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글라스 엔젤바트 88세로 사망..1968년 첫 선 상용화엔 30년 걸려
[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인간과 컴퓨터를 연결해주는 일상적인, 가장 대중적인 인터페이스인 마우스. 컴퓨팅의 유아기랄 수 있는 1960년대, 개인용 컴퓨터(PC)가 보급되기도 전인 이 시대에 이미 마우스가 발명됐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걸 만든 사람은 특허를 통해 엄청난 부를 쌓았을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마우스를 만들어낸 예지력 넘친 발명가 더글라스 엔젤바트가 3일(현지시간) 8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엔젤바트는 스탠포드대 산하 스탠포드 리서치 인터내셔널(후에 SRI인터내셔널로 개명됨)에 근무하던 1968년 마우스를 선보였다. 공식적인 이름은 'X-Y 위치 조절장치(X-Y Position indicator)'였다.
당시의 컴퓨터는 방 하나가 꽉 찰 정도의 크기였고 한 번에 한 사람만 작동시킬 수 있었다. 과학자들이나 편치 카드로 명령을 입력할 수 있었고 컴퓨터가 답을 내놓으려면 수 시간이 소요됐다.
88세를 일기로 타계한 더글라스 엔젤바트(출처=타임) |
나무상자 모양의 장치였고 전선이 달려 있었다. 이 장치는 밑에 달린 두 개의 바퀴 움직임을 통해 방향을 감지했고(이것이 현재 마우스의 롤러볼과 같은 개념), 이것을 통해 컴퓨터를 어떻게 다룰 수 있는 지를 시연해 보였다.
엔젤바트는 컴퓨터와 인간이 상호작용하는 방법을 다양하게 선보였다. 이 자리는 당시 '모든 데모의 어머니(the Mother of all demos)'라고 불렸던 마우스, 그리고 NLS(oNLine System), 하이퍼텍스트, 동영상 회의 등도 선보인 컴퓨팅에 있어 혁명적인 자리였다. NLS는 이후 최초의 인터넷으로 알려진 아르파넷(ARPAnet)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운영체제(OS) 윈도도 여기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것이다.
엔젤바트는 당시 이런 명대사를 남긴다. "사람들이 왜 이걸 마우스라고 부르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건 컴퓨터를 사용하는 방법을 바꾸기 시작했다. 우린 그동안 전혀 바꾸질 못했었다(I don't know why we call it a mouse. It started that way and we never changed it)."추후 한 인터뷰에서 이 상자 장치에 전선이 달려 마치 설치류(rodent)의 꼬리처럼 생겨서 그렇게 부르게 된 것 같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컴퓨터와 인간을 상호작용하게 해주는 이 장치가 과학자들에게 영감을 안기긴 했지만 상업화, 대중화된 것은 그로부터 한참 뒤인 1980년대. 제록스 팔로알토 연구소에서 이걸 재정의했고 1981년 제록스 스타 컴퓨터의 일부로서 마우스가 데뷔한다. 그리고 1984년 애플, IBM이 컴퓨터에 마우스를 연결한 형태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로지테크 인터내셔널이 1985년 소매 시장에 처음으로 마우스를 내놓았고, 2003년까지 5억만개를 판매했다.
엔젤바트가 마우스 발명으로 돈방석에 오르진 않았다. 뒤늦게 혁신성을 인정받아 1997년 최고의 발명가에게 주는 '레멀슨-MIT 상'을 수상해 50만달러를 받았고, 2000년엔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국가 기술혁신 훈장(National Medal of Technology and Innovation)을 받는 영예는 안았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