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포기·보고·북핵 용인 발언 등 원문 보면 새누리 주장과 달라
[뉴스핌=정탁윤 기자]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전문 공개 파장이 거세다. 새누리당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북방한계선) 포기 발언'을 했다는 기존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고, 민주당은 대화록 전문 어디에도 '포기'라는 발언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특히 국정원이 103쪽짜리 대화록 전문과 함께 공개한 8쪽 짜리 '발췌록'이 여야 간 정쟁의 타깃이 되고 있다. 국정원이 작성한 '발췌록'이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왜곡했다는 것이다. 즉 발췌록이 노 전 대통령의 'NLL 발언'과 북핵 인정 여부, '보고'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 등에서 전후맥락을 무시했다는 주장이다.
지난 24일 공개된 발췌록에는 NLL관련 발언을 포함해 주한미군, 대미관계, 대일관계, 북핵 문제 등에 대한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이 짤막하게 요약돼 있어 25일 공개된 대화록 원문과는 상당 부분 차이가 있다.
아울러 국정원이 기존 2급 기밀인 대화록 전문을 일반문서로 해제해 공개한 것을 놓고 불법성 논란과 함께 외교적 결례이자 국가적 손실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야당은 당장 오는 27일 중국을 방문하는 박근혜 대통령의정상회담 대화록도 공개해야 한다고 정치공세를 펴고 있다.
◆ 'NLL 포기 발언' 있었나 없었나…명시적 '포기' 표현 없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의 핵심쟁점은 노 전 대통령의 이른바 'NLL 포기 발언' 여부다.
노 전 대통령의 NLL 관련 언급은 발췌록에는 "NLL은 바뀌어야 한다", "우리가 제안하고 싶은 것은 안보군사 지도 위에다 평화경제지도를 크게 덮어서 그려보자는 것"이라고 나와 있다.
그러나 전문에는 "나는 그 부분이 우발적 충돌의 위험이 남아있는 마지막 지역이기 때문에 거기에 뭔가 문제를 풀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NLL이라는 것이 이상하게 생겨 가지고, 무슨 괴물처럼 함부로 못 건드리는 물건이 돼 있거든요" 등의 발언이 담겨 있다.
노 전 대통령은 "그래서 거기에 대해 말하자면 서해 평화지대를 만들어서 공동어로도 하고, 한강하구에 공동개발도 하고, 나아가서는 인천, 해주 전체를 엮어서 공동경제구역도 만들어서 통항도 맘대로 하게 하고, 그렇게 되면, 그 통항을 위해서 말하자면 그림을 새로 그려야 하거든요"라고 말한다.
또 "이것을 바꾼다 어쩐다가 아니고. 옛날 기본합의 연장 선상에서 앞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하고 여기에는 커다란 어떤 공동번영을 위한 그런 바다 이용 계획을 세움으로써 민감한 문제들을 미래지향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지 않겠느냐. 우리가 뭔가 지혜를 발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전문 어디에도 "NLL을 포기한다"는 노 전대통령의 발언은 없다. 민주당은 이를 근거로 반박에 나섰다. 문재인 의원은 "노 대통령이 NLL을 포기한다는 말은 없고 오히려 NLL을 함부로 못 건드린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NLL은 바꿔야 한다"는 표현이 결국 NLL 포기 취지의 발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화록 공개를 주도한 새누리당 소속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은 "노 전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 앞에서 NLL을 부정하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번 한 것이 확인되지 않았느냐"면서 "'포기'라는 발언을 하고 대통령이 인감증명을 떼와야만 문제가 되는 거냐"라고 말했다.
▲ 국정원이 공개한 2007 남북정상회담록 발췌본중 NLL 발언 부분 [사진=뉴시스] |
노 전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에게 '보고'라는 말을 자주 사용했다는 새누리당의 주장도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0일 발췌본을 열람한 서상기 정보위원장 등 새누리당 의원들은 "노 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보고 드린다'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며 "굴욕과 굴종적인 남북정상회담의 상징적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발췌록에는 노 전 대통령이 "6자회담 관해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는데, 조금 전에 보고를 그렇게 상세하게 보고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이 발언은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정상회담 도중 노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 앞에서 북핵과 관련한 10·3 공동성명 합의 경과를 보고한 것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김 위원장은 김 부상을 불러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따라서 노 전 대통령이 언급한 '보고'는 맥락상 김 부상이 참석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회담장에서 행한 '보고'를 뜻하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 즉 노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보고를 한 것이 아니라 북측 인사가 노 전 대통령에게 보고를 했다는 것이다.
◆ 북핵 인정 관련…원본에 북핵 '용인' 발언 없어
노 전 대통령이 '북핵(北核)은 자기 방어용'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주장도 논란이다.
발췌록에서 노 전대통령은 북핵과 관련 "우리는 경수로를 꼭 지어야 한다"며 "나는 지난 5년 동안 북핵문제를 둘러싼 북측의 6자회담에서의 입장을 가지고 미국하고 싸워 왔다. 국제무대에 나가서 북측 입장을 변호해 왔다"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실질적으로 미국하고 딱 끊고 '당신 잘못했다'고 하지 못한 것은 미국이 회담장을 박차고 나가면 남북 모두에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종석 전 장관에게 '우리가 미국 제끼고 경수로를 짓자'고 몇 번 말로 하니까, '안된다' 그래서 안되는 이유를 보고서로 내라고 했다. 보고서가 자세하지 않아 다시 보고서를 받았는데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원본에는 북핵을 용인한다는 명시적 발언은 없다. 민주당 김현 의원은 "회의록 어디에도 그런 표현은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뉴스핌 Newspi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