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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정청래 "尹, 대통령직 유지 자격 없어…파면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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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민주주의 심장인 국회 유린하려 해"
"파면으로 얻을 국가 이익 압도적으로 커"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정청래 국회 탄핵소추위원장이 25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11차 변론기일 최후진술에서 "내란우두머리 피의자 윤 대통령을 파면해야 할 필요충분조건은 이미 충족됐다. 헌법과 민주주의를 말살하려 했던 피청구인 윤석열은 파면돼 마땅하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헌법은 생각과 주장, 의견이 다를 때 이 방향으로 가자고 결정한 대국민 합의서고, 국민 전체의 약속이자 이정표다"라며 "국민 누구도 헌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 그런데 국민을 총칼로 죽이려 했고, 헌법·민주주의의 심장인 국회를 유린하려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2025.02.25 photo@newspim.com

그는 "헌법재판소는 마지막 방파제다. 피청구인의 반헌법적 내란 행위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시도고 반헌법적 도발이다"라며 "신뢰를 잃은 대통령은 다시 설 수 없다. 피청구인의 사익과 권력남용으로 헌정질서는 파괴됐고 국민 신뢰는 무너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청구인은 대한민국 대통령직 유지 자격이 없다. 국민 마음속의 대통령이 아니다"라며 "윤 대통령을 파면함으로써 헌법 수호 의지를 보여달라. 피청구인에 대한 파면으로 얻을 국가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부연했다.

다음은 정 위원장의 최후진술 전문이다.

호수위에 떠있는 달그림자도 목격자 입니다. 민주주의 적은 민주주의로 물리쳤고, 헌법의 적은 헌법으로 물리쳐야 합니다.

존경하는 헌법재판소 재판관님. 국회 소추위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정청래 입니다.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할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건을 심리하시는 동안 그 역사적 중압감에 얼마나 노고가 많으셨습니까? 민주주의와 헌법수호에 대한 열정으로 일관해 오신 재판관님들의 노고와 헌신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경의를 표합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국가 발전을 위하여 피청구인 윤석열은 파면되어야 합니다. 12·3 내란의 밤, 전 국민이 TV 생중계를 통해 국회를 침탈한 무장한 계엄군들의 폭력행위를 지켜보았습니다. 하늘도 알고 땅도 압니다. 하늘은 계엄군의 헬기 굉음을 똑똑히 들었고, 땅은 무장한 계엄군의 군홧발을 보았습니다. 호수 위에 떠있는 달그림자도 목격자입니다.

전 국민이 목격자고, 전 세계 외신들도 한국의 비상계엄 친위 쿠데타를 실시간으로 타전했습니다.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 윤석열을 파면해야 될 필요하고도 충분한 조건은 이미 성숙되었습니다.

대한민국 5천만 국민이 생각이 다 같을 수 없습니다. 남녀가 다르고, 태어난 일시가 다르고, 태어난 지역과 환경과 문화도 다릅니다. 그래서 생각도 다르고 의견도 주장도 다릅니다. 그러나 다른 것과 틀린 것은 구별되어야 합니다. 내 생각과 다르다고 다른 사람이 틀린 것이 아닙니다. 내 생각과 다르다고 차별해서는 안 됩니다.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고 혐오, 멸칭하고 탄압해서도 안 됩니다. 더군다나 권력을 악용해 상대방을 탄압, 제거, 수거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됩니다.

한사람이 천하고 우주라 했습니다. 밤하늘에 떠있는 별처럼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은 다 존중받아야 합니다. 이것이 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는 헌법의 기본권 조항들을 관통하는 근본 원칙입니다.

대한민국은 국민, 주권, 영토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국민이 곧 국가입니다. 국민은 국가를 사랑하고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 안전을 보장해야 합니다. 국민은 국가를 사랑하기에 애국가를 부르고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합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생각이 달라도 애국가와 태극기를 사랑합니다. 국가를 위하여 개인을 희생하면서 헌신 봉사하는 애국심은 대한민국 국민이 1등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나라를 사랑합니다. 임진왜란,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군부독재로부터 나라를 지킨 것도 국민이고 나라를 발전시킨 것도 국민입니다. 허리띠 졸라매며 자식들 교육시켜 오늘날의 민주화와 산업화를 이룬 주인공은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 어머니 아버지 국민들 이었습니다. 영화 기생충, 오징어 게임, BTS의 나라 문화강국, 올림픽 금메달의 스포츠 강국 대한민국을 이룬 것은 자랑스러운 우리의 아들딸 국민들이었습니다. 나라를 지킨 것도 국민이고 나라를 발전시킨 것도 국민이고 나라의 주인도 국민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헌법을 사랑합니다. 헌법은 생각과 주장, 의견이 다를 때 대한민국은 이 방향으로 가자고 결정해 놓은 대국민 합의문서 입니다. 국민 전체의 약속이자 국민이 지켜야 할 국가 이정표입니다. 헌법은 나침반입니다. 헌법은 국민이고 애국가이고 태극기입니다. 대한민국 국민 누구도 헌법위에 군림할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이 헌법 제1조 민주공화국의 헌법정신 입니다.

