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우동환 기자] 취임 후 첫 순방길로 유럽을 택한 존 캐리 국무장관의 행보를 두고 미국 외교력의 한계를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시리아와 이란, 북한 등 국제 현안을 두고 주요 관계국과의 외교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외교 능력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는 관측이다.
26일자 월스트리저널에 따르면 전날 존 케리 국무장관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만나 시리아 내전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지만 양측의 시각차를 좁히진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러시아가 시리아 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내주 로마에서 열리는 중재 회담에서 알 아사드 대통령 축출에 대한 결론이 도출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존 케리의 외교 행보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제재 논의에서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는 이날 유럽 주요국 외무장관들과 이란 문제에 대해 논의했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러시아의 라브로프 장관은 이란에 대한 징벌적 봉쇄 정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2기의 정책 목표가 그동안 군사 개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던 시대에서 벗어나는 데 있다는 점에서 북아프리카와 북핵 문제 역시 케리 장관의 외교 능력을 시험대에 올리고 있다는 관측이다.
앞서 존 케리는 이달 초 국무장관에 취임하면서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에 맞게 국제 교역 확대와 경제 개발에 초점에 맞추기를 원한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하지만 최근 불거지고 있는 국제 현안들은 주로 테러와 대량 살상무기의 확산과 관련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캐리 장관은 미국 정부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수행했던 단계에서 벗어나길 희망한다고 언급하고 있지만, 현 상황에서 군비 축소가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케리 장관은 전날 베를린 방문 일정 중 독일 학생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쟁을 경험한 대부분의 사람은 전쟁을 증오한다고 답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무언가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싸워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나 25일 런던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현재 외교적 방법이 효과가 없을 때 이란은 참혹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미국 관가에서는 케리 장관의 순방 일정 가운데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회동이 가장 중요한 일정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당선을 기점으로 최근 몇 개월 간 양국 정부의 관계가 악화된 바 있다.
러시아는 최근 미국 가정으로 러시아 아이를 입양 보내는 것을 법으로 금지한 바 있다.
이는 미국이 러시아 인권 변호사 피살 사건에 관련해 러시아 인사들에 대한 제재 내용을 담은 법안을 채택한 것에 대한 반발로 풀이되고 있다.
양국의 갈등은 시리아 내전에 대한 입장에서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러시아 정부는 아사드 대통령이 결국에는 축출될 것이라는 내부 경고가 나오고 있음에도 시리아 정부에 대한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케리 장관과 라브로프 장관은 베를린의 한 호텔에서 약 2시간 가량 진행된 논의에서 시간의 절반은 시리아 문제에 할애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회동을 통해 로마 중재 회담과 관련해 어떤 합의에도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우동환 기자 (redwax@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