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상승·자금유출…기업실적 압박도
[뉴스핌=주명호 기자] 17일부터 시작될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국채매입 규모를 축소하는 양적완화 출구전략(테이퍼링)이 시작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이로 인해 미국 외 선진국 및 신흥국에 닥칠 여파가 적지 않다는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다.
일단 경제전문가들은 연준이 금융시장에게 충분히 준비하게 만든 이후이기 때문에 소규모의 테이퍼링 개시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오히려 지금에는 정책을 동결하는 것이 중앙은행 신뢰를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마켓워치(MarketWatch)는 주요 전문가들의 견해를 빌어 연준이 소규모 테이퍼링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하고, 또한 래리 서머스가 차기 연준 의장 후보군에서 내려간 뒤에 자넷 옐런 부의장이 유력하게 부상했기 때문에 '선제적 안내(Forward Guidance)'에 힘이 실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전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조사국장을 역임한 로버트 에이젠베이스와 대담한 결과, 약 50억 달러 정도의 미니 테이퍼링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가 나왔다고 소개하고, 최근 경제 여건이 불안정해져 적극적인 자산매입 축소 결정은 쉽지 않을 것이란 견해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시리아 등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과 최근 신흥시장의 동요 그리고 미 의회의 예산논쟁 등 큰 변수가 산적한 상황에서 더 큰 위험을 무릅쓸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오는 18일 미국 동부시각으로 18일 오후 2시에 정책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어 오후 2시 30분부터 벤 버냉키 의장의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는 연준 정책결정자들의 장기 경제 물가 전망이 공표된다.
한편,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의 국채매입 축소가 아직 금리 상승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은 다른 나라들에게 경제적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분석을 제기했다.
우선 연방준비제도(Fed)의 국채매입 축소로 유럽중앙은행(ECB), 영란은행(BOE) 등 다른 중앙은행들의 저금리 기조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ECB와 BOE는 지난 여름 초저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선제적 안내(Forward guidance)를 내놓았지만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국채매입 연내 축소를 단행할 것이라는 신호를 시장에 던지면서 유럽 내 장기금리는 상승세를 지속했다.
신문은 영국와 유로존이 장기침체 사슬을 끊고 회복세로 전환했지만 미국경제 회복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금리 상승을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분석했다. 더불어 미국채 가격 하락에 이를 보유하고 있던 국가들도 타격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씨티그룹의 네이썬 시츠 연구원은 "각국의 선제적 안내나 정책결정보다는 미국의 통화정책과 이에 따른 장기국채 상승이 국제경제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양적완화책에 수혜를 입어왔던 신흥국들도 국채매입 축소에 충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국제결제은행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신흥시장으로 유입된 신용 규모는 총 3조 4000억 달러로 증가분이 사상 최대치인 2670억 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5월 QE축소 논의가 불거져 나오면서 자금은 급격히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펀드조사업체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는 6월 이후 신흥국 국채시장에서 251억 달러, 주식시장에서 293억 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갔다고 밝혔다.
양적완화로 늘어난 유동성에 반사이익을 누렸던 회사채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작년 정크본드 수익률은 6% 아래로 떨어지며 발행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지만 국채매입 축소 우려에 정부 및 기업들의 채권금리가 상승하면서 악재를 맞고 있다. 하이 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칼 와인버그 연구원은 "기업들의 대출 비용 상승은 이들의 수익에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세계 기업회사채 수익률, 10년물 국채 수익률, 신흥시장 주식 및 국채시장 자금이동 추이. <출처 : Financial Times> |
[뉴스핌 Newspim] 주명호 기자 (joom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