그런데 나라와 헌법을 사랑하는 국민을 총칼로 죽이려 했고, 피로써 지켜온 민주주의를 짓밟고, 피를 잉크삼아 한자 한자 찍어 쓴 헌법을 파괴하려 했던 사람이 있습니다. 피로 쓴 민주주의 역사를 혀로 지우려 했습니다. 총칼로 헌법과 민주주의 심장인 국회를 유린하려 했습니다. 지금 이 탄핵심판정에 있는 피청구인 윤석열 입니다.

헌법수호 최후의 보루 헌재 재판관님.

프랑스 공화국은 관용으로 건설되지 않았습니다. 민족반역자에게는 공소시효가 없다며 나치부역자를 끝까지 추적해 무관용으로 처벌하였기에, 역설적이게도 프랑스는 관용의 나라, 똘레랑스의 나라가 될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 문화예술의 강국 프랑스는 이렇게 건설되었습니다.

이에 반해 우리는 1945년 8.15 광복이후 반민특위의 좌절로 친일부역자를 처벌하지 못했고, 그 결과 정의와 불의, 애국과 매국, 민주주의와 독재가 혼재되어 민주주의에 대한 도발과 준동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제 타락하고 오염된 반민주적 반헌법적 요설과 궤변의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갈 길이 아무리 멀다 해도 민족정기를 바로 잡아야 합니다. 평화와 문화가 꽃피는 문화예술의 강국은 민주주의 토양에서 자라는 나무입니다.
민주주의 기초는 국가발전의 토대입니다. 민주주의 발전 과정이 국가발전의 과정입니다. 민주주의 정착 없이 국가발전을 이룬 나라는 없습니다. 선진국 중에서 독재 국가는 없습니다. 민주주의와 국가 발전의 주적이 바로 독재입니다. 국가 발전을 위해서 독재의 독을 해독해야 합니다. 독재의 전형적 모습이 비상계엄, 내란 그리고 영구집권 음모입니다.

피청구인은 2022년 5월 10일 국회에서 취임했습니다. 헌법 제69조에 따라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겠다는 선서를 하고 대통령에 취임했습니다. 그러나 피청구인은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겠다고 다짐했던 바로 그 장소, 국회에 계엄군을 보내 침탈하고 헌법을 유린했습니다. 대한민국의 헌법과 민주주의를 말살하려 했던 피청구인 윤석열은 파면되어 마땅합니다.

현직 대통령에게는 형사 불소추권이란 헌법적 특권이 있지만, 현직 대통령이라도 내란의 범죄를 저지른 경우는 헌법수호 차원에서 무관용해야 한다는 것이 헌법 제11조와 제84조의 정신입니다. 내란의 범죄는 현직 대통령을 포함해 누구라도 예외 없이 처벌의 대상입니다.

앞서 국회 법률대리인들께서 위헌 위법한 12.3 비상계엄과 파면사유에 대하여 그 증거와 법리를 이미 수차례 명징하게 설명했습니다. 저는 국민의 입장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담아 피청구인을 파면해야 할 이유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피청구인 윤석열은 헌법 제77조에서 규정한 계엄의 조건을 위반했습니다. 헌법 제77조 1항에 대통령은 전시ㆍ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12월 3일의 대한민국은 전시ㆍ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도 아니었고,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평온한 하루였습니다. 병력으로써 공공의 안녕질서를 해친 장본인이 피청구인입니다. 계엄의 선포는 논란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위헌행위 입니다.

둘째, 피청구인 윤석열은 계엄선포의 절차적 정당성을 위반했습니다. 헌법 제82조는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써 하며, 이 문서에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한다. 군사에 관한 것도 또한 같다.고 되어 있습니다. 계엄법 제2조 5항은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거나 변경하고자 할 때에는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제6항 국방부장관 또는 행정안전부장관은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에게 계엄의 선포를 건의할 수 있다.고 되어있지만 피청구인은 헌법 제82와 계엄법 제2조를 모두 위반했습니다.

계엄 선포시 정상적인 국무회의의 심의과정이 없었습니다. 국무위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국무총리를 거치는 절차도 하지 않았고, 개회선언, 폐회선언 안건토론 등 정상적인 국무회의도, 부서한 회의록 문서도 부존재해 보입니다. 피청구인을 파면해야 될 뚜렷한 증거이자 이유입니다.

셋째, 피청구인 윤석열은 비상계엄 해제할 유일한 권한이 있는 국회를 침탈했습니다. 헌법 제77조 제5항에는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비상계엄을 해제할 수 있는 곳은 유일하게 국회입니다.

이런 국회의 권한과 권능을 강압에 의하여 방해하려고 국회를 무장병력으로 통제봉쇄하려 했습니다. 이는 형법 제87조, 형법 제91조에 규정한 내란의 죄를 위반한 명백한 국헌문란행위 내란입니다. 국회 질서 운운하지만 국회는 국회 자체 내에 질서유지 시스템이 있습니다. 국회 유리창을 깨부수고 난입한 것은 질서유지가 아니라 억압이고 폭력입니다. 국회 질서를 문란케 한 것은 피청구인 윤석열 본인 입니다.

넷째, 피청구인은 위헌위법적 포고령을 발표했습니다. 계엄 포고령 1항,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것은 헌법 제77조 제3항을 정면으로 위반했습니다. 설령 합법적 계엄이더라도 국회에 관해서는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없습니다.

