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시장 매력 높고, 유망분야는 '통신'
[뉴스핌=주명호 기자] 최근 미국발 인수합병(M&A)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경기회복세를 타고 M&A붐이 퍼져나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유럽이 아직 경기침체 여파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좀 더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7일 시장조사업체 딜로직(DeaLogic)의 자료를 인용해 올해 1, 2월 간 미국의 기업인수거래 가치는 전년동기 대비로 94% 증가했지만 건수는 12% 줄었다고 보도했다.
같은 기간 유럽의 경우 거래액은 전년보다 0.3% 증가하는데 그쳤고 인수건수는 31%나 감소했다. 전 세계적으로는 거래액이 23% 증가했고 건수는 23%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거래 건수가 줄었는데도 실제 거래 가치가 높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대형 인수합병건이 최근에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예로 워렌 버핏의 버크셔헤서웨이는 브라질 사모펀드사 3G캐피탈과 함께 식품업체 하인즈를 280억 달러에 인수했다. 미디어그룹 리버티글로벌은 기업가치가 233억달러에 이르는 버진미디어 인수에 합의했다.
또한 U.S. 에어웨이즈는 아메리칸 에어라인을 110억 달러 규모의 합병 계획을 진행 중이다. 사무용품업체 오피스디포와 오피스맥스는 합병을 통해 연매출 180억 달러에 이르는 업계 최대기업을 탄생시켰다.
대형 인수합병은 미국내 기업들의 자금 유동성이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바클레이즈의 마크 워햄 유럽 M&A대표는 "작년에 비해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높아졌으며 인수합병의 수요와 환경이 조성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런 인수 붐이 미국에서 유럽으로 이어질까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워햄은 "아직까지 인수건수는 많지 않기 때문에 유럽은 제쳐두고 미국 내에서도 이 분위기가 이어질 지는 미지수"라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피델리티 월드와이드 인베스트먼트의 파라스 아난드 범유럽증권부 대표는 "(유럽의 경우) 거시경제 상황은 여전히 힘들지만 상황은 호전되고 있으며 시장 신뢰도 점차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의 길베르토 포지 유럽M&A대표는 "이탈리아 총선 및 거시경제 문제 등 유럽은 아직까지 불안한 상태"라며 "유럽 M&A시장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주요기업들에 대한 투자자신뢰 및 경기전망 회복이 필수적"이라고 내다봤다.
딜로직의 통계에 따르면 유럽 M&A시장은 유럽과 북미 기업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곳이었다. 영국과 아일랜드, 프랑스 등이 가장 선호되는 국가로 꼽힌다. 작년은 스위스와 독일, 러시아쪽이 인기를 끌었다.
특히 유럽 통신기업들이 가장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까지 통신업계의 인수거래 가치는 지난해보다 435%가 급등해 업계별 최고를 기록했다.
크레디트스위스 또한 유럽 통신기업들을 가장 유망한 인수합병 대상이라고 분석했다. 자유롭게 사용이 가능한 잉여현금흐름(Free-Cash-Flow) 수익률이 회사채 수익률을 넘어서고 있으며 부채 비중도 낮기 때문이다.
반면, 광산업계는 가장 인수합병에 취약한 분야로 나타났다. 올해 광산업계의 M&A 액수는 작년에 비해 오히려 87% 감소한 수치를 보였다.
[뉴스핌 Newspim] 주명호 기자 (joom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