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송주오 기자] 20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경상수지 흑자와 이에 따른 원화 강세가 우리나라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본형 불황에 직면했다는 주장이다.
일본은 1980년대 후반 플라자 합의 이후 엔화강세로 수입물가가 안정돼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엔고로 인해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면서 장기불황에 들어서는 계기가 됐다.
LG경제연구원은 5일 '빨라진 원화강세 한국경제 위협한다'(이창선 연구원) 보고서에서 "원화강세로 원자재 가격 하향세로 수입이 안정되면서 원화절상과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는 일본형 불황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실제 최근 원화는 지속된 강세로 인해 주요 통화중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추계한 국가별 명목실효환율 자료에 따르면 원화는 3분기 중 절상 폭이 5.4%에 달해 61개 통화 중 상승 폭이 가장 컸다. 특히 6월말 대비 10월말 원화의 절상폭은 8.3%에 달했다.
이같은 원화강세가 지속되는 원인으로 이창선 연구원은 경상수지 흑자와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을 꼽았다.
올 9월까지 경상수지 흑자는 488억달러로 이미 지난해 431억달러를 넘어섰다. 연말에는 66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00년대 이후 경상GDP 대비 5%를 넘어서는 최대 규모다. 우려되는 부분은 지난해부터 기록하고 있는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는 수출입이 동반 부진하면서 나타나는 불황형 흑자 성격이 짙다는 데 있다.
또 미국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이 가시화되던 5~6월 매도 행진을 벌이던 외국인들의 투자흐름이 7월에 바뀌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7월과 8월에 각각 1조3480억원, 1조5240억원을 매수한데 이어 9월에는 8조3320억원이나 사들였다. 10월에도 5조원이 넘는 순매수를 기록했다.
다만 이 연구원은 '외환규제 3종 세트'라 불리는 선물환포지션, 외국인채권투자, 단기 외화차입에 대한 부담금 부과로 인해 해외자금유입이 줄고 자본 유출이 증가해 원화절상 압력을 상쇄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내년에도 대규모 경상흑자가 예상되는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이 지속된다는 점이다.
이 연구원은 내년 원화환율이 달러당 1000원대 초반으로 절상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원화강세 기조가 지속될 경우 과거 일본처럼 국내 기업의 해외투자가 늘어나면서 제조업 생산과 고용이 위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미세조정 차원의 시장개입과 함께 자본유입 억제 조치도 강화될 필요가 있다"면서 "중장기적으로 내수확대를 통해 성장세를 높이고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적절한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뉴스핌 Newspim] 송주오 기자 (juoh8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