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부른 경기부양 없다…하반기 구조개혁 가속화
[뉴스핌=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상반기를 마감하는 중국 금융시장이 심하게 출렁거리고 있다. 주가가 폭락세를 보이고 금리 불안이 가중되며 시장이 극도의 혼란을 겪고 있다. 증시에서는 상하이종합이 24일 2000선이 붕괴된데 이어 25일에는 1800선으로 미끄러져 내렸다. 점점 나빠지는 주요 경제지표와 미국 양적완화 축소방침에 따른 단기자금 유출이 경제앞날에 대한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일각에서는 하반기들어 차이나리스크가 현실화하는게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하반기 중국경제를 분야별로 점검해본다.
◇중국 하반기 경제 미궁속으로...
투자 심리와 소비 심리가 모두 꽁꽁 얼어붙고 있다. 더욱이 정부가 경제 성장구조 개혁을 위해 통화 긴축을 고수하면서 경기 불투명감이 한층 짙어지고 있다. 실물분야 관계자들은 '자금불황'이 깊어져 경영이 시계 제로 상황에 처했다며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하반기에도 유동성 경색이 한층 굳어져 자금불황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정부는 이미 경제성장률 8%시대를 접고 6%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2013년 하반기는 중국 경제가 7%대 성장으로 방향을 트는 성장의 전환기가 될 것이다. 골드만삭스 중국본부 관계자는 중국은 이제 8%성장 시대와 고별했다고 중국증권보와의 인터뷰에서 전망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2014년~2020년 평균 성장률이 6.7%로 낮아지고 특히 2020년 성장률은 4.5%로 급강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력 투자기관과 경제전문가들은 중국의 올 하반기 성장률이 7.5%를 조금 상회하는 정도로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증권보는 25일 시티은행이 중국의 예상 경제성장률을 7.8%에서 7.6%로 하향 조정했다고 전했다. 시티은행측은 제조업과 인프라 투자가 견인하던 고도 성장은 이제 한계에 달했으며 최근의 금융불안도 경제 성장가도에 일정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정부는 실제로 더이상 8% 이상의 고성장에 연연해 하지 않고 그럴 필요성도 못 느끼고 있다. 신은만국(申銀萬國)증권 수석 애널리스트 리후이융(李慧勇)은 "중국은 고성장 지속이 아니라 경제 성장 방식의 개혁을 최우선 정책 과제로 천명했다"며 앞으로 성장 속도는 눈에 띄게 느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정책 기조하에서 1분기 7.7%를 기록한 중국 경제성장률은 2분기에는 7.5%~7.7%의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하반기에는 높게 잡아도 8%선을 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는 최근 극심한 자금 불황에 직면해서도 정부가 통화 팽창에 나서지 않는데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유동성 경색 국면이 하반기에는 더 심화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2013년 경제운영 목표에 의하면 올해 M2증가율은 13%다. 하지만 실제 통화공급 증가율은 이미 16%수준에 도달해 있다. 자금 결핍은 커녕 실제상으로는 통화 과잉을 걱정해야하는 상황으로 통화당국은 게속해서 유동성관리에 신중을 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이 밝히는 6월 CPI 상승률 예상치는 2.5%로 예상되고 있지만 하반기에도 인플레는 여전히 중국 통화당국이 신경을 써야할 대목으로 보여진다.
전문가들은 주요 경제 지표가 지난 5월에 이어 6월, 하반기 들어서 까지 계속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반기에도 수출입 상황이 크게 개선되지 않고 내수 고정자산 투자 등 주요 지표가 모두 하락할 전망이다. 구매관리자지수(PMI) , 15개월 연속 마이너스 상승률을 보인 생산자 물가지수(PPI)도 하반기 들어 계속해서 후퇴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 '섣부른 경기 부양 없다'
주요 경제 지표는 하반기에도 계속 악화할 것이라는게 시장 분석가들의 지배적인 전망이다. 중국 증시상황은 9개월 중단된 IPO가 재개된다는 소식에 신용대출 긴축과 단기 외화자금 유출에 따른 자금경색 등으로 인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내수를 비롯한 경제 부양도 직간접적인 증시 부양에 대해서도 당장은 매우 보수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중국의 관영 매체들도 정부의 이런 정책적 스탠스를 적극 편들고 나섰다.
