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 비토론 비등…직권상정 가능성↓ '낙마' 관측
[뉴스핌=노희준 기자]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국회 임명동의가 무산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전날 무산된 데 이어 새누리당 지도부에서도 공개적으로 이 후보자 사퇴 촉구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회의장이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직권상정하지 않는다면, 국회에서 이 후보자의 인준 처리 자체가 장기 표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국회 의장의 직권상정 가능성도 크지 않는 데다 설사 국회 표결에 들어간다 해도 국회 동의를 잠당할 수 없어 결국 이 후보자가 낙마할 것이란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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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
심재철 최고위원은 25일 광주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에서 전날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것에 대해 "이 후보자는 자진사퇴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지도부에서 이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공개적으로 촉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심 최고위원은 "이 후보자가 특정업무경비 3억2000만원을 개인 계좌에 넣어 쌈짓돈처럼 사용하고 이자가 높은 단기 투자상품인 MMF(머니마켓펀드)에 투자했다니 어이가 없다"며 "업무에 쓰라고 준 국민 세금을 이자놀이 한 것은 사적 유용으로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국회에서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통과되는 것은 무방하다"며 "이 후보자가 사퇴하지 않고 버틸 경우 헌법기관 수장의 장기 공백상태가 계속돼 본인이 평생 몸 담아온 법조계 마음과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심 최고위원은 이런 발언은 이 후보자에 대한 새누리당내 '비토' 분위기가 지도부로까지 전이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황우여 대표는 지난 23일 최고중진연석회의 비공개회의에서 "특정업무경비를 콩나물 사는 데 써서야 되겠느냐"며 이 후보자를 겨냥했다.
같은 날 열린 의총장에서도 이 후보자에 대한 반대 의견이 커지면서 찬반이 팽팽해져 결론을 내리지 못했었다. 박민식 의원은 "중대한 결격사유가 없기 때문에 적격이라는 주장은 헌재소장이라는 막중한 무게감에 비춰 인과관계는 아니다"라고 말해 이 같은 분위기를 보여줬다.
전날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위해 권선동 새누리당 간사와 최재천 민주당 간사가 협상을 벌일 시간이 단 10여분에 불과하다는 점도 여당의 야당 설득 의사나 이 후보자 인준처리안 강행 의사가 크지 않음을 보여준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이 후보자를 두둔하고 있는 이한구 원내대표에 대한 당내 비판 목소리가 커지는 점도 '이동흡 버리기' 카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김성태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손석희 시선집중'에 출연, '헛소문의 피해자'라고 이 후보자를 두둔한 이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이 원내대표의 발언은 맞지 않다"며 "한마디로 헛소문의 피해자인지 이건 우리 국민들이 더 냉철하게 판단해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의 말을 반박한 것이다.
이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인사청문특위 여야 간사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하지 못한 후 기자들과 만나 이 후보자를 "헛소문에 의해 피해 받은 사람"이라며 "자진사퇴는 말이 안 된다"고 이 후보를 옹호한 바 있다.
여당마저 사실상 '이동흡 버리키' 카드로 가닥이 잡혀가는 분위기가 짙어지면서 여야 입장이 모두 '이동흡 불가론'으로 모아지는 형국이다.
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영등포당사에서 열린 비대위회에서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국민 반대 의견이 61%가 넘는다. 찬성은 10.7%"라며 "한마디로 여야를 넘어 이념을 넘어서 이동흡 부적격은 온 국민적 결론이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절차상 이 후보자의 국회 임명동의안이 처리될 수 있는 길은 국회의장이 임영동의안을 직권상정하는 것 뿐이다. 하지만 강창희 국회의장이 쉽사리 직권상정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전날 박 원내대표가 24일 고위정책회의에서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 인준 표결을 위한 국회 본회의는 있을 수 없다"고 못을 박은 데다 무리한 직권 상정은 집권 초 여당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이 후보자가 야당은 물론 야당으로부터 외면을 받으면서 자진사퇴로 갈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서서히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 후보자 임몀동의안이 처리되지 못해 헌재소장의 공백기가 길어지게 된다면, 법과 원칙을 중요시하는 박근혜 당선인이 이런 상황을 놔둘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