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책 조속한 국회 입법이 관건..앞으로 한달 지켜봐야
미국과 중국경제가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경제도 바닥을 치고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정책 당국자들의 발언과 지표들이 잇따르고 있다. 반면 엔저와 가계부채, 부동산경기 침체 등 안팎의 잠재 리스크와 지표들을 볼 때 아직 본격적인 성장기로 접어들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박근혜 정부는 추경 등 재정을 중심으로 경제성장률을 잠재성장률 수준인 4%대로 끌어올리겠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과연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뉴스핌은 재정과 금융, 산업, 부동산 등의 다양한 지표를 통해 한국경제가 당면한 현실과 과제를 살펴보고 성장률 제고를 위한 전문가들의 제언을 듣는 기획을 마련했다.[편집자주]
[뉴스핌=이동훈 기자] 부동산 시장에서 바닥론이 솔솔 나오고 있다. 새정부 들어 '4.1 주택거래활성화대책'부터 세 번의 대책이 연이어 나온 이후 주택시장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는 이야기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 바닥론에 대해 완전히 공감하지는 않는다. 수치로 보여지는 결과가 아직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연구위원은 "집값이 바닥을 찍었다면 거래 증가 뿐 아니라 집값도 뚜렷한 상승세를 보여야 한다"며 "8.28 전월세 안정 대책 이후 3주가 지났지만 거래가 큰 폭으로 늘었다거나 집값이 올랐다는 확실한 통계는 없어 바닥론을 지금 진단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통계로는 바닥을 탈출했다기보다 급매물이 소진됐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8.28 대책 이후 시장의 심리변화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8월 전국 주택 매매 거래 건수는 4만6586건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4만866건)과 비교해서는 2.7% 줄어든 수치다. 그러나 8.28 대책이 예고된 8월 하순 이후 거래는 늘었다.
8월 첫째 주 지난해보다 5.4% 적었던 거래 건수는 8월 넷째 주와 다섯째 주에는 각각 3.7%와 11.3% 늘었다. 8·28 대책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9월 첫째 주에는 지난 같은 기간에 비해 24.1% 증가했다.
서울시 아파트도 9월 들어 뚜렷하게 거래가 늘고 있다. 서울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3일까지 집계된 서울시 아파트 거래량은 1717건에 이른다. 단순 계산하면 이달 한달간 3400건 넘게 거래가 이루어질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지난해 9월 한달간 아파트 거래량이 2125건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증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재건축이 몰린 강남구는 13일까지 93건의 거래가 집계돼 이미 지난해 9월 한달 거래량(103건)에 육박했다.
집값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감정원 시세조사에 따르면 9월 들어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두 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첫째주 서울·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각각 0.05%, 0.04% 오르며 14주만에 동반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둘째주에는 각각 0.13%, 0.09%로 상승폭이 더 커졌다.
아파트도 팔려 나가고 있다. 지난해처럼 동탄2신도시나 특정 지역만 인기를 누리고 나머지는 외면하는 상황에서 반전했다. 8.28 대책 발표 이후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는 1순위에서 대부분 청약을 마쳤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서울시 산하 SH공사가 분양하는 공공 분양아파트는 50대1이 넘는 청약경쟁률을 보이며 인기 고공행진 중이다.
각 분양 아파트 모델하우스마다 2만 여명이 넘는 인파가 몰리고 떳다 방까지 등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한달 동안 움직임이 시장의 향배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고 있다. 허윤경 연구위원은 "성수기에 진입하는데다 정부 대책이 국회 문턱을 넘는 시기인 앞으로 한달이 관건"이라며 "이 한달 동안 주택 거래가 늘고 매매가격이 오르면 바닥을 탈출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정 한국감정원 연구위원은 "8.28 대책 이후 전세수요의 매매전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며 "추석 이후 가을철 성수기의 시장 반응을 봐야 바닥 탈출로 가는지 또다시 주저 앉을지를 확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시장이 바닥에서 탈출하기 위해선 정부 대책이 이른 시일내 실행이 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박합수 팀장은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취득세 인하 방안"이라며 "국회가 지방세법 개정안을 빨리 통과시키던지 아니면 소급적용 시기라도 명확히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윤경 연구위원은 "리모델링 수직증축 허용 법안이 국회 심의를 통과하면 실제 리모델링 여부와 상관없이 노후 아파트 시장이 되살아나게 될 것"이라며 "조속한 국회 심의 통과가 정부 대책에 대한 신뢰감을 높이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