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개포, 은평, 노원 주택거래 안늘어..문의도 제자리 걸음
[뉴스핌=한태희 기자] "취득세 때문에 집을 안 사는 게 아녀. 취득세가 얼마나 된다고... 집값이랑 비교하면 얼마 안 되지... 집값 떨어지는 게 더 문제야."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1단지에 사는 한 주민의 말이다.
주택 취득세 감면을 6개월 연장하는 내용의 지방세특례제한법이 지난 22일 국회 심의를 통과했지만 주택시장의 분위기는 냉랭하다.
25일 주택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개포동 재건축 지역에서는 취득세 감면안이 발표됐지만 문의전화나 거래량에는 변화가 없다. '뉴타운 호재'로 최근들어 주택거래가 활발했던 은평구에서도 상담 전화는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미래공인의 한 중개사는 "시장에선 3월 말에 (취득세 감면을) 발표한다는 소식이 퍼졌고 잔금을 내는 날짜도 이번달 말로 미루고 있었다"며 "전화 문의가 평소와 차이가 없다. 취득세 감면을 묻는 전화도 없다"고 말했다.
은평구 진광동 우리공인의 한 중개사는 "취득세 감면을 감안하고 사람들이 매수를 했다"며 "상담전화가 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취득세 감면이 주는 효과는 별로 없다"고 그는 설명했다.
앞으로 주택거래량도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취득세 감면은 오래 전 부터 나온 얘기며 주택거래 시장에 이미 반영돼 있다는 게 중개사들의 설명이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미래공인 한 중개사는 "취득세 감면으로 주택거래가 눈에 띄게 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건축 호재가 있는 강남구와 뉴타운 지역인 은평구 뿐아니라 서울 다른 지역도 취득세 감면 효과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한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 제일공인의 한 중개사는 "상담 전화도 별로 늘지 않았다"라며 "취득세 감면을 안 한 것보다야 좋겠지만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집을 구하기 위해 제일공인을 방문한 김모씨는 "우리 같이 몇년 간 돈 모아서 집 사는 사람에겐 (취득세 감면이) 좋겠지만 다른 사람(다주택자)에게는 별 영향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오는 6월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을 찾고 있다.
통계 수치로도 서울 주택거래량은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25일까지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는 3589건이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이달 서울 아파트 거래는 4000건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취득세 감면이 없던 지난해 3월 4129건과 비슷한 수준이다.
시장에선 취득세 감면보다 강력한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을 기대하고 있다.
강남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에 사는 한 주민은 "정부는 지금 집을 사도 손해가 아니라는 신호를 줘야 한다"며 "취득세 감면이 규제완화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은평구 진관동 주공공인 임우상 대표도 "취득세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집값이 더 이상 떨어지지 않는 신호가 나와야 부동산 경기가 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취득세 감면안이 여·야 합의로 통과됐기 때문에 새 정부가 이달 말 발표할 부동산 정책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택 취득세 감면안이 지난 22일 국회 심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주택시장에선 취득세 감면보다 강력한 새 정부의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 은평구 뉴타운 지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걸린 안내판. |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