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에라 기자] 이르면 내년 1월 문을 열 계획인 '온라인 펀드슈퍼마켓'를 두고 금융투자업계에서 미묘한 온도차가 감지된다.
독립성을 갖춘 판매채널 하나를 추가하게 되는 자산운용사들은 환영하는 모습이다. 반면 판매사인 증권사들의 분위기는 그리 밝지 않다. 자신들이 독점했던 판매 채널을 비용 경쟁력을 갖춘 곳에 내줄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시중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펀드를 한 곳에서 저렴하게 가입할 수 있는 펀드 슈퍼마켓에 문을 열 예정이다.
운용업계는 '펀드슈퍼마켓'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다. 단기간에 큰 성공을 이룰 것이란 기대보다 판매사의 계열사 펀드 밀어주기 관행이 개선될 수도 있다는 관측에서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펀드 시장이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양한 판매채널이 생기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며 "펀드 슈퍼마켓이 활성화되면 개열사 밀어주기도 다소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주식을 HTS(홈트레이딩시스템) 통해 매수하듯이 국내 판매되는 대부분의 펀드를 온라인슈퍼마켓에서 가입할 수 있게 돼 투자자들에게 편리하게 다양한 상품을 소개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신생 운용사나 규모가 적은 운용사는 판매 채널이 증가했다는 점이 크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시장에서 펀드슈퍼마켓이 3~5년의 정착 과정을 보였지만 상대적으로 국내 시장의 인터넷이 발달된 만큼 의외로 빠르게 안착할 수도 있다는 기대도 있다.
판매사인 증권사, 은행 등은 기존 온라인 펀드가 시장의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한 탓에 펀드슈퍼마켓의 파급력도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과도한 대응을 자제하자"라는 분위기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일부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특히 자신의 실속만 차리는 '체리피커' 투자자가 늘 수도 있다는 걱정때 문이다.
한 판매사 관계자는 "일부 투자자들은 펀드 가입 전 상담은 판매사에서 받고 가입은 펀드 슈퍼마켓에서 할 수도 있다"며 "판매 보수 비용에는 펀드 상담비도 포함되어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판매사 관계자는 "경쟁업체가 하나 더 생기는 것"이라며 "'체리피커'처럼 은행, 증권사 등에서 상품 설명 등을 안내 받고 수수료가 싼 온라인 펀드슈퍼마켓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주식형 펀드 시장이 최근 침체되있어 펀드슈퍼마켓 파급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응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운용업계는 펀드슈퍼마켓 성공을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 과정이 뒷받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운용사 임원은 "펀드는 가입만큼 사후관리가 중요한 데 가입 후 모든 운용사의 펀드 수익률 관리를 어떻게 온라인 펀드슈퍼마켓에서 다 할 수 있겠느냐"며 "펀드슈퍼마켓의 투자자를 어떻게 관리할 지도 운용사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펀드슈퍼마켓이 시작할 때 활성화되지 않으면 주목받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전문성과 보안성을 갖춘 전산시스템의 셋업, 판매사와 운용경험 등에서 경쟁력을 갖춘 초대 CEO 등 선임 등이 중요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한편, 펀드슈퍼마켓은 자산운용사가 주축이 돼서 40여개의 회사들이 자본금 200억여원을 출자하는 국내 최초의 온라인펀드 판매전문회사다.
펀드슈퍼마켓에서 판매되는 상품은 원칙적으로 시중에 있는 모든 공모펀드를 다룬다. 기존 온라인 전용펀드의 3.5배에 달하는 상품을 펀드슈퍼마켓을 통해 접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판매되는 펀드의 보수는 오프라인 대비 3분의 1수준으로 낮춰 비용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원칙적으로 선취수수료도 면제된다.
지난 20일까지 37개 운용사와 4개 펀드평가사 자본금 출자의향을 전달했다. 약 200억원 이상의 자본금 확보가 예상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이에라 기자 (E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