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 페달 밟을 때마다 ‘웅웅~’…‘싱글’에게 추천
[뉴스핌=김기락 기자] 1990년대 초반 우리나라에 쿠페 역사가 시작됐다. 현대차의 ‘스포츠형 쿠페’ 개발 성과물이 이 때 출시되면서다. 현대차 ‘스쿠프’다. 당시 스쿠프는 젊은이들이 가장 소유하고 싶은 로망 그 자체였다. 스쿠프 출시 24년이 지난 지금 또 다른 로망이 탄생했다.
현대차가 이달 초 출시한 아반떼 쿠페다. 기존 아반떼를 2도어로 구성해 젊은층 입맛에 맞게 화려한 변신을 시도했다. 고성능을 지향하는 스포츠카는 아니지만 세단 보다 디자인과 성능 면에서 한수 위급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난 16일 경기도 일산에서 열린 아반떼 쿠페 미디어 시승회를 통해 타본 아반떼 쿠페는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안겨줬다.
시승 구간은 일산 오페라디바스를 출발해 을왕리 해수욕장을 왕복하는 102km 구간이다. 신공항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만큼 2.0ℓ급 누우 GDI(가솔린 직분사) 엔진 ‘맛’을 느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먼저 동반석에 탔을 때는 세단과 차이점을 알기 어려웠다. 승차감이 약간 딱딱해지고 엔진 소리가 커진 정도. 영종대교를 건널 때는 바람까지 세서 좌우로 흔들림이 느껴졌다.
![](http://img.newspim.com/content/image/2013/04/19/20130419000128_0.jpg)
기자는 을왕리 해수욕장부터 운전대를 잡았다. 가속 페달을 무심코 밟자, 헛바퀴가 돌았다. 바닥에 깔린 모레로 인해 잠시 미끄러진 것이다.
중형차급에나 달릴 2.0ℓ급 엔진은 꽤 강력한 성능을 나타냈다. 가속 페달을 밟을 때마다 ‘웅웅’대는 엔진음이 시속 100km 이상에서도 운전의 자신감을 갖게 했다. 쏘나타와 기아차 K5 등 중형차 보다 훨씬 가볍게 치고 나간다.
엔진 성능은 최고출력 175마력/6500rpm, 최대토크 21.3kg·m/4700rpm이다. 터보 엔진과 같이 폭발적이지 않지만 준중형차로는 충분하다. 다만 엔진회전수를 높게 써야 제 힘이 나오는 고회전 타입이다. 중저속 구간에서는 1.6 가솔린 엔진과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쿠페의 직설적인 핸들링을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할 수 있겠다. 아반떼 쿠페는 기존 아반떼를 쿠페로 만든 차인 만큼 서스펜션의 큰 변화는 없다.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같은 맥락에서 싼타페 길이를 늘인 가지치기 모델이 바로 맥스크루즈다.
하지만 실내 인테리어는 더 변화를 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스포츠카는 아니더라도 운전자가 스포츠카 기분을 낼 수 있도록 구성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 운전 중 가장 많이 들여다보는 계기반을 색다르게 하거나, 운전대를 3스포크 타입도 어울리겠다.
아반떼 쿠페는 ‘스포츠 루킹카(Sport Looking Car)’로 정의할 수 있다. 스포츠 루킹카는 스포츠카가 아닌 스포츠카 흉내를 내는 차다. 20~30대 소비자 중 굳이 세단이 필요치 않은 사람들이 아반떼 쿠페의 예비 주인공이다. 한 마디로 미혼자다. 현대차는 아반떼 쿠페를 연간 5000대 판매할 계획이다.
아반떼 쿠페 판매 가격은 스마트 모델이 수동변속기 1645만원, 자동변속기는 1795만원이다. 자동변속기를 적용한 프리미엄 모델은 1995만원이다. 스포츠 루킹카 목적으로 구입한다면 스마트 수동변속기 모델이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
이 세상에 1000만원대 스포츠 루킹카는 ‘모레에서 바늘 찾기’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