다섯째, 계엄군이 중앙선관위를 침탈한 것도, 사법부의 주요한 인사를 체포구금하려고 했던 것도 모두 헌법과 법률을 위배했습니다. 사법권 독립을 정면으로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헌법의 삼권분립 정신에도 위배됩니다. 이것은 헌법 제77조 제3항, 헌법 제114조, 헌법 제105조, 헌법 제106조, 헌법기관의 독립성 정신을 위반했고, 형법 제91조, 헌법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규정한 국헌문란 목적 내란의 죄에 해당합니다.

이 외에도 피청구인이 비상계엄 이후 보여준 사법정의 파괴행위는 국민들에게 큰 실망과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피청구인은 12·3내란 사태이후 법관이 발부한 체포 영장을 거부하며 사법기관의 법집행을 무법천지로 만들었습니다. 극히 일부 지지자들에게 기대어 국가 혼란을 부추기고 선동하는 듯한 추한 모습을 보였고, 부정선거라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부정선거 음모론은 제가 보기에 계엄선포문에도 없던 사후 알리바이에 불과합니다. 만에 하나 그가 다시 복직하면 또다시 비상계엄을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한 매우 위험한 인물입니다.

존경하는 헌법 재판관님.

피청구인 윤석열에 대한 헌법과 법률 위반행위는 두 차례의 준비절차와 오늘 11차 변론기일에 이르기까지 엄격한 심리를 거친 서증과 영상, 16명 증인들의 증언에 의하여 충분히 입증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쯤 되면 피청구인은 위헌 위법한 비상계엄에 대해 반성과 성찰을 통해 국민들에게 진정으로 머리 숙여 사과해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피청구인은 대국민 사과는커녕 경고성 짧은 계엄이었다느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느니 변명합니다. 이로 인해 국민은 계엄선포의 당시의 충격 그 이상의 충격을 받고 있습니다. 일찍 끝난 계엄이 피청구인의 공로입니까? 사상자 없이 끝난 계엄이 피청구인의 자랑입니까? 계엄의 피해를 그나마 줄일 수 있었던 것은 국회로 달려온 시민들, 계엄군을 막아선 국회 보좌진들, 장갑차를 막아선 시민들 덕분입니다. 본인도 실토했듯이 명백한 불법 명령에 소극적으로 저항했던 군인, 계엄해제를 위해 목숨 걸고 담을 넘었던 국회의원들의 합작품입니다. 경고성 계엄이고 아무 일도 안 일었으니 또 하시겠습니까? 사람이라면 염치가 있어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이미 군사독재와 비상계엄에 대한 아픈 상처를 품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1980년 5월 광주를 핏빛으로 물들였던 전두환 신군부의 비상계엄을 생생히 기억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왜 찔렀지, 왜 쏘았지 트럭에 실고 어딜 갔지. 망월동의 부릅뜬 눈으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 광주학살의 상흔과 그 정신들이 45년 후 내란의 밤 국회를 지켜주었습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의 말처럼, 과거가 현재를 도왔고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했습니다.

민주헌법 지킴이 헌재 재판관님.

피청구인은 비상계엄선포 긴급담화문에서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자유 민주주의 체제전복을 기도하고 있고, 국회가 자유 민주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괴물이 된 것 같다. 대한민국이 당장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 풍전등화의 운명에 처해있다.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했습니다.

피청구인에게 묻고 싶습니다.

지금도 2024년 12월 대한민국이 당장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풍전등화의 운명에 처해있었다고 생각합니까? 혹시 명태균 황금폰으로 인한 본인만의 위기는 아니었습니까? 국회가 범죄자의 소굴입니까? 국회가 반국가세력입니까? 국회가 종북 반국가단체라면 총선에서 투표한 국민들도 반국가 종북 세력이란 말입니까?
국가 예산편성권은 행정부에 있고 예산심의 의결권은 국회의 권한입니다. 용처를 소명하지 못해 국민혈세 낭비로 지목되었던 검찰 특수 활동비를 삭감했다고 계엄을 한다면, 과학기술 분야 R&D 예산을 대폭 삭감한 피청구인은 누가 응징해야 합니까? 1%도 되지 않는 국가 예산을 깎았다고 비상계엄을 한다면 매년 비상계엄을 해야 하는데 헌재에서 탄핵이 기각되면 또 비상계엄을 할 작정입니까?

위헌위법한 고위직 공무원들을 탄핵할 권한은 국회에 있습니다. 국회의 엄연한 합법적 탄핵권한을 말씀하시는데, 피청구인도 그 국회의 권한에 따라 탄핵되었고 법률적 절차에 따라 탄핵심판을 받고 있습니다. 피청구인 역시 헌법과 법률에 따라 20여 차례나 거부권을 행사했지 않습니까? 김건희 특검법, 채해병 특검범 등 본인과 아내에 대한 이해충돌이 있는 법안도 다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습니까? 국회도 대통령도 헌법과 법률에 따라 각자 권한을 행사한 것입니다.

