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하는 전문 개미 vs 투기적 묻지마 개미
[뉴스핌=김선엽 기자] 동양시멘트에 대한 막연한 희망일까. 아니면 철저한 재무분석을 통한 전문가의 베팅일까. 동양시멘트가 법정관리를 신청했지만 동양시멘트 회사채 가격이 4000원대에서 지지받고 있다.
지난 1일 오전 7000원대에서 움직이던 동양시멘트는 회사의 법정관리 신청 발표 직후 4000원 선까지 수직낙하했다. 하지만 이후 4000원대에서 이틀째 지지를 받고 있다.
거래량도 상당하다. 동양시멘트 17은 지난 이틀간 각각 14억원, 28억원 거래됐고 동양시멘트18 역시 이틀 동안 거래량이 총 36억원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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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9시 40분 현재 동양그룹 가격. 동양채권과 달리 동양시멘트는 4000원대에서 거래가 꾸준하게 이뤄지고 있다. <자료:한국거래소> |
이같은 저가매수 움직임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평가가 갈린다.
일단 너무 위험한 투자라는 지적이 좀 더 우세하다. 동양시멘트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여타 동양 계열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무상태가 양호하다고 해도 지분관계를 고려할 때 투자금 회수가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라는 분석이다.
통상 법정관리가 받아들여질 경우, 우선 채무 일부가 탕감되고 다음으로 출자전환을 통해 투자자는 보유 회사채를 주식으로 전환받고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10년 정도의 기간을 거쳐 분할상환을 받게 된다. 이자는 기대하기 어렵다.
한화투자증권의 김은기 연구원은 "개인들이 기회라고 보고 베팅을 하는 것 같은데 쉽지 않아 보인다"며 "동양시멘트가 동양레저나 동양인터내셔널보다 조금 낫긴 하지만 오십보, 백보"라고 평가했다.
또한 "출자전환을 한다고 해도 감자 등으로 주가가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받은 주식을 팔아봐야 얼마 되지도 않고 팔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부증권의 박정호 연구원 역시 "주식 정리매매를 받아주는 사람들처럼 투기적 성향이 강한 분들이 아닐까 싶다"고 분석했다.
이어 "법정관리는 개별기업마다 사례가 달라 회생계획이 나와 봐야 가늠이 가능한데, 채무탕감과 출자전환을 거칠 때 언제 얼마나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 지금으로선 막연하다"며 투자자제를 당부했다.
반면, 삼성증권 최종원 연구원은 "동양시멘트가 청산을 해서 자산을 배분한다고 할 때 5000원보다는 더 받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는 것 같다"며 "법정관리 들어가서 10% 정도 탕감을 해주고 나머지 절반에 대해 출자전환을 한다고 가정할 때, 시간비용과 위험을 고려해도 투자할 만 하다고 보는 투자자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런 채권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꽤 되는데, 개인적으로도 4500원 아래면 사 볼 만한 가격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국내 대형 증권사의 한 회사채 관계자는 "요즘 워낙 똑똑한 개인들이 많다"며 "절대로 그냥 들어오는 것은 아니고 자체적으로 부채와 자산가치를 나름대로 분석한 후 매입하는 것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투자부적격 채권에 대해 국내기관은 편입 자체가 불가능하지만 해외 헤지펀드들은 분석해 보고 살 수도 있다"며 "웅진홀딩스 CP도 30~40%에 사서 대박을 친 사람들이 꽤 있다"고 언급했다.
결국 단기 차익을 노린 투자라기보다는 재무분석을 통해 '갈 때까지 가본다'라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투자피해자들의 급매물이 쏟아질 위험성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지난 1일 서울 명동 동양증권 지점의 한 직원은 동양시멘트 채권의 손절매를 타진하는 고객의 문의에 "4000원 이하에서 파는 것보다는 기업회생을 기다리는 편이 낫다고 본다"며 어렵게 고객을 설득했다.
'불완전판매'를 근거로 보상을 기대하고 있는 개인들이,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판단할 경우 눈물을 머금고 손절할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앞의 김 연구원은 "대우차판매가 보유하고 있던 송도 부지도 1조2000억원 정도로 가치를 추정했지만 실제 매각금액은 9000억원에 불과했다"며 "동양파워도 에비타(EBITDA)로 추정해서 8000억원에서 1조원까지 얘기가 있지만 막상 처분하면 절반 이하로 까일 수 있다"며 투자유의를 권고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