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한기진 기자]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로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주의 배당투자 매력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이들 업종의 수익구조가 금리 수준에 따라 오르락 내리락 하기 때문이다.
은행은 핵심 수익원인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 하락으로 순이자마진(NIM)이 바닥 수준으로 떨어진 지 오래됐다. 증권사들은 갑작스런 채권금리 폭등으로 수백억원대의 손실을 보면 대형 증권사마저 적자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고배당의 대명사였던 보험사도 자산운용수익이 줄어드는데 금융당국이 자본 확충을 강조하자 대부분의 수익을 내부유보로 모아놓고 있다.
배당주로 매력이 높았던 금융주가 그 자리를 내놓자 저금리로 갈 길을 잃은 투자자들은 종목 찾기에 고민이 더욱 커지게 됐다.
◆ 고배당의 대명사 보험주, 3분의 1까지 줄여
1일 금융권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최근 2012년 회계연도(2011년4월~2102년3월) 결산에서 배당성향(이익에서 차지하는 배당 비율)을 많게는 10% 포인트 이상 줄였다.
업계 1위 삼성생명은 지난해 주당 2000원씩 주며 배당성향이 41%나 됐지만 올해는 29%로 대폭 낮췄다. 이 때문에 총 배당 규모가 작년 3940억원에서 올해 2911억원으로 낮아졌다.
한화생명은 배당성향이 2010년 42%, 2011년 37%였는데 올해 27%로 낮췄다. 동양생명도 지난해는 순익의 32.9%를 배당했지만 올해는 26.8%로 배당성향이 축소됐다.
상대적으로 낮은 배당을 실시하던 교보생명은 지난해 순이익의 18.8%를 배당했던 것에서 올해 13.4%로 추가로 낮췄다.
손보사들도 배당을 축소하는 추세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32%에서 올해 22%로 배당성향을 낮췄고 현대해상도 2010년 35%, 2011년 26%에서 올해 24%로 줄곧 낮췄다.
윤태호 한화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보험사들은 자본축적이 중요한 상황인데다 향후 이익전망도 밝지 않아 배당이 늘 수는 없다"면서 "금리가 더 떨어지지 않는다고 해도 채권평가액이 감소해 자본여력이 준비가 안된 보험사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증권사, 내년에 더 줄일 듯
증권사들도 대형증권사 중심으로 배당을 줄이고 있고 내년에 더 줄어들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
대우증권은 지난해보다 40원, 비율로는 33%나 줄이며 1주당 12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 현금유보에 나섰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주당 700원에서 올해 650원으로 낮췄다. 현대증권도 보통주 주당 배당금을 지난해 200원에서 올해 150원으로 줄였다.
올해 수익이 채권투자 손실로 당기순손실을 우려하는 증권사가 많아 내년 배당은 올해보다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 ‘고배당’ 자제령, 은행권 수익까지 악화로 배당 악재 줄줄이
은행들도 순익감소와 감독당국의 자제 요구, 내부적 이유 등으로 배당을 줄이는 추세다.
은행주 가운데 가장 고배당 성향을 보였던 하나금융지주는 외환은행 인수에 외부 차입 및 채권 발행 등의 비용을 갚기 위해 배당을 급격하게 줄였다. 배당성향이 2011년 78.4%에 달했던 것이 2012년 4.4%로 급락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외환은행 인수로 배당을 과거에 비해 줄이기로 주주들에게 양해를 구해왔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지주도 배당성향이 2011년 20.4%, 2012년 17%로 줄였고 올해와 내년에도 순이익이 크게 늘지 않는 이상 배당성향이 높아지기는 힘들어 보인다.
KB금융지주는 2011년 11.7% 2012년 13.4%로 타 금융지주사와 비교하면 낮지만 주당 배당금은 신한지주와 비슷한 600~700원 수준이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금융지주는 배당성향이 2011년 9.4% 2012년 11.7%로 상대적으로 낮은 데다 주당배당금도 200~250원에 불과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본규제인 바젤III는 자본여력 확충을 강조하면서 배당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