국가기관은 헌법과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권한을 합법적으로 행사해야 합니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헌법과 법률을 깡그리 무시하고 반헌법적 내란을 획책합니까?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국민과 헌법에게 주먹질을 하고 린치하면 되겠습니까?

피청구인은 여야합의가 되지 않아 거부권을 행사한다고 했습니다. 여야합의는 헌법과 국회법 어느 법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런 생각 자체가 반헌법적입니다. 총선 때 한 표라도 한 석이라도 더 얻으려 노력하는 이유는 헌법 제49조에 규정한 국회의사결정은 다수결로 하라는 헌법적 명령이 있기 때문입니다. 여야합의가 법통과의 전제조건이라면 이는 총선민의를 부정하고 왜곡하는 반헌법적 반법률적 언동입니다. 뭣 하러 총선합니까?

존경하는 재판관님.

피청구인은 경고성 계엄이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가상현실에 있는 사람처럼 말합니다. 본인은 체포지시를 하지 않았다며 전 국정원 홍장원 1차장과 전 곽종근 특전사령관의 공작이라고 주장합니다. 누구보다 피청구인에게 충직했던 두 사람이 무슨 이유로 피청구인을 모함한다는 말입니까? 피청구인으로부터 직접 지시를 들은 사람이 두 사람만의 증언도 아닌데, 들은 사람들 모두 공작에 가담했다는 것입니까? 이게 가능합니까?

국회 내란국조특위에서 노영훈 방첩사 수사실장은 "군사경찰의 미결수용소라는 정상적인 구금시설이 있음에도 B1 벙커를 확인하는 것 자체가 정상적이지 않았다."고 증언했고, 김대우 전 방첩사 수사단장은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 3명에 집중하라는 지시를 받았느냐"는 질의에 "네"라고 분명하게 답했습니다.
또한 재판부에서 유일하게 직권으로 채택한 증인인 조성현 수방사 제1경비단장 역시 "내부에 들어가서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들었다고 똑똑히 증언했습니다. 피청구인측의 의원을 요원으로 둔갑시키려는 꼼수는 실패했습니다.

설령 야당이 종북 반국가 단체라서 그 주요 인사들을 체포해 구금하려 한 것이라면, 집권여당의 대표는 왜 체포하려 한 것입니까? 결국 피청구인은 반국가 세력이라는 허울을 씌워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인사들의 씨를 말리려 했던 것은 아닙니까? 이들을 모두 '수거'하고 영구집권을 꿈꿨던 것 아닙니까?

노상원 수첩은 또 무엇입니까? 노상원 수첩 "잠자리 폭발물·화학약품"…치밀한 "수거" 계획이라는 섬뜩한 내용입니다. '살해 암시' 노상원 수첩에 문재인·유시민 등 500명…"확인사살" 정치인·법조인·방송인·스포츠인 전방위 겨냥 "포승줄로 수집소 보내…모든 좌파세력 붕괴" 언론보도의 제목들입니다.

평생 축구밖에 모르는 차범근 감독은 왜 해치려 했습니까? 차범근 감독은 "저는 축구를 사랑하고 축구가 아닌 다른 일이나 가치에 대해선 관심과 욕심이 없다. 내 이름이 그 수첩에 왜 적혀 있는지 황당하고 놀라울 따름"이라며 "저는 평화와 사랑, 행복 같은 말들이 내 삶에 채워지는 노년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제 몽상에 빠져있던 권력자가 무너뜨리려 한 평화로운 일상을 회복해야 합니다. 피청구인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강변하지만 많은 일이 일어났고 계엄의 피해는 엄청납니다. 국민들은 아직도 내란성 스트레스로 잠 못 들고 서부지법 폭동사태와 같은 끔찍한 사태를 목도했습니다. 헌법수호 최후의 보루인 헌법재판소까지 테러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피청구인이 저지른 내란으로 국민들은 서로 적으로 규정하고 심리적 내전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존경하는 재판관님.

대한민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입니다. 대외의존성이 높은 경제구조상 국정안정이 곧 경제고 평화가 곧 경제입니다. 민주주의 선진국 대한민국을 불안한 시선으로 보고 있는 전 세계에 우리의 민주주의 회복능력을 보여 주어야 합니다. 하루빨리 내란을 극복하고 국정을 안정시키는 것이 그 출발점입니다.

계엄에 따른 국정혼란과 불안감으로 인한 피해가 너무 큽니다. 1차 탄핵소추안이 부결된 직후인 12월 9일 코스피와 코스닥은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계엄 선포' 한 마디에 시가 총액 140조원이 사라졌습니다.
계엄 이후 환율은 급등했고 내수 경기도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피청구인의 말과 달리 계엄의 후폭풍은 컸습니다. 건물마다 "임대문의" 안내문이 나붙고 식당주인은 손님이 없다며 아우성치며 폐업을 고민합니다.

저에게 보내온 한 소상공인 사장님의 읍소를 소개합니다. "제조 도매 자영업자입니다 12.3이후로 급 주문하락으로 재정난에 시달리다가 2월을 끝으로 직원 3명을 부득이하게 내보내고 가족 4명이 어렵게 운영중 입니다. 지난1년 동안 워낙 어려워도 직원들 월급은 마이너스통장으로 어찌어찌 채워줬는데 계엄이후로는 IMF보다 심각한 것 같아요. 50년 동안 지켜왔던 공장 문 닫게 생겼습니다." 이것이 국민들의 아우성입니다.

