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동훈 기자]#서울 용산에 거주하는 A씨(62세)는 최근 사는 곳 근처인 이태원 외곽에 한 점포주택 건물을 샀다.
대지 170㎡ 5층 규모인 이 주택의 매매가는 20억원. A씨는 이태원을 가로지르는 '이태원로' 한 블록 뒤에 있는 이 주택을 상가건물로 리모델링할 생각이다.
리모델링 비용으로는 연면적 3.3㎡당 100만원 정도로 약 1억원 가량이 들어간다. 리모델링 이후 얻을 수 있는 임대수익은 연 7000만원 정도로 3% 수준이다.
하지만 A씨는 당장의 수익만 바라보는 투자가 아니라고 말한다. 이태원 상권이 확장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중심상권에서 1㎞ 정도 떨어진 이곳도 향후 10년 후에는 발전할 것이란 게 A씨의 믿음이다.
부동산시장 침체 이후 부동산 부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부동산은 상가 건물이다. 상가 건물을 임대해 임대수익을 얻다가 적당한 시기가 오면 팔아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어서다.
최근 이들이 선호하는 투자 방법은 과거 2000년대 초반 유행했던 리모델링 기법이다. 기존 상가건물을 매입하는 대신 상가점포주택이나 단독주택을 매입해 상가건물로 리모델링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리모델링을 하는 방법은 초기 투자자금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상권은 주로 길을 따라 옆으로 확장되는 특성이 있다. 주 도로 뒷블록으로 확장되는 것은 상권 중심부를 제외하고는 흔치 않다. 이에 이같은 투자는 상권의 전망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 우선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부자들, 임대수익보다 시세차익 노린다
A씨 같은 부자 투자자들은 이른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고위험 고수익) 투자는 즐기지 않는다. 어느 정도 안정성을 갖고 투자 효과도 얻을 수 있는 '중위험 중수익' 투자방식을 원한다.
국민은행 부동산PB팀 임채우 팀장은 "기존 상가건물을 매입하는 것은 안정성은 높지만 투자 면에서는 후한 점수를 받기 어렵다"며 "리모델링은 인허가 절차가 까다롭지만 낡은 기존 상가건물을 사는 것보다 초기 투자비용을 줄이면서도 건물의 가치를 더 높일 수 있어 선호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심상권에서 다소 떨어져 있더라도 건물이 새건물이면 투자가치가 낮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A씨가 구입한 이태원 상가주택의 경우 주거지역에 있어 용적률은 120% 정도며 층수는 5층이다. 이 경우 리모델링 비용은 1억원을 넘지 않는다. 매입가격 20억원을 합쳐도 21억원 정도면 괜찮은 상가 건물을 하나 매입하는 셈이 된다.
단독주택을 사서 아예 건물을 새로 짓는 방식도 있다. 이렇게 되면 인허가 절차는 더욱 까다롭지만 초기 투자비는 더욱 줄일 수 있다.
단독주택은 상가주택에 비해 매매가가 낮다. A씨가 산 대지면적 170㎡규모 상가주택은 20억원이지만 유사한 규모의 단독주택은 15억~18억원에 매매시세가 형성돼있다. 공사비는 연면적 3.3㎡당 300만원 수준이다.
A씨와 같은 투자자들은 임대수익을 노리지는 않는다. 이미 활성화된 유명 상권은 매매가격이 이미 크게 올라 있어 임대수익이 높지 않아서다.
A씨가 구입한 상가건물 같은 주요상권 외곽 건물의 임대수익률은 3~4%선에 머문다.
이에 따라 시세차익이 이들의 '진정한 목적'이란 게 임 팀장의 이야기다. 다만 고액 투자 물건인 만큼 10년 정도 중장기 투자 전략을 짜야할 필요성이 있다.
◆인기 상권은 세로수길, 이태원 외곽
상권도 강남역이나 명동과 같은 대형상권은 투자대상이 아니다. 이미 가격이 오를 만큼 오른데다 이런 곳은 매매 수요도 많지 않아서다.
임 팀장은 "대형상권은 임대 거래는 많아도 매매 거래는 흔치 않다"며 "결국 3~4% 안팎의 높지 않은 임대수익을 노려야해 선호되지 못하는 투자 방식이다"라고 말했다.
임 팀장은 인기 있는 투자처로 신사동 세로수길과 용산구 이태원 외곽, 이태원에서 한남동으로 이어지는 거리를 들었다.
신사동 세로수길은 신사동의 중심상권인 가로수길에서 한블록 뒤에 형성된 상권이다. 그런 만큼 아직 상권이 가로수길처럼 활성화가 된 곳은 아니다.
이것은 기회요소다. 이 지역 상가건물은 가로수길 건물의 70~80%선에서 매매가가 형성돼 있다. 급매물에 따라선 70% 이하 건물도 나오고 있다.
이곳에서 거래되는 보통 연면적 330㎡ 규모 소형 상가건물의 시세는 20억원 가량이다. 세로수길은 최근 들어 매매가격이 오르는 추세지만 여전히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높다는 게 임 팀장의 설명이다.
용산에서는 이태원 외곽지역이 인기다. 제일기획에서 한강진역으로 이어지는 거리는 아직 해밀턴호텔과 이태원역이 있는 중심부 만큼 상권이 활성화 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오히려 향후 발전가능성이 있다는 게 임 팀장의 이야기다.
임채우 팀장은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라면 강남권과 한강과 그다지 멀지 않은 상권을 노려봐야한다"며 "반면 임대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는 강북권역의 성동구, 광진구 북부 단독주택 밀집지역을 노려볼 만 하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