전자의 혁신 DNA 보따리를 가지고 제일모직, 삼성카드, 삼성벤처투자로 향했다. 특히 경영상황이 좋지 않은 계열사에 투입되면서 구원투수 역할을 해온 최치훈 삼성카드 사장이 삼성물산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도 이런 측면으로 이해된다.
이와 함께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은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삼성에버랜드 사장으로 가면서 경영권 승계를 위한 롤과 패션 브랜드의 신성장을 책임진다.
이인용 사장은 "삼성전자의 성공경험 전파를 통한 사업 일류화를 추진하고 사업재편, 신성장동력 확보 등 혁신을 선도할 참신한 인물을 중용했다"고 말했다.
◆박근희 퇴진 등 금융 인사교체..전동수, SDS행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벤처투자 등 금융계열사 4곳의 CEO가 한꺼번에 교체됐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번 사장단 인사의 핵심이 어찌보면 부진에 대한 문책의 성격으로도 읽히는 대목이다.
삼성 내 6곳의 금융계열사 중 삼성증권, 삼성자산운용 두곳 CEO는 이번 교체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올해 구조조정이 강도높게 진행된 바 있고 수시인사가 자리잡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
반도체 전문가인 전동수 삼성전자 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을 삼성SDS 대표이사 사장으로 발령한 것도 이런 측면에서 눈길을 끈다. 전 사장이 어느 자리에 가도 충분한 역량을 발휘하는 CEO라고는 하지만 올해 잦은 구설수로 삼성 주변의 평가는 긍정적이지 못했다. 전 사장의 자리에는 삼성디스플레이 김기남 사장이 투입됐다.
또한 삼성은 매년 2명씩의 부회장 승진인사를 단행했지만 이번에는 단 한명의 부회장 승진이 없었다. 삼성 주변에서는 삼성전자의 윤부근 CE부문 대표이사 사장과 신종균 IM부문 대표이사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의 부회장 승진 가능성을 예측하기도 했었다.
이와 관련, 이인용 사장은 "삼성전자 이외에는 괄목할만한 회사가 없었고 전자의 경우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는데 평균 7~8년이 걸리는데 현재 시니어 사장단이 사장이 된지 4~5년차이라서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3세경영 밑그림..이재용 부회장 권한 커질 듯
이번 인사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 3세경영 체제의 맞춤형 인사는 없었다. 그룹 내 '이재용 사단'으로 평가받을 경영진의 발탁 인사는 찾아볼 수 없고, 이서현 사장을 보좌하기 위해 윤주화 제일모직 사장이 삼성에버랜드로 옮겨가는 정도다.
다만 이서현 사장이 승진과 함께 삼성에버랜드 이동하면서 사실상 삼성가 3세경영 체제의 구도는 밑그림이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 관계자는 "이부진 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담당 사장은 삼성에버랜드 전체 사업을 총괄하는 그림이고 이서현 사장은 패션사업을 독자적으로 운영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부진 사장의 남편인 임우재 삼성전기 부사장과 이서현 사장의 남편인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사장도 이번 인사에서는 빠졌다.
그동안 고속승진을 해온 만큼 한박자 쉬어가자는 의미가 있을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삼성전기나 삼성엔지니어링 모두 성과가 썩 좋지 않아 승진시키기에는 부담이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는 애초 이번 인사에 크게 상관이 없다. 하지만 앞으로 있을 조직 개편을 통해 경영 권한의 폭과 깊이가 더욱 확장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희 부회장과 정연주 부회장 등이 사실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부회장단 규모가 줄어든 만큼 이 부회장의 그룹 대내외 부회장 롤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
한편 이날 사장 승진 예정자의 평균 연력은 54.3세로 지난해 55.3세보다 1살이 더 어려졌다. 또한 전체 사장단 평균 연령 역시 지난해 58.3세에서 57.7세로 더 젊어졌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