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책금융, 고위험-고수익 투자…5000억 후순위
[대전=뉴스핌 김연순 기자] 혁신 벤처·중소기업에게 충분한 자금을 공급하는 '모험자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성장사다리펀드가 앞으로 3년간 총 6조원 규모로 조성된다.
고위험 분야를 중심으로 창업·성장 과정 등에서 생태계 단절 현상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성장사다리펀드를 통해 '창업-성장-회수·재도전'의 성장 생태계를 조성하고 자금 수급상의 불균형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22일 대전 테크노파크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방문, 벤처·중소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간담회를 갖고 '성장사다리펀드' 조성과 운영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 15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벤처·창업 자금생태계 선순환 방안의 일환이다.
◆ 정책금융 고위험-고수익, 민간 저위험-저수익 구조 설계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성장사다리펀드는 1차년도에 정책금융기관이 6000억원, 민간자금이 1조4000억원 출자해 총 2조원 규모로 조성된다. 향후 3년간은 정책금융자금이 2조원, 민간자금은 4조원 가량 참여해 총 6조원 규모를 목표로 조성해나갈 계획이다.
총 6조원 중 정책금융 등이 1조8500억원, 민간자금이 4조1500억원 규모로 조성되며, 특히 은행권 청년창업재단과 정책금융을 통해 5000억원 규모의 자금이 후순위 재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앞선 브리핑에서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은 "성장사다리 펀드는 투자자간 리스크 분리 구조를 통해 정책자금이 적극적인 모험자본의 역할을 수행하고 기업의 성장 단계와 시장의 자금 수요에 부합한 맞춤형의 다양한 지원을 담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위에 따르면 창업초기 단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할 국내 엔젤시장 규모는 벤처 버블 이후 크게 축소된 상황이다. 지난 2000년 5000억원을 넘었던 엔젤시장 규모는 2006년 971원, 2011년에는 296억원 수준으로 축소됐다.
동시에 벤처캐피탈이 업력 3년 이하의 초기단계 기업에 투자하는 비중은 30% 미만에 머물러 있고, 중간회수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해 인수합병(M&A)를 통한 자금회수 규모도 1%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또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세컨더리 펀드규모는 지난해 말 858억원(벤처캐피탈협회 추정) 정도다.
정 위원장은 "벤처캐피탈은 초기 창업 단계 기업에 투자하는 비중이 낮은 수준"이라면서 "중간회수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해 투자한 자금이 원활하게 회수되고 재투자되지 못하는 구조도 벤처·성장생태계 조성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성장사다리펀드에서 장기 모험자본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정책금융은 고위험-고수익 투자를, 민간 투자자는 저위험-저수익 구조로 설계됐다. 기본적으로 정책금융은 후순위, 민간투자자는 선순위 투자자로 참여한다.
정책금융과 청년창업재단이 함께 고위험·중위험을 분담하고 민간투자자는 저위험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해 보다 많은 민간자금이 벤처·중소기업 자금으로 유입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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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금융위원회> |
◆ Fund of Funds 구조…다양한 형태 설립
성장사다리펀드의 기본구조는 성장 단계별 자금공급 목적과 구조를 가진 다양한 모(母)펀드와 자(子)펀드로 구성된 펀드 오브 펀드(Fund of Funds) 구조다. 조성된 자금은 창업·성장·회수 금융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목적별 별도 펀드(母펀드)와 하위펀드(子펀드)에서 운영된다.
모펀드는 주식ㆍ채권, 메짜닌 증권 등 다양한 형태의 투자가 가능한 여전법상 신기술사업조합 형태로 구성하고, 일부 모펀드와 자펀드는 설립 목적과 투자 대상에 맞게 PEF, 벤처조합, 사모펀드 등 시장 수요에 맞게 다양한 수단을 통해 설립할 예정이다. 또한 유능한 벤처캐피탈리스트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등록요건 완화 등 규제 완화와 겸업 등도 추진한다.
자금 모집은 정책금융기관과 민간 투자자가 각각 별도로 자금을 결성하고 개별 펀드 단계에서 자금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정책금융기관은 매년 출자 규모를 약정한 후 집행 시기에 맞추어 모펀드와 자펀드에 자금을 출자해 운용하는 캐피탈콜(Capital call) 방식을 택한다.
연기금 등 민간 자금은 자체 자금별 투자 원칙과 기준에 따라 펀드를 결성해 성장사다리 펀드와 공동 투자할 수 있고 성장사다리펀드가 조성한 펀드에 참여하는 형태로도 참여가 가능하다.
자금운영은 분야별 민간 전문기관에 위탁하여 운영할 계획이며, 정책금융기관은 직접 운영을 담당하지 않을 계획이다. 또한 기본적으로 펀드별로 투자자가 투자금에 비례한 의결권 행사로 민간 전문 운영기관(예 : GP)을 선정해 운영한다.
정 부위원장은 "지원효과를 높이기기 위해 성장사다리펀드 중 투자지원을 받는 벤처·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신·기보 보증 지원을 강화하는 등 복합금융을 제공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3분기 본격 운용…1년간 생산유발효과 5.5조원
금융연구원의 분석 결과에 의하면 성장사다리펀드를 통해 2조원의 자금이 투입될 경우 생산유발효과는 5조500억원, 취업유발효과는 2만7000명 수준으로 예측되고 있다.
정 부위원장은 "성장사다리 펀드를 통해 이러한 정량적인 효과와 더불어 투자 중심으로의 금융산업 패러다임 전환을 마련하고 IPO, M&A 등 IB 관련 업무 수요 창출 등 금융산업 발전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금융위는 5월 중 출자 정책금융기관과 재단 전문가로 구성된 실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6월 중 성장사다리펀드 운용 방향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후 시장 수요 등을 반영해 8월 중 세부펀드를 설립하고 3/4분기 중 성장사다리펀드의 본격적인 운용 목표를 추진하기로 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 신 위원장은 창업자, 예비 창업자, 벤처캐피탈리스트 등으로부터 창업·성장 스토리를 듣고 건강한 성장 생태계 조성 등에 대해 토론을 진행했다.
간담회에는 신 위원장을 비롯해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김정국 기술보증기금 이사장, 홍기택 산업은행장, 조준희 기업은행장, 김용환 수출입은행장, 조계룡 무역보험공사 사장, 진영욱 정책금융공사 사장 등 7개 정책금융기관장과 민병덕 국민은행장, 이순우 우리은행장, 서진원 신한은행장, 김종준 하나은행장, 신충식 농협은행장, 윤용로 외환은행장 등 6개 은행장, 박병원 은행연합회장, 박종수 금융투자협회장, 이종갑 벤처캐피탈협회장 등이 참석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