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선진국 기관 투자자들의 무게 중심이 이머징마켓에서 국내 금융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고성장하는 이머징마켓과 프론티어마켓을 섭렵했던 이들 투자자들이 옫들어 국내 투자 비중을 대폭 늘린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55조달러에 이르는 ‘큰손’들 사이에 기류 변화가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22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일본과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의 연기금과 보험 등 기관 투자자들이 지난해 이후 이머징마켓의 비중을 줄이고 국내 투자를 늘리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타워스 왓슨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1998년 64.7%에 달했던 선진국 금융권의 국내 증시 투자 비중이 지난해 46.5%로 줄어들었다. 약 15년간 이어진 이머징마켓 투자가 꾸준히 늘어났다는 얘기다.
하지만 인구 고령화로 인해 은퇴를 맞은 고객이 늘어나면서 보수적인 투자의 필요성이 높아진 데다 금융위기 이후 감독 당국의 규제가 강화된 데 따른 리스크 관리가 맞물리면서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는 선진국 자산운용 업계의 지각변동이 앞으로 점차 강화, 10년 이상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일본의 연기금은 엔화 가치의 급락에도 불구 연초 이후 8조4800억엔(830억달러)에 이르는 자금을 국내 금융시장으로 옮겼다.
UBS에 따르면 영국 역시 2007년 35%에 달했던 해외 투자 비중이 지난해 29%로 줄어들었고 이후에도 국내 투자 비중은 감소 추이를 지속하고 있다.
유럽 지역의 연기금과 보험사 역시 2016년 본격 시행되는 자본요건 강화로 인해 이머징마켓을 중심으로 위험자산의 비중을 줄이는 움직임이다.
ING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한스 스토터 최고투자책임자는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본격화되고 있어 위험자산 비중을 예전만큼 크게 두는 것이 적절치 않은 상황”이라며 “최근 움직임은 단기적인 전략적 행보가 아닌 장기적인 구조 변화”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고위험 자산으로 분류되는 이머징마켓의 해외 자금 유입과 주식시장 강세 흐름이 크게 꺾일 것이라고 업계 전문가는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