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285kg의 거구 고릴라가 야구 배트를 들고 잠실야구장을 누빈다. 영화 ‘미스터고’는 이런 상상 속 이야기를 스크린에 옮겼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홀로 룡파 서커스를 이끄는 15세 소녀 웨이웨이(서교)의 유일한 친구이자 가족은 고릴라 링링 뿐이다. 할아버지의 빚을 갚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웨이웨이는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에이전트 성충수(성동일)의 제안에 한국행을 결심한다. 그렇게 링링은 한국 프로야구에 정식으로 데뷔하고 전 국민의 슈퍼스타로 떠오른다.
‘미스터 고’의 최대 강점은 풀 3D와 아시아 최초의 입체 디지털 캐릭터다. 김용화 감독은 디지털 캐릭터 링링을 3D로 완벽하게 구현했다. 4년여에 걸쳐 공들인 작업답게 링링은 상상 이상의 리얼리티를 선사한다. 링링은 사람을 보고 있는 것 마냥 현실적인 표정을 가졌으며 털 한 가닥에도 변화가 있을 만큼 생생하게 움직인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을 100% 국내 기술로 만들어냄으로써 김 감독은 한국 영화계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렸다. 리얼리티를 위해 매 장면을 3D 리그 카메라로 촬영한 김 감독의 시도는 신선하기까지 하다. 할리우드 영화에 미치지 못한 국내 영화 기술에 답답함을 느꼈던 관객이라면 한 방에 갈증을 해소할 수 있다.
성동일 특유의 유쾌한 연기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2006)’ ‘국가대표(2009)’에 이어 또 한 번 김 감독과 손을 잡은 성동일은 소탈함과 카리스마를 오가며 성충수 역을 완벽히 소화해 낸다. 은근히 귀여운(?) 구석이 있는 성충수의 속내는 또 다른 재미를 안긴다.
서교의 연기도 인상 깊다. 아역배우 김새론을 떠오르게 하는 서교는 열일곱 나이가 믿기지 않는 침착한 내면 연기로 러닝타임을 꽉 채운다. 다소 우스꽝스러운 언어로 링링과 교감하는 서교는 자신의 깊숙한 감정을 끄집어내며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미친 존재감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이들도 있다. 마동석, 오다기리 죠, 추신수, 류현진의 깜짝 등장은 깨알재미를 선사하며 다소 무거워진 영화 속 공기를 환기시킨다.
흥행 요소는 모두 갖췄다. 영화 ‘퍼펙트게임(2011)’ ‘국가대표’처럼 각본 없는 드라마인 스포츠를 소재로 했다. 영화 ‘비트(1997)’ ‘타짜(2006)’ ‘식객(2009)’부터 드라마 ‘각시탈(2012)’까지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흥행 신화를 써내려 온 허영만 화백의 작품 ‘제7구단(1985)’을 바탕으로 했다. 게다가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 등 진한 스토리로 관객의 마음을 움직여 온 김용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그럼에도 영화는 관객의 웃음과 눈물을 자유자재로 움직이지는 못한다. 김 감독이 말하고자 했던 동물과 인간의 교감은 그려냈지만, 뻔한 전개와 진부한 설정은 답답함을 준다. 김 감독의 전작이 준 감동을 기대하는 관객이라면 다소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다.
반면 무더위를 날릴 찝찝함 없는 3D 야구 한 게임을 보고 싶은 관객에게는 적극 추천한다. 김 감독처럼 두산 베어스의 열혈 팬이라면 재미는 배가된다.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