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기술사용료 협상에 악재
[뉴스핌=김동호 기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국제무역위원회(ITC)의 결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며 애플의 손을 들어주는 모습이다.
ITC는 앞서 삼성전자와 특허 소송을 진행 중인 애플의 구형 스마트폰 제품 등에 대해 수입을 금지하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이 같은 오바마 대통령의 행동에 대해 4일(현지시각) 주요 외신들은 단기적으론 삼성전자에 부정적인 이슈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이는 결국 지적재산권 보호를 강화하려는 미국의 발목을 잡는 부메랑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ISI그룹의 브라이언 마샬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의 거부권 행사로 인해 애플은 최신 제품들보다 가격이 저렴한 아이폰4를 계속 판매할 수 있게 됐다"며 "이는 단기적으로 분명 애플에게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샬 애널리스트는 특히 "가격이 비싼 스마트폰 모델들 보다 가격이 저렴한 스마트폰이 더욱 빠르게 판매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입하고 있는 아이폰4 등 저렴한 스마트폰 제품의 경쟁력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무역 관련 변호사인 수잔 콘 로스 역시 "만약 삼성이 수입 금지 결정을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면, 애플을 더욱 압박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오바마의 거부권 행사가 삼성이 애플로부터 더 높은 기술 사용료를 얻어내는 데 있어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파이낸셜타임스(FT) 역시 오바마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두고 "애플을 위한 워싱턴의 개입으로 애플이 삼성과의 법적 분쟁에서 두 번째로 승리했다"고 평가했다. FT는 지난 해 8월 삼성과 애플의 특허 소송에서 배심원단이 삼성에게 거액의 배상금을 평결한 것을 애플의 첫 번째 승리로, 이번 오바마의 거부권 행사를 두 번째 승리로 꼽았다.
다만 FT는 마이크로소프트사(MS) 특허담당 수석변호사인 호라시오 구티에레즈의 말을 인용해 "오바마의 거부권 행사 결정은 중국 등 미국의 지식재산권 관련 규정을 충실히 지키지 않는 나라에게 지재권 침해를 변명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오바마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백악관이 (기업간 다툼에) 개입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전하면서 "(거부권 행사는) 애플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NYT는 이어 "오바마 행정부가 유럽 및 환태평양 지역 국가들과의 무역 협상에 공격적으로 임하고 있으며, 미국 기업의 이익을 지키는 데는 더욱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김동호 기자 (good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