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세혁 기자] 리들리 스콧과 코맥 맥카시가 ‘카운슬러’를 합작한다는 소식에 영화팬들은 열광했다. 누구나 인정하는 두 사람이 한 작품을 만든다니 그야말로 사건이었다. 더구나 ‘카운슬러’에는 마이클 패스벤더와 페넬로페 크루즈, 하비에르 바르뎀, 카메론 디아즈, 브래드 피트 등 톱스타가 총출동했다.
영화 ‘카운슬러’가 관심을 모으는 요소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세계를 전율케 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원작자 코맥 맥카시가 처음으로 소설이 아닌 시나리오를 선보인다는 점이 가장 이슈였다. 이미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소름끼치는 연기력을 보여준 하비에르 바르뎀의 출연 역시 기대를 더했다. ‘셰임’에서 명품연기를 보여준 마이클 패스벤더의 참여도 호재였다.
멕시코를 배경으로 한 ‘카운슬러’는 탐욕에 빠진 변호사(마이클 패스벤더)의 몰락을 그린 스릴러다. 주인공은 연인에게 3.8캐럿 다이아몬드반지를 선물할 만큼 통이 크지만 실상은 돈줄이 마른 상태. 결국 사업가 라이너(하비에르 바르뎀)의 제안으로 마약거래에 발을 들이지만 2000만 달러나 되는 마약이 사라지면서 위기에 빠진다.
맥카시는 사회의 극히 어두운 단면을 잔인하리마치 현실적으로 묘사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그의 소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코엔 형제의 신들린 연출과 만나 괴물 같은 영화로 완성됐다. 하지만 아쉽게도 리들리 스콧과 그의 궁합에 영화팬들의 반응은 어째 심드렁하다.
문제는 전개가 아닐까 한다. 맥카시의 각본대로라면 얼마든 영화는 관객의 숨통을 쥐락펴락할 수 있었다. 거장들의 숨 막히는 스릴러를 기대했던 관객이라면 러닝타임 가운데 절반가량을 지루함과 싸워야할지 모른다. 좋은 각본에 배우들의 연기도 괜찮지만 늘어지는 전개가 아쉽다. 시시각각 죽음을 몰고오는 마약상과 궁지에 몰린 주인공의 연기에서 스릴이 느껴지지만 그나마 전개 탓에 폭발하지 못하고 맥없이 흩어져버린다.
다만 생각해 보면, 반대로 이런 전개가 반가운 관객도 있지 않을까 싶다. 틀에 박힌 스릴러에 식상한 영화팬이라면 ‘카운슬러’는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올 수 있다. 누가 또 알겠는가. 리들리 스콧 감독이 루즈한 전개를 택한 것이 의도인지. 워낙 속을 알 수 없는 그의 판단이 노림수인지 실수인지는 오직 관객이 판단할 몫인 듯하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