국익추구가 최종 목표인 외교적 피해가 막심합니다. 미국 정부는 비상계엄 발표가 미국 정부에 사전 통보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당혹과 우려를 표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초기 정상외교 골든타임을 놓쳤습니다.

2024년 12월로 예정되었던 일본 나카타니 겐 방위대신의 방한, 2025년 연초로 예정되었던 이시바 시게루 읿본 총리의 방한이 취소되었습니다.

EU와 유럽 국가들은 한국의 민주주의 훼손에 대하여 우려를 표하고 있고, 스웨덴 총리 방한이 취소되고, 2025년 상반기로 예정되어 있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방한도 연기되는 등 국격 실추에 따른 피해가 너무도 큽니다.

존경하는 재판관님.

비상계엄이후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은 대한민국 국군입니다. 군부독재의 폐해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하여, 우리 헌법 제87조는 군인은 현역을 면한 후가 아니면 국무위원으로 임명될 수 없다.고 규정해 군의 정치적 중립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피청구인의 사적인 목적 달성을 위해 계엄군으로 동원된 군은 자신들이 지켜야 할 국민들에게 총부리를 겨누었다는 오명을 쓰게 되었습니다. 실추된 군의 명예를 되살려 이들이 다시 나라와 국민을 지킨다는 자긍심으로 복무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 출발점은 군의 존재이유를 허물어뜨린 피청구인에게 응분의 책임을 묻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존경하는 헌법재판관님들.

저는 12월 3일 밤 10시 50분경, 비상계엄 긴급속보를 보고 살 떨리는 두려움을 안고 국회 후문 쪽 담장을 넘었습니다. 계엄군이 먼저 진을 치고 있다가 체포연행하지는 않을지 두려웠습니다. 국회 운동장 근처에서 본청으로 한 발짝 씩 내딛을 때마다 36년 전 1988년 9월의 밤이 마치 어젯밤 악몽처럼 떠올랐습니다.

새벽 1시 안기부에 잡혀 지금도 알 수 없는 서울 을지로 어디메쯤 한 호텔로 끌려가 수건으로 눈을 가린 채 속옷차림으로 4시간 동안 주먹질 발길질로 고문 폭행을 당했습니다. 언론에 보도된 노상원 수첩대로 시행됐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피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재판관님

대한민국은 세계가 놀랄 만큼 한국 현대사 100년 동안 왕조국가에서 민주주의 국가로,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해 주는 나라로, 문화예술의 강국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지금 이 시각에도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지구촌 곳곳 한국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습니다. 정치, 경제, 외교적으로도 대한민국은 유수의 민주주의 선진국이 되었고, 군사적으로도 세계 6위의 강대국이 되었습니다. 백범 김구 선생이 꿈꾸었던 문화가 꽃피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그동안 외국의 어떤 나라도, 북한도 감히 흔들 수 없는 나라라고 자부해왔습니다. 이런 자랑스러운 나라에서 현직 대통령에 의해서 국회가 계엄군에 의해 침탈당하고,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친위 쿠데타를 일으키는 끔찍한 일이 생길 줄은 꿈에도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피청구인 윤석열은 지금도 비상계엄이 고도의 통치행위라며 반성과 성찰을 거부한 채 계엄과 내란을 정당화 시키려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습니다. 그를 파면함으로써 하루 빨리 대한민국을 정상으로 돌려놓아야 합니다.

존경하는 헌법 재판관님

헌법재판소는 헌법수호의 최후 보루이며, 국민 주권을 지키는 마지막 방파제입니다. 피청구인의 반헌법적 내란행위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대한 위헌적 시도였으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반헌법적 도발이었습니다.

피청구인은 군통수권자로 부여받은 막강한 권한을 남용하여, 군(軍)과 경찰력을 사유화하는 중대한 위헌행위를 저질렀습니다. 아직도 부정선거 음모론의 포로가 되어 총선결과로 구성된 국회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탄핵이 기각되면 국정을 어떻게 이끌어가겠다는 둥 허무맹랑한 식언을 잠시 후에 들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국민들은 피청구인의 적반하장, 남 탓만 하는 아무말대잔치를 이제 믿지 않을 것입니다. 콩으로 메주를 쑨다한들 누가 믿겠습니까?

무신불립이라 했습니다. 신뢰를 잃은 대통령은 국민 앞에 다시 설 수 없습니다. 민심은 바다와 같아서 배를 띄울 수도 뒤집어엎을 수도 있습니다. 피청구인에게서 민심은 떠났습니다. 피청구인의 반헌법적 내란행위는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명백한 배신이었습니다. 피청구인의 사익과 탐욕을 위한 권력남용과 헌정질서 파괴로 인해 국민의 신뢰가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국민이 더 이상 이를 용납하지 않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귀결입니다.
피청구인을 파면하는 것은 대통령이라는 최고 권력자에게 헌법을 준수할 의무를 다시금 상기시키고, 헌법의 적으로부터 헌법을 수호하는 일입니다. 헌법을 파괴한 행위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것이 헌법의 준엄한 명령입니다.