인민일보는 24일 증시가 폭락한 상황에서 시장 부양은 증시를 더욱 허약하게 만들것이라며 섣부른 개입에 반대하는 논평을 실었다. 공산당 기관지인 이 신문은 은행감독위원회나 중앙은행이 '우는 아이 젖주는 유모가 아니다' 라는 표현으로 경기나 주가의 인위적 부양 조치에 미리 경계감을 표시했다.
관영 신화통신도 지난 23일 최근의 금융 불안은 그림자 금융의 투기적 행위에 의해 촉발된 측면이 강하다며 지금은 문제점을 치유하는데 힘쓸 때라며 긴축유지 정책에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현재 유동성이 총체적으로 적당한 수준이며 하반기 들어서면서 금리 파동과 유동성 문제는 점차 완화될 것으로 판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통화기관 당국자는 "시중에 돈이 없는게 아니다. 문제는 돈이 필요한 곳에 효율적으로 쓰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때문에 이번 시중 자금불황은 자금이 실물경제로 흘러들게 하려는 정책적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는 얘기다.
중국 금융시장에서는 중국정부 당국이 금융시스템의 건전성 제고를 위해 그림자 은행 활동을 억제하고 이를 통해 신용대출의 거품을 걷어내는 작업에 하반기에도 계속 고삐를 조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하반기 경제 구조개혁 가속화
시진핑 국가주석을 정점으로 한 중국의 새 지도부는 분배 중시 균형 발전 등을 핵심 가치로 내세운 뒤 국가 경제 운영에서 있어 성장 방식의 구조개혁을 집중 강조하고 있다.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6월 8일 미국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 회담 때 중국의 1분기 7.7% 성장은 경제 구조조정과 성장의 질 및 효율성 제고에 비춰볼 때 매우 바람직한 수치라고 강조했다.
산업구조를 업그레이드하고 전통산업과 수출 등에 의존해 온 성장을 소비를 비롯한 첨단 산업과 고부가 서비스업 위주로 개편한다는 전략이다. 이런 방침아래 새 지도부는 섣부르게 경기 부양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방 일각에서는 중국 경제가 산업 과잉과 내수 부진으로 더이상 세계 성장의 엔진 기능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중국 경제의 쇠퇴가 시작됐다는 얘기도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최근 잇달아 나오는 경제 지표와 주가 붕락조짐을 보면 이런 관측은 일견 타당성 있는 관측으로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정부 입장은 사뭇 다르다. 국무원 발전연구중심 거시경제부 장리쥔(張立群) 연구원은 "경제 지표 악화와 증시 불안이 중국 당국의 경제 성장방식의 개편 노력 및 금융 체제 구조조정에 따른 것임을 고려하면 중국 경제가 성장 동력을 상실한 것으로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장 연구원은 부동산 과열 해소, 성장의 후유증인 그림자 금융 치유, 경제 구조조정 노력에 따른 시장의 일시적 투자심리 냉각은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경제의 펀더멘탈을 강화시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과잉 생산과 내수 부진은 경제 성장 방식 전환과정에서 어차피 극복해 나가야 할 문제인데 이에 따른 경기하강을 두고 중국 경제가 하강의 포물선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단언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중국 경제가 오히려 합리적인 방향으로 착실하게 양호한 질적 성장의 기틀을 다져나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경제 성장의 건강한 구조 전환은 중국 R&D 투자가 입증하고 있다. 중국의 R&D총액은 2012년 1조 240억위안으로 전년비 17.9%증가했다. 같은해 GDP 총액의 1.97%에 해당하는 규모다.
[뉴스핌 Newspim]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