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일가 사익편취 근절…건전한 기업생태계 기대
[세종=뉴스핌 곽도흔 기자] #1.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999년 삼성그룹이 총수자녀에게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싸게 매각한 것과 관련해 부당지원행위로 과징금을 부과했으나 '현저히 유리한 조건'과 '공정거래 저해성'이 없다는 이유로 패소했다.
#2. 공정위는 2007년 현대그룹에 대해 총수와 자녀가 설립한 글로비스에 부당내부거래(일감몰아주기)를 했다는 이유로 63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으나 '현저히' 부당하는 점을 입증하기 어렵다며 과징금이 485억원으로 깎였다.
재벌기업의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논란 끝에 2일 국회를 통과했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로 불리는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근절은 박근혜 정부 공정거래위원회가 강조한 경제민주화 정책 중 하나다.
이번 법개정을 통해 위 사례처럼 그간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던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부당한 부의 이전 등이 없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금지규정을 신설하고 현행 부당지원금지규정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공정거래법 제5장을 '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에서 '불공정거래행위 및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의 금지'로 변경하면서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금지를 신설했다.
부당한 거래 등을 통해 이득을 얻은 수혜자에게도 과징금을 부과하고 총수일가가 이러한 부당한 거래 등을 지시하거나 이에 관여한 경우에는 벌칙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현행 부당지원금지규정도 강화해 종전에는 지원행위가 '현저히' 유리한 정도에 미치지 못하면 규제할 수 없었으나 '상당히' 유리한 경우도 규제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거래단계의 중간에서 실질적인 역할없이 수수료만 챙기는 일명 통행세 관행에 대한 규제 근거를 신설했다. 아울러 부당지원을 통해 실제 이득을 본 지원객체에 대해서도 과징금을 부과토록 했다.
공정위는 이번 개정으로 회사 간 거래를 통하지 않은 총수일가 개인에 대한 지원도 제재가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또 정상가격 산정이 곤란한 분야에서의 일감몰아주기에 대해서도 기업이 거래상대방 선정시 사업능력·재무상태 등을 합리적으로 비교·평가하지 않고 총수일가 지분 보유회사에 몰아주는 경우도 제재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총수일가가 회사에 이익이 될 사업기회를 가로채는 등의 행위도 이번 개정으로 공정거래법상 규제가 가능하게 됐다는데 의의가 있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공정위 노상섭 시장감시총괄과장은 "이번 개정으로 대기업집단 소속이 아닌 독립중소기업도 경쟁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돼 중소기업의 혁신과 발전을 조장하고 건전한 기업생태계를 조성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공정위는 개정법률을 엄정하게 집행해 국민과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경제민주화 성과를 구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곽도흔 기자 (sogoo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