대통령의 탄핵은 결코 가볍게 결정되어서는 안 되지만, 헌법과 법률이 정한 요건이 충족되고 헌법질서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면, 이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헌법위에 군림하려는 무소불위의 왕이 아니라 절대 권력자도 잘못하면 벌을 받는다는 일반상식입니다. 대통령에 대한 파면결정은 사적 감정의 정치보복이나 정치적 공격이 아니라, 오직 헌법과 법치주의를 회복하기 위한 헌법수호자의 결단입니다.

피청구인 윤석열에 대한 파면 결정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대한민국 헌법이 살아있고 현실에서 작동하는 실질규범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역사의 기록이 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헌법재판관님.

피청구인은 이제 대한민국의 대통령직을 유지할 자격이 없습니다. 국민들 마음속의 대통령이 아닙니다. 우리 국민은 헌법의 적은 헌법으로 막았고, 민주주의 적은 민주주의로 막았습니다.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함으로써 헌법수호의 의지를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피청구인에 대한 파면으로 얻을 국가적 이익이 압도적으로 큽니다.
필연은 우연의 옷을 입고 나타난다고 했습니다. 비상계엄이 몽상가의 우연한 돌출행동이었다면 내란극복은 국민들이 이뤄낸 필연입니다. 그 필연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저력입니다. 내란극복은 나라를 사랑하는 국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필연적 본능과 자구책, 한 땀 한 땀 노력의 결과였습니다.

이제 내란을 극복하고 국정을 안정시켜 미래로 가야 합니다. 더 좋은 민주주의, 더 넓은 민주주의 광장에서 K-민주주의가 만발하고, 빛의 혁명으로 국민적 에너지를 한데 모아 골고루 잘 사는 나라, 잠시 멈춘 외교안보국방이 튼튼한 나라, 평화로운 한반도, 경제와 문화예술이 함께 발전하는 코리안 드림을 국민과 함께 꿈꾸며 다시 전진합시다.

