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경환 기자] 거래량이 부족한 기업을 상장 폐지할 수 있도록 한 한국거래소 규정이 솜방망이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런 저런 방법으로 빠져나갈 구멍이 많아 상장을 유지하려는 실질적인 노력 없이도 규정을 피해갈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거래되는 유동 주식량이 거래량 부족에 의한 상장 폐지 요건에 해당하더라도 증권사 등과 유동성 공급계약을 맺으면 상장 폐지를 면할 수 있는 게 대표적이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의 경우 상장규정 제75조 제6호에서 반기 월평균 거래량이 반기 말 현재의 유동주식 수의 1% 미만일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고, 이후 다음 반기에도 그 같은 거래량 미달상태가 계속되는 경우 상장폐지하도록 정했다.
다만, 이 경우 신규 상장이나 유동성 공급계약이 체결되어 있는 경우 등은 예외로 적용, 상장 폐지되지 않는다.
여기에 유가증권시장 규정에서는 최대주주 보유 지분이나 자사주도 유동주식으로 포함시키고 있다. 사실상 시장에서 유통되지 않음에도 유동주식에 넣어 상장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보호예수 중인 주식 정도가 유동주식에서 제외되고 있다.
코스닥시장의 경우에도 대동소이하다. 관리종목 지정 요건이 주식 분산 기준과 거래량 기준의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주식 분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바로 상장 폐지되고, 주식 분산 기준을 충족한 뒤라야 거래량 기준 충족 여부를 심사하게 된다.
현행 코스닥시장 상장규정에서는 주식 분산과 관련해 제28조 제13호에서 소액주주의 수가 200명 미만이거나 소액주주의 소유주식 수가 유동주식 수의 20%에 미달할 경우 상장 폐지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즉, 유동성 공급계약으로 상장 폐지를 면했다면 적어도 소액주주가 200명 이상이거나 소액주주 소유주식 수가 유동주식 수의 20% 이상이라는 뜻이므로 어느 정도 유동성은 확보했다는 것으로 본다는 얘기다.
이같이 성긴 규정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불의의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어 우려되고 있다.
실례로 코스닥시장의 에이스침대의 경우가 그렇다. 에이스침대는 최대주주와 자사주 등을 합친 지분이 94%에 이르고, 일평균 거래량이 300주 안팎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지난 1월말 이후 주가는 10% 가량 상승했다.
또한 에이스침대의 주식수익비율(PER)은 5배에 불과한데, 동종업계 평균이 10배 이상인 것에 비해 저평가된 이유는 유동성 때문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흔치 않은 경우이긴 하지만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는 있다"며 "다만, 신규 상장의 경우처럼 일률적으로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오히려 불합리한 경우도 생길 수 있는 점 등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장은 규정 변경과 관련해 논의되는 바도 계획된 바도 없다"며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필요한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