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홍군 기자]“기업들의 삼성따라하기 그때 그때 달라요.”
중견기업인 H그룹 고위 임원은 최근 사석에서 “국내 최고 기업인 삼성의 문화를 받아 들이는 기업들이 많지만, 오너나 CEO의 구미에 맞는 것만 받아 들일 뿐 그렇지 않은 것들은 배척해 버리기 일쑤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임원이 말한 그때 그때 다른 삼성 따라하기의 하나가 신상필벌(信賞必罰)이다. 신상필벌은 공이 있는 사람에게는 상을 주고, 죄를 범한 사람에게는 반드시 벌을 준다는 의미의 고사성어로, 삼성의 기업문화를 표현할 때 사용하기도 한다.
삼성은 지난달 말 초과이익분배금(PS)을 지급했다. PS는 PI(생산성격려금)와 함께 삼성을 대표하는 성과 시스템으로, 사업부별로 연초 세웠던 이익 목표를 초과 달성했을 때 지급하는 성과급 제도이다.
개인별로 연봉의 최대 50%까지 받을 수 있으며, 같은 회사 내에서도 성과에 따라 사업부간 격차가 크고, 개인별 연봉에 따라 같은 직급에서도 금액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민감해하는 부분이다.
이번에도 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을 올린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와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는 상한선인 50%를 성과급으로 받았지만, 삼성토탈과 삼성석유화학 등 실적이 나빴던 기업들은 단 한 푼의 성과급도 챙기지 못하고 설을 보내게 됐다.
신상필벌이라는 삼성의 '성과주의'가 확실히 적용된 것이다. 향후 삼성은 성과가 높은 임직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성과급 체제를 개편할 예정인데, 삼성의 신상필벌 주의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H그룹 임원은 “삼성이 오늘날 국내를 넘어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는 성과에 대한 확실한 보상과 과오에 대해 책임을 묻는 문화가 뒷받침됐다”며 “하지만, 삼성을 따라 하는 기업들에게는 책임추궁만 있고, 성과에 대한 보상은 없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성과가 나쁘면 임직원들에게 과할 정도로 책임을 묻고 허리띠를 졸라맬 것을 강요하지만, 성과가 좋다고 해서 이를 임직원들에게 되돌려주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삼성 출신들을 많이 영입하는 기업으로 소문난 D사 관계자도 “삼성 출신들을 많이 영입하지만, 삼성의 문화는 제대로 받아 들이지 않는 것 같다”며 “성과주의 등 삼성과 같은 문화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삼성 출신들이 역량을 발휘하겠냐”고 반문했다.
신입사원이나 연차가 낮은 직원들의 연봉은 높여주고, 상대적으로 연차가 높은 직원들을 홀대하는 하후상박(上厚下薄)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D사 관계자는 “우수한 인재를 영입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신입사원의 연봉은 높이 책정하는데 반해, 기존 직원들의 임금 인상을 무조건 억제하는 기업들이 많다”며 “경력과 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에서 누가 열심히 일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삼성 직원들은 클라이언트들과 만날 때 자신들의 고과를 매기는 상사를 더 챙긴다는 말이 있다”며 “삼성이 잘나가는 바탕에서는 확실한 서열주의와 성과주의 문화가 깔려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김홍군 기자 (kilu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