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위험관리 더욱 강화해 A급만 취급
[뉴스핌=한기진 기자] "은행과 달리 증권업은 리스크(위험)를 테이킹(감수)해야 돈을 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연이은 쇼크로 증권사들이 몸을 사리고 있어요."
웅진, STX그룹에 이어 동양그룹이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자본시장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의 회사채나 CP(기업어음)의 인수 및 판매를 회피하고, 우량 채권만을 찾는 것이다.
이로 인해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한 기업들은 결국 고금리를 감수하고 은행 및 저축은행 등이나 사채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 밖에 없다. 물론 증권사들의 수익기반도 좁아지는 것을 우려해야한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이일드(고수익)시장도 육성해야 자본시장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분기에 무보증 회사채를 발행한 BBB+등급 기업은 두산건설과 한양, ‘BBB’는 동부CNI 동부제철 코오롱글로벌, ‘BBB-‘는 동부건설 등으로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했다.
회사채 인수 순위 빅5에 속한다는 우리투자증권, KB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SK증권 가운데 이들 채권을 인수한 곳은 한투증권이 유일했다. 그것도 발행 규모 1000억원 중 100억원 어치만 인수했다. 3분기 인수 회사채 규모가 1조원에 달하는 것에 비하면 1%도 안된다.
빅5를 제외해도 딱 3곳 KTB투자증권, 동부증권, 동양증권만 BBB급 채권을 인수했다. 그나마 BBB-급은 쳐다보지 않아 동부건설은 산업은행이 홀로 나선 덕에 회사채를 발행했다.
반면 A등급 이상의 우량채에는 증권사들이 몰렸다. 두산건설보다 한 등급 위에 불과한 롯데건설111회(A+) 채권에는 신한금융투자, IBK투자증권, KB투자증권, 대신증권, NH농협증권, 키움증권, 한화투자증권, 신영증권, 미래에셋증권, SK증권 등이 나섰다.
김형호 한국채권투자자문 대표는 “웅진 사태 이후 트리플B급은 증권사들이 기웃거리지도 않는다”면서 “동양그룹 (사태로) 심리가 더욱 얼어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근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동양 사태 이전부터) 증권사들이 BBB-급 이하 회사채는 등급 인플레를 우려해 취급하지 않았고 특수한 경우에만 판매했다”면서 “우량 등급 채권에는 몰려 더 쉽게 발행되는 양극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BBB급 회사채 기피는 투자손실 우려 때문만이 아니라 증권사의 신용등급에도 악영향을 줘, 위험관리부서에서 투기등급 회사채 인수나 소매판매를 제한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 한 연구원은 “유가증권 시장이 안 좋은데 회사채와 기업어음의 편입이 늘면서 증권사의 신용위험이 증가하는 데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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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같은 왜곡 현상이 증권업계에 결국 악영향으로 되돌아 올 것이라는 지적이다.
박상근 연구위원은 “회사채 발행을 못하면 기업은 담보를 들고 은행을 찾게 될 것이고 결국 자본시장에서 은행 쏠림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며 “정부가 하이일드펀드를 활성화시키려 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