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개봉 이래 성적이 시원찮다지만 ‘론 레인저’는 요즘 할리우드 영화에서 보기 드문 기법을 도입한 근사한 작품이다. 아날로그 기법을 듬뿍 쏟아 부은 점만 치더라도 ‘론 레인저’는 감상할 가치가 충분한 영화다.
‘론 레인저’에서 가장 눈여겨볼 부분은 와일드한 웨스턴 액션이다. 깐깐한 제작자와 감독은 영화의 호쾌한 액션을 위해 대부분의 장면에 아날로그 기법을 도입했다. 덕분에 영화 속 액션은 컴퓨터그래픽이 주는 이질감 없이 날것 그대로 객석에 전달된다. 배우들이 얼마나 땀을 흘렸을 지 눈에 선하다. 흙먼지 풀풀 날리는 웨스턴 액션이 컴퓨터그래픽이 점령한 할리우드에서 탄생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배우들의 연기는 딱히 흠잡을 점이 없을 정도. 특히 톤토 캐릭터에 눈길이 간다. 진한 메이크업에 무표정한 얼굴, 하지만 고비마다 활력을 불어넣는 엉뚱한 매력은 역시 조니 뎁의 전매특허다. 주연을 감싸고 극을 전개하는 조연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다.
언뜻 암울하고 기괴한 이야기를 담은 것 같지만 영화는 유쾌하고 상쾌하다. 가족이 극장을 찾아 감상하기에 딱이다. 급조(?)된 영웅 론 레인저가 백마에 올라 벌이는 액션에 톤토의 빵터지는 유머가 양념처럼 어우러진다. 힘차게 사막 한가운데를 내달리는 기차 등 이미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보여준 커다란 스케일 역시 유감없이 빛을 발한다.
단점이라면 ‘캐리비안의 해적’ 냄새가 너무 난다는 것. 감독에 제작자, 주인공까지 ‘캐리비안의 해적’ 출신이라 그런지 분위기가 흡사하다. 캐릭터는 물론 주인공이 붙잡히고 탈출하고 치고 받는 과정까지 묘하게 닮았다. 배경만 바다에서 서부로 옮긴 기분이다. ‘캐리비안의 해적’ 팬이라면 즐거운 일이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살짝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