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잡지 구독료 더 비싸게 책정..NYT 구독료 매출 증가에 '집중'
코스모폴리탄 구독료 정책 (출처=월스트리트저널) |
[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디지털 시대의 본격화 속에서 글로벌 미디어 업계의 변화가 분주하다. 생존을 위해선 전통적인 수익모델에서 빨리 탈피할 수록 유리하다.
매일 아침 종이신문을 펼치기보다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를 통해 그 날의 주요 뉴스를 체크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 슈퍼마켓에서 계산을 기다릴 때 계산대 옆에 있는 잡지를 펼쳐보다 구매하는 풍경도 점점 사라진다. 그 사이 사람들의 가방이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건 스마트폰이다.
신문사들은 따라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를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른바 디지털 구독자들을 늘리기에 혈안이 돼 있다. 온라인판 신문을 신속하게 업데이트하고 동영상 등 디지털 콘텐츠를 강화하는 것은 기본. 잡지사들도 인쇄판 판매부수 급감에 따라 디지털판 구독 늘리기와 이 부문 수익성을 강화하기에 나서고 있다.
◇ '모바일 블라인더'에 굴복하는 잡지들..디지털 구독료 높여
미국 잡지사 경영진들은 이런 최신 트렌드를 '모바일 블라인더(mobile blinder)'라 부른다. 마치 경주마가 잘 달리도록 하기 위해 눈가리개를 하듯 모바일 때문에 시야가 좁아진다는 의미다. 모바일 블라인더는 잡지 업계에 재앙같은 존재다.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더 얼라이언스 포 오디티드 미디어(the Alliance for Audited Media; 과거 ABC협회)를 인용, 보도한데 따르면 작년 미국 내 가판대와 소매점에서 팔린 잡지 단행본수는 전년보다 9.5% 줄어든 2670만부였다. 10년 전쯤 이 수치가 5290만부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걱정될 만한 감소세다.
미국 내에서 가장 잘 팔리는 잡지인 코스모폴리탄조차도 판매 부수가 18.5%나 줄었다. 주간지 US 위클리와 글래머, 스타 매거진 등도 두 자릿 수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코스모폴리탄 등 19개 잡지를 발행하고 있는 허스트 매거진의 데이비드 카니 사장은 "단 1분을 계산대 앞에서 기다리더라도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이메일이나 뉴스피드를 체크한다"면서 "아마 잡지뿐 아니라 계산대 앞에서 손님을 노렸던 다른 제품들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츄잉검 같은 제품들도 이 '모바일 블라인더'에 자리를 위협당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코스모폴리탄은 '모바일 블라인더'와의 전쟁을 위해 지난해 9월호엔 디지털 QR 코드를 넣고 고객들이 이를 스캔해 매일 경품을 탈 수 있도록 하는 전략도 취했다. 매장에선 다이어트 코크 옆에 잡지를 두어 판매를 유도해 보기도 했다.
또 디지털 구독이 늘어나는 추세에 발맞춰 인쇄 잡지 구독료보다 디지털 구독료를 더 높게 책정하는 정책으로 변화하기도 한다고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코스모폴리탄 인쇄판 잡지 구독엔 10달러밖에 들지 않지만 아이패드용 디지털판을 함께 구독하려면 19.99센트를 내도록 하는 식이다.
'파퓰러사이언스' '필드&스트림' 등을 발행하는 보니어그룹도 아이패드용 콘텐츠를 더 비싸게 구독하도록 하고 있고,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인쇄판과 디지털판을 같이 구독하는 경우 가격을 대폭 인상했다.
◇ NYT, 디지털 등 구독료 매출이 광고 매출 능가
뉴욕타임스(NYT)는 비교적 이런 변화의 바람 속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다. 종이신문과 이를 통한 지면 광고가 주 수입원이었던 모델에서 탈피, 디지털 구독료와 광고를 통해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구조로 잘 들어서고 있는 것이 실적을 통해 확인됐다.
NYT는 지난해 4분기 1억7690만달러, 주당 1.14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해 전년동기대비 200%의 성장했다고 7일 발표했다. 일단은 성공적인 자산 구조조정 덕분이었다. 구인구직 정보 사이트 인디드닷컴(Indeed.com) 인수, 그리고 지식정보 사이트 어바웃그룹 매각이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이 기간동안 올린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5.2% 늘어난 5억7580만달러. 눈에 띄는 건 종이 신문으로서의 전통적인 매출원인 지면 광고 매출이 줄었다는 점. 한 해 전에 비해 3.1% 감소했다. NYT는 이외에도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과 보스톤 글로브 등을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광고 매출은 5.1%가 늘었다.
또 이 기간 동안 구독료 매출은 16.1% 증가했는데, 한 해 전체로 볼 때 구독료 매출은 9억5290만달러로 증가율은 10.4%다. 작년 한 해동안의 광고 매출은 5.9% 줄어든 8억9810만달러. 처음으로 구독료 매출이 광고 매출을 넘어섰다. 디지털 구독자들로부터 벌어들인 돈이 많아서 가능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NYT와 IHT 등을 웹사이트와 e-리더 등을 통해 유료로 구독하는 사람은 64만명. 전 분기에 비해 13%가 늘었다. 보스톤 글로브 유료 독자수도 8% 늘어나 2만8000명을 기록했다. NYT는 지난 2011년 3월 디지털 유료화란 모험을 전격 시행했었다.
영국 BBC 출신으로 지난해 11월부터 NYT를 이끌게 된 마크 톰슨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1분기에도 광고 매출은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면서 "구독료 매출은 한 자릿 수의 성장을 할 것"이라고 봤다. 구독료 매출이 느는 건 종이신문의 가격을 올리고 디지털 구독이 늘어나면서 가능할 것이란 설명이다. 이면엔 물론 많은 기자들의 희망퇴직을 받는 등 인건비를 포함한 구조조정이 있긴 했다.
관건은 이런 실적 구조의 변화가 지속가능하는 것이냐에 있다. 모닝스타의 애널리스트 조슬린 맥케이는 "NYT가 디지털 구독료 매출을 많이 확대해 왔지만 이런 매출 증가가 얼마나 지속될 것이냐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마크 톰슨 CEO는 "비디오 동영상과 모바일과 관련해 수 개월 내 더 많은 것을 보여주겠다"면서 인력 구조조정도 추가 병행할 것임을 시사했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