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들 "그레이트 로테이션 시기상조"
[뉴스핌=김선엽 우수연 기자] 미국채 금리가 10년물 기준 2%를 훌쩍 뛰어 넘어 고공행진을 펼치면서 국내 채권시장의 변동성도 크게 확대되는 양상이다. 특히 서울 국채선물 시장에서 지난 29일 외국인이 4조원 가량을 팔아치우며 일일 순매도 최고 기록을 경신함에 따라 불안감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시장참여자들은 과연 글로벌 경기의 회복세를 확신할 수 있는지, 또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는 언제쯤 가시화될 것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채권시장이 급격한 조정을 연출한 시발점은 이달 22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의 의회 연설이다. 이후 출구전략의 조기시행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20bp 가량 폭등했고 서울 국채선물 시장에서 외국인의 포지션도 빠른 속도로 축소됐다.
이는 국내 채권 딜러들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의 한 채권 딜러는 "외국인의 순매도 강도가 예상을 벗어날 정도로 셌다"며 "크게 봤을 때 대전환의 시작인지 아니면 작년 11월이나 올해 2월과 같은 금리 박스권의 상단인지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쪽의 대응이 생각보다 빠르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현재 상황을 '그레이트 로테이션(위험자산으로의 자금 대이동)'의 시작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쪽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또한 미국의 출구전략이 가시화되기까지는 확인돼야 할 지표가 산적해 있다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문홍철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5월초부터 미국채 금리가 40bp 이상 급등한 반면 4월 이후 S&P는 올라왔다는 사실만 보면 그레이트 로테이션 얘기가 나올 법도 하지만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자금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가려면 경기가 크게 살아나고, 물가도 오르고, 기업실적도 좋아지는 등의 조건이 필요할 것 같다"며 "예전에 미국 경기회복 지표 중의 하나로 연준위원이 6개월 연속 월 20만건 이상의 비농업 고용창출건수를 제시했는데 아직 그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지만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그레이트 로테이션으로 보기는 어렵고, 스몰 로테이션 정도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점이 미국을 중심으로 확산됐고 코스피도 2000을 넘으면서 한국도 위험자산 중심으로 자산배분 비중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장기 저성장 문제는 피해갈 수 없는 문제라고 판단한다. 큰 그림에서 성장률 하락 추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인구 구조상 잠재성장률 조차도 중장기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도 비슷한 평가를 내놨다.
한은 국제국 은호성 국제총괄팀장은 "차분할 필요가 있다"며 "버냉키는 양면적인 얘기를 다 했는데 시장이 미스리딩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그는 "버냉키는 경제가 강하게 회복하는 것이 아니라서 이른 출구전략은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고, 질의응답을 통해서 '경제가 지속적으로 좋아지면'이라는 단서를 달고 채권 매입 규모를 줄일 수 있다고 말한 것"이라며 "걱정할 문제가 아니며 시장의 일시적인 혼란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우수연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