피청구인의 비이성적 반역사적 비상계엄은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비현실적 망동이었지만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입니다. 헌법과 나라를 사랑하는 국민들이 애국가를 자랑스럽게 부를 수 있도록, 민주주의와 헌법수호를 위하여 피청구인 윤석열을 하루 빨리, 신속하게, 만장일치로 파면해 주시기 바랍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최후변론의 끝을 영상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hyun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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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대전망] '달러 시대의 느린 균열'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2026년 글로벌 자산시장 지형은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바뀔 모양새다. 월가 주요 IB와 글로벌 운용사들이 제시한 내년 전망을 종합하면, 핵심 키워드는 ▲약해지는 달러 ▲강해지는 금 ▲제도권에 깊숙이 편입되는 코인 ▲전략자산으로 격상된 원자재로 압축된다.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는 유지되지만, 각종 정책·재정·지정학 리스크로 인해 달러 의존도를 낮추는 '조용한 탈출(quiet hedging)'이 진행 중이라는 분석이다. [사진=퍼플렉시티 생성 이미지] ◆ 달러: 패권은 유지되지만 '천천히 새는 배' 2026년 달러를 둘러싼 큰 그림은 '완만한 약세' 흐름 속에서, 기축통화 패권은 유지하되 매력은 서서히 떨어지는 구조다. 여기에 연준의 금리 인하 경로, 주요국과의 금리 격차, 글로벌 성장·정책 리스크, 그리고 디달러라이제이션(de-dollarization, 탈달) 흐름이 겹치며 달러의 방향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먼저 연준의 완화 경로를 살펴보면, 2026년 말 기준금리는 약 3%대 중반(3.4% 안팎)까지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최근 발언들을 종합하면 인하 속도는 초기 시장 기대보다 더 느리고 신중한 방향으로 조정되고 있어, 지나친 달러 약세를 막아주는 '하방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둘째는 금리 격차다. 연준이 금리를 내리더라도, 정책금리는 유럽중앙은행(ECB)의 2%, 영란은행(BoE)의 2~3% 수준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률 격차가 과거만큼 크지는 않지만, 달러 자산이 어느 정도 금리 메리트를 제공하는 만큼 "달러가 한 방향으로 급락하는 구도"까지 보긴 어렵다는 진단이다. 이 같은 상대 금리 우위는 2026년 내내 달러가 급격히 무너지는 것을 막는 완충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 셋째는 글로벌 성장과 정책 리스크다. IMF는 2026년 세계 경제가 완만하게 성장세를 개선할 것으로 보고 있어, 극단적인 안전자산 선호가 달러로만 몰리는 환경은 아닐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다만 미국의 정치·재정 이슈, 부채한도·재정적자, 무역·관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달러 방향성을 뒤흔들 수 있는 변수"로 남아 있으며, 상황에 따라 달러에 일시적인 강세·약세 충격을 모두 줄 수 있는 요인들이다. 장기 구조 측면에서 보면, 달러는 '패권은 유지되지만, 천천히 새는 배'에 가깝다. BNY멜론, JP모간, UBS, 냇웨스트, 피델리티 등 주요 글로벌 하우스들은 공통적으로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는 당분간 흔들리지 않는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그러나 무역정책 불확실성,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 연준의 완화적 기조 등 구조적 요인들이 달러의 매력을 조금씩 갉아먹는 국면으로 진입했다는 데도 큰 이견이 없다.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비중은 2000년대 초반 70%대에서 2025년 2분기 56% 수준까지 떨어졌다. 냇웨스트와 피델리티는 이 흐름을 "빠르진 않지만 분명한 디달러라이제이션(de-dollarization)"으로 규정한다. 특히 러시아 준비자산 동결 이후 커진 '제재 리스크'는 여러 국가가 결제·준비자산을 다변화하도록 자극한 대표적 계기로 지목되며, 일부 중앙은행은 준비자산 구성에서 달러 비중을 줄이고 금·기타 통화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런 전제 아래에서 보면 달러는 2026년 전반적으로는 약세 쪽으로 기울지만, 중간중간 강한 반등(숏 커버 랠리)이 나올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얻는다. 물가가 예상보다 끈질기게 높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예상 밖의 인플레이션 급등이 나타날 경우 연준의 추가 인하가 지연되면서 달러에 단기적인 지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지정학적 충돌, 금융시장 급락 같은 글로벌 리스크오프 이벤트가 겹치면 '안전자산 달러' 선호가 살아나면서 강세 국면이 일시적으로 재현될 가능성도 크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조건이 맞아떨어질 수 있는 시점을 2026년 3~6월 구간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연준의 주요 회의와 핵심 물가·고용 지표 발표가 몰려 있는 만큼, 상반기 중 일정 구간에서는 "완만한 약세 추세 속 달러 반등 구간"이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결국 2026년 달러는 방향성으로는 완만한 약세, 경로상으로는 구간별 반등이 섞인 '요철 있는 하향 곡선'에 가까운 그림으로 그려지고 있다. 달러지수 내년 전망 [사진=캠브리지 커런시스] ◆ 금: 탈달러·재정악화·지정학이 만든 '슈퍼 헤지' 월가 IB들이 그리는 2026년 금 가격의 큰 그림은 '상승'에서 '초강세'까지, 방향성이 한쪽으로 모여 있다. JP모간은 2025년 말 온스당 3,600달러대에서 2026년에는 4,0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일부 프라이빗 뷰에서는 5,000달러 안팎까지 거론한다. 골드만삭스·UBS 등도 4,000~4,500달러 구간을 기본 밴드로 제시하면서, 구조적 강세장이 이어질 경우 5,000달러 돌파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분위기다. 이 같은 '슈퍼 헤지' 논리는 세 축에 기대고 있다. 첫째,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 매수와 디달러라이제이션 흐름이다. 러시아 준비자산 동결 이후 "제재로 묶이지 않는 준비자산"을 찾는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다수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에서 달러·유로 비중을 줄이고 금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서서히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있다. 둘째,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재정악화와 부채 누적이다. 천문학적 정부부채와 확대된 재정적자는 통화가치 희석 우려를 키우며 "법정통화의 거울"로서 금의 역할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셋째, 연준의 완화 전환과 약달러 구도다. 금리가 내려가면 무이자 자산인 금의 기회비용이 줄고, 달러 약세는 달러 표시 금 가격을 끌어올리는 이중 효과를 낳는다. 기관투자가들의 인식도 이를 뒷받침한다. 나티시스 설문에서 글로벌 기관의 3분의 2는 "2026년에는 금이 코인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답하며 금을 1순위 방어자산으로 꼽았다. 동시에 상당수 기관이 전통적인 60:40 포트폴리오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를 선호한다고 응답해, 금과 실물자산을 "인플레이션·재정·지정학 리스크가 겹친 시대의 전략자산"으로 재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IB들은 2025년 급등 뒤 2026년 일부 구간에서 단기 조정과 높은 변동성은 불가피하다고 보면서도, 조정이 나오더라도 "고점을 한 단계 올리는 조정"이라는 표현을 쓰며 중장기 방향성만큼은 강하게 위를 가리키고 있다. ◆ 코인: '대체 가치 저장 수단'...