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강소연 기자] 눈이 마주치자 들고 있던 기타를 내려놓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녕하세요” 생각보다 훨씬 차분한 목소리였다. 어쩐지 청순함보다는 베일에 싸인 도도한 여배우의 이미지가 먼저 다가왔다.
영화 ‘결혼전야’ 속 배우 이연희(25)를 만났다. 인터뷰를 기다리던 자투리 시간에 취미로 배운 기타실력을 뽐내고 있었다. 기타를 즐겨치냐는 인사에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결혼전야’는 영화 ‘순정만화’(2008) 이후 5년 만에 이연희가 선택한 스크린 복귀작이다. 하지만 연기하는 그의 모습이 영 낯설지는 않다. 영화를 하지 않았던 지난 5년 동안 이연희는 꾸준히 드라마로 대중을 만나왔다.
“일부러 드라마만 한 건 아닌데 우연히 그렇게 됐네요. 시기가 맞아 드라마는 1년에 한 작품씩 했죠. 그러다 보니 영화를 한 지 5년이란 시간이 지나버렸어요. 좀 오랜만이라 놀랍기도, 새롭기도 하죠. 분량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제 나이 또래에 할 수 있는 역할이라 좋아요. 아마 저의 성숙한 면을 볼 수 있을 거예요.”
극중 이연희는 가슴 설레는 사랑을 꿈꾸는 네일아티스트 소미를 연기했다. 연애 7년 차. 가족같이 편한 사이가 된 원철(옥택연)과 결혼하기로 했지만 더이상 설레지 않는 감정에 혼란스러워한다. 실제로 장기간 연애를 해본 적이 없기에 이연희는 나름의 공부(?)를 해야 했다.
“다양한 영화를 보면서 역할이나 둘 사이의 갈등을 연구했죠. 감독님, (옥)택연이와 대화도 많이 했고요. 주로 7년 차 커플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했죠. 풋풋한 커플과 다른 편안한 친구사이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택연이랑도 친하게 지내려 노력했죠. 처음 보자마자 ‘동갑이니까 편하게 말 놓을게’하고 친숙하게 다가갔어요. 7년 차 연인인데 서먹하면 안되니까 급속도로 다가갔죠(웃음).”
영화는 결혼을 앞둔 남녀가 겪는 심리적 불안 현상인 ‘메리지 블루’를 소재로 했다. 이연희·옥택연을 포함해 갖가지 문제(?)를 가진 예비부부 네 쌍이 등장한다. 이제 겨우 20대 중반. 결혼을 진지하게 떠올린 적도, 고민할 일도 없었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결혼에 대해 이것저것 생각하게 됐다.
“좀 신중해졌죠. 결혼은 서로 맞춰가는 건데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잖아요. 서로 맞추기 힘들 바에 결혼을 하지 않는 게 낫겠다 생각해요. 근데 또 사람이 살아가는 데 혼자는 힘드니까 그때는 결혼해야겠다 싶죠. 혼자가 더 편한 거 같다가도 외로울 거 같고 왔다 갔다 해요(웃음). 또 만일 결혼을 한다면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할까 고민이죠. 좀 더 좋은 사람, 부족한 면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이왕이면 코드도 잘 맞고요.”
차기작 이야기를 나누다 가만히 그의 필모그래피를 곱씹어봤다. 최근 촬영이 들어간 드라마는 물론 ‘구가의 서(2013)’ ‘유령(2012)’ ‘파라다이스 목장(2011)’까지. 이름 앞에 따라오는 ‘청순’이란 수식어를 부정이라도 하듯 지난 몇 년간 당찬 캐릭터만 줄곧 맡아왔다. 청순하지 않은 역만 연기하는 게 의도냐는 질문에 시원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사람들이 기존에 생각하는 게 아닌 저의 다른 면을 보여주고 싶었죠. 의외지만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 해주는 분들이 있어서 재밌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스스로에 대한 도전이죠. 본래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가는 연기는 쉬워요. 하지만 어느 순간 그러면 안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요즘엔 다양하게 이것저것 많이 하려고 해요. 그러다 보면 이연희란 배우로 딱 서겠죠. 그렇게 저를 만들어 가고 싶어요. 나중에 스스로를 바라봤을 때 뚝심 있는 배우, 무게 있지만 다가갈 수 있는 편안한 배우가 되고 싶죠. 생각만 해도 멋있네요(웃음).”
“성공보단 행복이 중요하죠”
‘더 좋은 연기를 보여줘야 할텐데…’ ‘매 역할 잘 소화해 낼 수 있을까?’ 연기에 대한 부담감은 언제나 이연희의 어깨를 짓누른다. 어떻게 보면 다른 삶을 생각해도 늦지 않은 나이이기에 더욱 혼란스럽다. 하지만 배우를 하는 지금이, 그를 향해 미소 짓는 팬들과 마주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기에 멈출 수가 없다.
“만일 배우를 하지 않았다면 아마 봉사를 하고 있을 거예요. 할 수 있는 능력을 베풀고 싶죠. 돈을 번다는 게 제 삶의 목적은 아니거든요. 사실 성공보다도 스스로가 행복한 게 제일 중요하죠. 그래서 지금 연기를 하고 있고요. 무엇보다 이 일을 하면서 행복을 느끼니까요. 팬들 앞에 섰을 때 좋아해 주시는 걸 보면 ‘내가 이것에 사는구나’ ‘이게 행복이구나’ 싶죠(웃음). 그래서 가끔 팬 카페에서 응원 글을 보며 힘을 얻어요. 지금처럼 제 직업에 자신감과 긍지를 가지면서 행복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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