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우동환 기자] 유럽연합(EU)과 한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후 1년간 한국보다는 유럽 수출 기업의 수혜가 컸지만 한국 쪽은 별로 이득을 보지 못했다는 EU 측 평가 보고서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부 외신은 한국 정부가 낙관적인 전망에 기초한 자료만 발표해서 EU 측 평가보고서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했다. 특히 한-EU FTA의 성과에 대한 자료는 수치 차이가 거의 5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5일자 'Press TV'는 EU 측 보고서를 소개하면서, 한국 정부 측이 제시한 수치와의 차이에 대해 한국 외교통상부에 질의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한국 정부은 8건의 FTA를 체결한 뒤 무역흑자가 510억 달러에 달했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대부분 동남아로부터 나온 것이지 2월 관세청 발표에 의하면 한국은 1997년 이후 15면 만에 처음으로 대 EU 무역적자를 기록했다고 프레스TV는 지적했다.
한국 정부는 대 EU 수출은 유럽 위기에 따른 영향을 받았으며, FTA 효과는 좀 더 장기적인 관점을 봐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편, 앞서 지난달 25일 EU는 유럽의회에 제출한 FTA 발효 후 1년 간의 평가를 담은 새로운 연구 보고서에서 유럽의 대 한국 수출은 37% 증가했지만 한국의 대 EU 수출은 1% 증가하는데 그쳤다고 보고했다. 이 보고서는 한-EU FTA가 체결된 2011년 7월부터 2012년 7월까지 진행된 조사를 토대로 작성된 것이다.
EU는 보고서에서 먼저 관세 및 비관세 규정이 자리를 잡으려면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번 조사로 FTA의 효과를 완전히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EU 측은 주요 품목에 대한 관세 조항이 폐기됐으며 FTA가 EU 수출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체감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FTA 발효 후 1년 간 EU의 대 한국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완전히 관세가 철폐된 품목이 그렇지 않은 품목에 비해 수출이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품목이 한국 수출에 차지하는 비중은 35% 수준이다. 같은 기간 EU의 관세 완전철폐 품목의 한국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54%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관세 철폐 비적용 품목의 한국 수출이 20% 증가한 것과 단계적 관세 철폐 품목의 수출이 35% 증가한 것에 비해 가파른 증가세다. EU는 이 기간 동안 약 6억 유로의 관세를 절감하는 효과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FTA가 발효되고 1년이 지난 뒤 EU의 한국 제품 수입은 단지 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EU는 당시 유럽의 경제 여건이 한국 기업들의 대 유럽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한국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유럽을 비롯해 다른 지역으로 옮겼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특히 체코공화국과 슬로바키아에 한국 자동차 공장이 설립되고 EU회원국 일부에 한국 전자기업이 들어서면서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에 기여했다고 EU는 평가했다.
한국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의 경우 같은 기간 유럽 수출은 규모에서는 12% 증가(4만 5000대 증가)했으며 수출금액 측면에서는 20% 증가(6억 6300만 유로)한 것으로 나타났다.하지만 EU의 자동차 수입은 금융위기 이전 4년간 자동차 수입 수준보다 37%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EU는 한국 자동차 수입 증가분 중에서 FTA 자유화에 기인하는 비중은 작은 것으로 평가했다. 10%였던 관세가 중대형차는 3%, 소형차는 1.7% 줄어드는 정도에 그치는 등 실제로 자유화에 따른 큰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한국의 EU 자동차 수입은 규모에서 70% 증가했으며 수입금액으로는 6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EU의 대 한국 수출에서 1/3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기계 및 부품 수출은 25% 증가했으며 교통 설비 품목도 51%, 화학 제품 역시 2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핌 Newspim] 우동환 기자 (redwax@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