그러나 여전히 '실험 구역' 코인에 대한 월가의 시각은 한 줄로 "커진 건 맞지만, 아직은 실험 구역"이다. JP모간은 비트코인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을 "달러에 대한 또 하나의 도전자"라고 부르면서도, 극단적인 변동성과 짧은 히스토리를 이유로 전략적 코어 자산이 아니라 위성(satellite) 성격의 위험자산으로 다뤄야 한다고 경고한다. 2024년 초 2조달러 수준이던 크립토 전체 시가총액이 2025년에는 4조달러 안팎까지 불어난 가운데, 규제 환경이 ETF·ETP 승인 등으로 제도권 친화적으로 바뀌며 비트코인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실제 결제·상거래 규모는 여전히 수백억 달러 수준에 머물며, 일상적 화폐나 결제 인프라로서의 역할은 초기 단계라는 점이 반복해서 지적된다.​ UBS와 같은 보수적인 하우스는 이런 변화를 인정하면서도 "코인은 어디까지나 투기적 자산"이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UBS CIO는 비트코인 변동성이 연 70~80% 수준으로 전통 자산 대비 현저히 높고, 70% 이상 급락하는 대형 조정이 여러 차례 반복된 탓에 포트폴리오의 전략적 축으로 편입하긴 어렵다고 본다. 대신 장기 잠재력을 믿는 투자자라면 "완전 손실이 나도 전체 계획이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극소 비중으로, 장기 보유하는 전략" 정도만 고려하라고 조언한다. 반대로 SSGA나 모간스탠리, 반에크 등 디지털 자산에 우호적인 기관들은 비트코인이 전통 자산과의 상관관계가 낮고 장기 위험조정 수익이 높다는 점을 들어, 1~4% 수준의 소규모 전략적 배분이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기관 머니의 온도차도 뚜렷하다. 나티시스 2026 인스티튜셔널 서베이에 따르면 글로벌 기관의 36%는 향후 크립토 투자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답하지만, 동시에 66%는 "2026년 성과는 금이 크립토를 이길 것"이라고 응답했다. EY·코인베이스가 2025년 초 실시한 설문에서도 응답 기관의 59%가 "AUM의 5% 이상을 디지털 자산에 배분할 계획"이라고 답해 성장 잠재력을 보여줬지만, 가장 큰 우려 요인으로 여전히 변동성과 규제 리스크를 꼽았다. ◆ 원자재: AI·에너지 전환·안보가 만든 '전략자산'의 귀환 2026년 원자재 시장은 더 이상 단순한 인플레이션 헤지가 아니라, AI·에너지 전환·안보 이슈가 맞물린 '전략자산'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BNY멜론, JP모간, UBS, 냇웨스트, 피델리티 리포트는 접근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원자재·에너지·전환 메탈에 구조적인 강세 요인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BNY멜론은 AI 데이터센터 구축, 전력 인프라 확충, 에너지 전환과 함께 각국의 방위·인프라 지출이 향후 수년간 원자재 수요를 떠받칠 것이라고 본다. JP모간은 천연가스와 전력을 "AI 혁명의 병목(bottleneck)"으로 규정하며 가스 발전, LNG 프로젝트, 송전망 등에 장기 투자 기회가 많다고 짚었다. UBS는 구리·알루미늄 등 산업금속 비중 확대를, 냇웨스트는 희토류·전략자원이 '공급망 안보'와 직결되면서 지정학적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제시하고, 피델리티는 구조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실물자산·절대수익 전략이 전통 60:40 포트폴리오의 필수 보완재가 된다고 분석했다. 나티시스 설문에서도 기관투자가의 65%가 전통 60:40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가 2026년에 더 높은 수익을 낼 것이라고 답해, 원자재·실물자산을 '필수 축'으로 보는 인식 전환이 확인된다.​ 블룸버그NEF와 IEA 자료를 인용한 보고서들은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확충 수요만으로도 2030년까지 전 세계 구리 수요의 2~3%포인트 추가 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추정한다. AI 데이터센터는 단일 시설당 수만 톤 단위의 구리와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만큼, 이미 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구리·은·희토류·갈륨 등 핵심 금속 시장에 추가적인 타이트닝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기차·배터리·재생에너지 확대로 리튬·니켈·코발트 등 전환 메탈 수요가 2026년 한 해에만 30~40% 급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에너지 전환과 AI가 결합된 새로운 '미니 슈퍼사이클' 가능성이 거론된다.​ 인플레이션·무역·정책 측면에서의 환경도 원자재에 우호적이다. 모간스탠리 등은 미국·유럽에서 관세·보호무역 정책이 상수로 남는 한, 명목 물가가 2%를 상회하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과거 데이터상 인플레이션이 2%를 넘는 구간에서 원자재 상품 수익률이 평균적으로 기타 자산 대비 20%포인트가량 우위였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에너지 안보 우려와 탄소 규제가 섞이면서, 가스·LNG·원유·우라늄은 "절대 줄일 수 없는 베이스 에너지"로, 구리·알루미늄·리튬·희토류는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전략 금속"으로 포지셔닝이 재정의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월가 IB와 기관투자가들은 2026년 포트폴리오에서 원자재 비중을 한 단계 높이는 전략을, "달러·채권·전통 주식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에너지·인플레이션·안보 리스크를 헷지하는 가장 실질적인 방법"으로 제시했다. kwonjiun@newspim.com 2025-12-15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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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전재수 장관 면직안 재가 [서울=뉴스핌] 박찬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을 받는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은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오전 'UN해양총회' 유치 활동을 마친 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입장을 밝힌 후 공항을 나서고 있다. 전 장관은 "직을 내려놓고 허위사실 의혹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2025.12.11 yooksa@newspim.com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전 장관은 앞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며 사의를 표명했다.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면서도 사의를 밝혔다. 그는 "흔들림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제가 해수부 장관직을 내려놓는 것이 온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 장관은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고, 불법적인 금품수수는 단언컨대 없었다"며 "추후 수사 형태든지, 아니면 제가 여러 가지 것들 종합해서 국민들께 말씀드리거나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장관은 "(통일교 측으로부터)10원짜리 하나 불법적으로 받은 사실이 없다"면서 "600명이 모인 장소에서 축사를 했다는 것도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2018∼2020년께 전재수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 원을 제공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 청탁성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pcjay@newspim.com 2025-12-1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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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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