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기업, 지주사 등 인사 폭풍 불듯
[뉴스핌=이강혁 김연순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으로 금융권이 뒤숭숭하다.
박 대통령은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각 부처 산하기관장과 공공기관장은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같은 발언은 경우에 따라 정부 기관의 대대적인 '인사태풍'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비롯해 산하 공기업, 금융공기업 수장들의 연쇄 인사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셈이다.
지난 이명박 정부 때에도 정부 출범에 발맞춰 금융공기업 사장들이 일괄 사표를 제출하고 재평가를 거쳐 유임과 교체가 결정됐던 전력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사진제공: 청와대] |
◆ 금융위 산하기관 수장들 교체 가능성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가장 큰 관심은 금융감독원장에 쏠린다. 신임 금융위원장으로 신제윤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임명되면서 교체설이 나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발언으로 비춰볼 때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내년 4월까지 임기를 채울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부채 문제, 국민행복기금 등 박 대통령의 대선 핵심공약과 관련해 권 원장은 그동안 같은 행보를 걸어왔다"며 "무엇보다 금융위 부위원장 등을 거쳐 금감원장에 오른 만큼 누구보다 전문성 있는 인사로 인정받고 있어 교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전날 박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서 "공공기관장 중에서 임기가 남아 있더라도 해당 부처 장관과 인사위원회에서 전문성과 적절성 여부를 다시 검토할 것"이라며 "내부 신망이 높고 전문성 있는 인사들을 임명한다는 것이 인사 원칙"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금융위 산하 기관인 예금보험공사의 경우도 김주현 사장의 유임 가능성이 점쳐진다. 김 사장은 금융위 사무처장을 거치면서 금융분야에 누구보다 전문성이 있고 박 대통령과는 인연도 깊어 이른바 '박심(朴心)'을 제대로 읽을 수 있는 관료로 꼽힌다.
김 사장은 박 당선인의 동생 박지만 회장과 중앙고등학교 동기동창으로 금융권에서는 "박지만 회장과 김 사장이 절친 관계"라는 말이 널리 퍼져있다. 김 사장의 임기는 2015년 5월까지다.
장영철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도 박 대통령의 가계부채와 국민행복기금 방향과 뜻을 같이 해왔다는 점에서 임기를 채울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장 사장의 임기는 올해 11월까지다.
신용보증기금 등 일부 금융공기업 사장은 교체 가능성이 더욱 크다.
올해 7월 임기가 끝나는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은 2008년 7월 취임한 이후 연임한 상황이어서 교체 가능성이 높다. 안 이사장은 2007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대구지역 선대위원장을 맡으면서 박근혜 후보 측과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안 이사장이 조기 교체될 경우 지난해 금융위 추천으로 이사장으로 사실상 내정됐다가 밀린 금융위 홍영만 상임위원이 신임 이사장으로 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아울러 문재우 손해보험협회장이 올해 8월, 진영욱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내년 9월, 서종대 주택금융공사 사장과 박병원 은행연합회장은 내년 11월, 김규복 생명보험협회장도 내년 12월까지가 임기다. 이들 중 일부 수장의 경우는 재신임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함께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한국은행 김중수 총재의 거취도 관심이다.
김 총재는 최근 박 대통령의 정책방향과 지원군을 자임하고 있어 코드를 맞추고 있다. 지난달 25일 인수위의 국정목표 발표 당일 "중앙은행의 역할이 달라진 만큼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겠다"고 명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청와대의 인사관이 김 총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 금융지주사 눈치보기..친 MB그룹 관심
정부의 인사 방침에 크게 영향을 받는 금융지주사 수장들은 연쇄 인사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된다. 몸을 바짝 낮추고 눈치를 보고 있지만 일부 지주사의 경우는 수장 교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맨위 왼쪽부터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어윤대 KB금융 회장,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 신동규 농협금융 회장> |
우선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과 정부가 대주주인 우리금융지주 수장 교체는 현 정부의 출범 이전부터 거론됐던 부분이다. 두 은행 수장 모두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 인사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우선 강만수 KDB금융 회장은 적잖은 외풍이 예상된다. 강 회장의 임기는 2014년 3월까지다.
강 회장은 이명박 정부의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을 맡았을 만큼 대표적인 '친 MB그룹'으로 분류된다. 선임 당시에도 낙하산 인사 논란이 뜨거웠다.
전문성 측면에서는 현 정부로부터 재신임을 받는 것에 부족함이 없지만 인맥지도를 놓고 보면 거취에 대해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역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고려대 인맥으로 손꼽힌다. 때문에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정부가 대주주라는 점에서 이 회장의 교체는 시간 문제라는 해석도 있다.
특히 이 회장 임기 중 우리금융 민영화가 연거푸 무산되는 등 눈에 띄는 성과가 부족하다는 논란이 지속되고 있어 임기를 채워 신임을 받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 회장의 임기 역시 내년 3월까지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도 금융지주사 CEO 중에서 가장 입지가 불안한 상황이다. MB인맥으로 분류되는데다, 최근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 무산 등 내부 영향력이 크게 떨어진 모양새다.
하지만 임기가 올해 7월까지로 기간이 얼마 남아있지 않아 이번 인사 태풍에 휘말릴 가능성은 적다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선이다.
이외에 신동규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이명박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신으로 MB인맥에 손꼽히지만 큰 변동은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신 회장의 임기는 내년 6월까지다.
또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정치색이 짙지 않아 임기 내 인사 교체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한동우 신한지주 회장의 임기는 2014년 3월까지, 김정태 하나지주 회장의 임기는 2015년 3월까지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