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시장, 최근 2개월간 추세 뒤집어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9월 자산 축소에 대한 확신을 줄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과 달리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비둘기 파의 색채가 짙은 발언을 내놓자 자산시장이 일제히 최근 2개월의 추세를 뒤집는 모습이다.
버냉키 의장의 발언에 대한 월가 투자가들의 해석은 크게 엇갈리는 모습이다. 지난 5월 하순 이후 양적완화(QE) 축소에 대한 시장의 관측이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의견과 함께 9월 연준이 QE 축소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 교차하고 있다.
UBS의 제프리 유 외환 애널리스트는 “버냉키 의장 발언 후 시장 반응은 최근 2개월 사이 달러화를 중심으로 자산 시장이 QE 축소를 지나치게 크게 반영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JP모간 자산운용의 댄 모리스 시장 전략가는 “연준의 QE 축소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과도했다”면서도 “궁극적으로 QE 축소 및 종료는 단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QE 종료는 단번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수년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주택시장을 포함해 미국 거시경제가 회복되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은 새로운 환경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시에떼 제네랄의 키트 주크스 매크로 전략가는 “연준은 경기부양적인 정책 기조를 상당 기간 유지할 것”이라며 “연준의 발언이 국채 수익률 상승에 제동을 걸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투자자들은 연준 변수보다 경제 지표에 주목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연준의 9월 QE 축소를 더욱 확신하는 모습이다. 겉보기에 버냉키 의장이 비둘기 파의 입장을 취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바클레이스의 마이클 가펜 이코노미스트는 “버냉키 의장의 발언을 세심하게 분석해 보면 9월 QE 축소 입장과 맥을 같이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며 “월 850억달러 규모의 자산 매입을 700억달러로 줄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QE 축소 속도가 고용 지표 추이에 달려 있다고 전하고, 전면 종료는 2014년 3월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연준의 QE 축소 여부보다 핵심적인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가 중요한 문제라는 의견도 나왔다.
FX 컨셉트의 로버트 사비지 외환 전략가는 “버냉키 의장의 QE 축소 움직임이 국채 수익률을 겨냥한 것인지 아니면 달러화를 눈여겨 본 것인지가 관건”이라며 “전날 위험자산 움직임으로 미루어 볼 때 버냉키 의장이 중시하는 것은 국채 수익률보다 달러화 환율”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버냉키 의장은 10일 메사추세츠에서 열린 전미경제연구소 주최 행사에서 QE 축소를 단행하기 앞서 고용 지표가 현 수준보다 더욱 개선돼야 하며, 당분간 부양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