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현재 대출 건수 'O'
[뉴스핌=노희준 기자] 세입자들의 전세 재계약을 돕기 위한 '목돈 안 드는 전세대출 1'이 시장에서 외면 당하고 있지만, 정책 당국에서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에 출시돼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은행 등 6개 국민주택기금 수탁은행에서 판매되고 있는 '목돈 안 드는 전세대출 1'은 이날 현재 실적이 단 한 건도 없다.
'목돈 안 드는 전세대출 1'은 전세 재계약자를 대상으로 한다. 재계약 시 인상되는 보증금 상승분을 집주인이 자신의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 세입자가 그에 대한 이자를 내는 구조다.
세입자가 대출받는 것이 아니라 집주인이 대출받는 새로운 접근법이다. 하지만 현재 집주인 우위의 전세시장에서는 아쉬울 게 없는 집주인 동의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출시 전부터 실효성 논란이 제기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실적이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집주인이 우세한 전세시장에서 굳이 대출을 받아 세입자에게 이자를 내게 하고 세입자가 이자를 연체하면 나중에 귀찮게 책임을 지려할 이가 없다"고 말했다.
'목돈 안 드는 전세1'에서 세입자가 이자를 내지 못하면 집주인이 이자를 대신 납부해야 하고, 이자를 내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집이 경매에 넘어갈 수도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 상황이 '목돈 안 드는 전세대출1'의 상품 자체의 결합 탓이라기보다는 왜곡된 전세 시장의 상황 때문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상품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이라며 "전세가 평년처럼 수요와 공급이 일정하게 되면 대출 수요가 괜찮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집주인이 전세를 놓는 것은 목돈이 필요한 것인데, 집값을 올려받고 싶지만 세입자가 형편이 안 될 때 지역에 따라 수요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현 시장 상황에 대해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상품 출시 초기인 데다 향후 전세 시장의 상황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목돈 안 드는 전세대출 1'은 임대차 계약과 담보대출이 결합된 것으로 전세 재계약을 할 때 집주인과 세입자 탐색기간이 필요해 1~2주 정도는 실적이 나오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시중은행에서는 대출 상담도 이뤄지는 것으로 파악돼 조만간 실적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이 제도는 과도한 전세자금 신용대출을 줄여보자는 차원에서 도입된 것"이라며 "집주인 우위 시장이 계속 이어진다고 보기 힘들고 세입자와 집주인의 합의를 통해 새롭게 전세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는 데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집주인이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는 데는 중개수수료 등의 비용도 있어 종합적인 비용을 고려하면 집주인이 이 제도에 참여할 유인도 충분히 있다"며 "지금 개선방안을 말하기보다는 한달 정도 실적은 두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