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세혁 기자] 911센터 요원 조던(할 베리)은 6개월 전 실수로 살인사건을 막지 못했다는 자책에 시달린다. 일선에서 한발 물러나 신입 교육을 담당하던 조던. 어느 날 걸려온 케이시(아비게일 브레스린)의 다급한 전화에 피가 거꾸로 솟는 충격에 휩싸인다.
6개월 전 사건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한 조던은 케이시를 살려야 한다는 일념으로 다시 전화기 앞에 앉는다. 하지만 케이시를 구하려 위험한 모험을 할 때마다 애꿎은 희생자만 늘어난다. 최악의 상황이 다가오지만 케이시의 행방을 알 길 없는 조던은 속이 시꺼멓게 타들어간다.
영화 ‘더 콜’은 노련한 연기파 배우 할 베리(47)와 아역 때부터 단연 돋보였던 아비게일 브레스린(17)을 투톱으로 기용한 납치 스릴러다. 거대한 도시 곳곳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범죄와 싸우는 911요원들의 활약과 좌절, 인간적 고뇌를 그렸다는 점이 신선하다.
‘더 콜’은 할리우드의 10대와 40대를 대표하는 할 베리와 아비게일 브레스린의 유기적인 호흡이 돋보이는 영화다. 각각 911 베테랑과 납치된 소녀를 열연한 두 사람은 살리려는 자와 살려는 자의 절박함을 저마다의 내공으로 소화했다. 아카데미가 인정한 할 베리의 거부할 수 없는 흡인력은 발군이다. 2007년작 '나의 특별한 사랑이야기'에서 아빠를 빤히 올려다보던 꼬마숙녀 아비게일 브레스린의 어른스러운 면모가 긴박한 스릴 속에 색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스릴러의 가장 큰 특징인 절박함은 두 사람에게 한정되지 않는다. 케이시를 납치한 알란 데나도(마이클 임페리올리)는 뜻대로 흐르지 않는 상황에 두려움을 느끼는 캐릭터다. 우리에게 익숙한 스릴러 속 악역과 조금 다르다는 점이 오히려 색다른 압박감을 주는 인물이다.
세 배우의 호연 덕에 영화는 초중반 훌륭한 몰입을 보여준다. 특히 케이시가 차량 트렁크에 실려 끌려가는 장면이 흥미롭다. 갑갑한 트렁크 안에서 휴대폰에 의지해 탈출을 시도하는 케이시를 보노라면 2010년 국내 극장가를 충격에 빠뜨렸던 생매장 스릴러 ‘배리드’가 떠오른다. 관 속에서 휴대폰 하나에 의지해 외부와 소통하는 전율의 긴장감을 ‘더 콜’에서도 느낄 수 있다.
트집까지는 아니지만 영화는 이런 에너지를 후반까지 끌고가지 못해 아쉬움을 남긴다. 끝으로 가면서 슬슬 김이 빠진다. 밸브가 풀린 것처럼 압박감을 유지하지 못하고 이야기가 흩어진다. 마지막에 보여주는 반전 아닌 반전은 신선한 시도처럼 보이지만 그 장면을 위해 갑자기 튀어나오는 설정들이 다소 부담스럽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