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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톡] 인간의 무력함이 주는 극한의 공포 '감기'

기사입력 : 2013년08월13일 08:38

최종수정 : 2014년05월29일 14:31

 

[뉴스핌=장주연 기자] 밀입국 노동자들을 분당으로 실어 나르던 남자가 원인불명의 바이러스로 사망한다. 그로부터 하루도 채 지나지 않은 시간. 분당의 모든 병원에서 같은 증세를 보이는 환자가 속출한다. 호흡기를 통해 초당 3.4명 감염, 36시간 내 사망에 이르는 사상 최악의 바이러스에 정부는 분당을 폐쇄라는 극단의 조치를 내린다. 

바이러스를 처음 발견한 감염내과 전문의 인해(수애)는 바이러스 항체를 찾아내는 임무를 받는다. 동시에 폐쇄된 도시에서 하나뿐인 딸 미르(박민하)를 지켜내야 한다. 분당 소속 구조대원 지구(장혁)는 혼란에 빠진 시민들과 수천 명의 감염자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순 제작비 100억 원이 투입된 ‘감기’는 영화 ‘비트’ ‘태양은 없다’ ‘무사’의 김성수 감독이 10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김성수 감독은 일상적 병으로 여겨지는 감기를 치명적인 사신으로 그리며 관객에게 현실적인 공포를 안긴다. 감염되면 죽는 걸 알면서도 어찌할 도리가 없는 인간의 무력함은 색다른 공포를 조성한다.

이 영화는 기존 재난영화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색다른 감각으로 채워져 있다. 극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이기심, 모성애, 관료주의 등 재난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요소를 착실하게 담는 한편, 극 곳곳에 '감기'만의 여러 가지 상황 설정을 세워 신선함을 준다. 덕분에 재난 영화 ‘연가시’와 비슷할 거라는 우려는 하지 않아도 좋다.

전시작전권을 가진 미군의 강압적 행동은 애국주의를 낳고 감염 확산을 막고자 환자를 무자비하게 죽이는 정부의 행동은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 무조건 옳은가 생각하게 한다. 또, 해결에 중점을 뒀던 ‘연가시’와 달리 ‘감기’는 상황의 변화에 따른 인간 내면의 심리를 세밀하게 그려낸다.

긴박하고 박진감 넘치는 초반부에 비해 후반부가 늘어지고 마무리가 급작스러운 점은 아쉽다. 하지만 배우들의 흠잡을 데 없는 연기가 빛을 발한다. 

장혁은 구조대원 지구를 통해 강렬한 카리스마를 발휘한다. 영화 ‘심야의 FM’ 이후 또 한 번 기혼 역할을 맡은 수애는 자연스러운 모성애 연기를 펼쳤다. 무엇보다 초반 수애의 엉뚱 발랄한 모습은 그의 색다른 매력을 느끼게 한다. 

가장 폭발적인 연기를 보여준 배우는 단연 박민하다. 씩씩하고 야무진 미르를 열연한 박민하는 성인 연기자도 보여주기 힘든 섬세한 감정연기로 관객을 휘어잡는다. 유해진, 이희준, 마동석, 차인표 등 최고의 연기력을 갖춘 미존(미친 존재감) 배우들의 명품 연기는 영화의 또 다른 재미다.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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