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회장 우호지분 감안하면 가능성 낮아"
[뉴스핌=정경환 기자] 현대상선이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범 현대가의 움직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분 경쟁이 재점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등은 현재로서는 유증 참여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며 유보적인 입장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범현대가가 참여하더라도 경영권 분쟁으로까지 격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상선은 지난 26일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24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키로 이사회에서 결의했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 방식이며, 보통주 1500만주를 주당 1만6000원에 발행할 예정이다. 최종 발행가는 오는 10월 30일 확정된다. 신규 발행되는 1500만주는 전체 발행주식 약 1억5000만주의 10% 가량에 이른다.
현재 현대상선 주주 구성은 최대주주인 현대엘리베이터 외 24인이 27.60%, 2대주주인 현대중공업 외 1인이 21.98%로 양자 간 차이가 5.62%에 불과하다. 이어 현대건설 외 2인이 7.65%를 보유하고 있고 자사주가 1.17%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주주배정 후 일반 공모 방식이라 지분 변동에 대한 우려는 크게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2대주주인 현대중공업 측에서는 현대상선 유증 참여에 대해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면서도 참여 가능성을 배제하진 않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일반 공모까지 간다면 11월이나 돼야 끝난다"며 "현재로선 현대상선 유증 참여 여부에 대해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그 외 KCC는 오는 11월 주주배정 끝날 즈음에 결정할 예정이고, 지난해 말 현대상선 유증에 참여한 현대건설 역시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강성진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파생상품계약 등을 통한 우호지분까지 합하면 현정은 회장 측 지분이 50% 가까이 될 것"이라며 "현재 현대상선 경영권은 안정적인 상태로 지분 경쟁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범 현대가가 이번 유증에 참여한다면 현대상선 주가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 대형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대북 이슈로 주가가 많이 상승한 상태에서 대규모 유증은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유증에 현대중공업 등 범 현대가가 참여하면 경영권 분쟁 이슈가 부각되면서 펀더멘탈과는 무관하게 주가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이번 유증으로 인한 기존 주주들의 피해는 예상보다는 적을 것으로 보인다. 대북 이슈에 최근 주가가 급등하면서 장부가치보다 시가총액이 훨씬 큰 상태이기 때문이다.
강 애널리스트는 "현대상선은 현재 주가순자산비율(PBR)이 굉장히 높은 상태라 기존 주주들의 손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적정 공모가 수준은 최종 결정 전까지는 유동적이라 현재로선 뭐라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대상선 주가는 지난 5월 2일 9240원으로 52주 최저가까지 떨어졌다. 이후 남북관계가 개선되기 시작하며 다시 오르기 시작해 지난 28일 1만8350원에 이르렀다. 약 4개월새 두배로 수직 상승한 것.
김민지 이트레이드증권 애널리스트는 "대북 이슈나 3분기 실적 개선 기대감 등에 힘입어 유증 물량 소화에는 별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며 "대북 이슈는 실체가 없고, 흑자전환이 기대되는 3분기 실적도 작년보다는 못하며, 4분기는 전통적으로 비수기임을 감안해 목표주가를 1만8000원으로 유지한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