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잇단 딜 무산 해소, 종합전자회사 도약 만족
[뉴스핌=이강혁 기자] "채권단과 동부 모두 윈윈한 셈이다."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작업이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들어가면서 채권단과 동부는 이번 딜을 두고 이같이 평가했다.
대우일렉 매각을 주관한 우리은행과 동부컨소시엄은 지난 8일 서면을 통해 '대우일렉 주식매매 및 채권상환 계약(본계약)'을 체결했다.
동부가 컨소시엄을 구성한 재무적투자자(FI)의 투자금을 합쳐 오는 2월 5일까지 대금(2726억원)을 납부하면 이번 딜은 종료된다.
혹여 정해진 날짜까지 대금납부를 못하더라도 본계약 체결 2개월 이내는 가능하다. 동부와 FI가 각각 1390억원(51%)과 1336억원(49%)을 출자하게 된다.
이번 딜의 주요 변수들에 대해서도 채권단과 동부는 성공적인 합의를 이끈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은 지난 2010년 우선협상대상자였던 이란계 엔텍합과의 가처분 사건이나 중동의 주요거래처인 파슨에 대한 379억원의 합의금 등 우발채무를 모두 떠안기로 했다. 인천공장 부지 매각도 별도로 매각키로 합의했다.
동부 역시 대우일렉 직원들의 고용을 그대로 승계하고, 추가적으로 공장 등의 낙후된 시설에 대해 지속적인 투자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동부 관계자는 "공장라인과 연구개발 등에 충분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단과 동부 모두 이번 대우일렉 본계약 체결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9일 한 채권단 관계자는 "앓던 이가 빠지는 기분"이라고 했고, 동부 고위 관계자는 "종합전자회사로 발돋움하게 됐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아직 최종적으로 거래가 종결된 것은 아니지만 채권단의 안도감은 크다. 그동안 잦은 딜 무산의 악몽을 겪으며 마음 고생이 심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우일렉이 한때 1조원 가량의 매물이었기는 하지만 이번 실 대금인 3167억원도 현재의 상황을 고려할 때는 최상이었다는 자체 평가다.
올해 초 실시한 채권단의 외부 회계법인 실사에서 대우일렉의 청산가치는 2105억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 대금은 동부의 입찰금액 3700억원에서 실사조정금액 185억원, 진술과 보장 348억원을 차감한 금액이다.
대우일렉의 유산스 수백건(441억원)은 거래가 완전히 종료되는 시점부터 4개월까지 신규로 개설한 뒤 각각의 결제일에 맞춰 대우일렉이 상환하도록 합의를 이끈 만큼 채권단도 동부도 부담을 덜었다.
대우일렉의 최대주주 캠코(57.4%)는 특히, 부실채권기금의 청산기간 중 딜이 성사되면서 안도감이 더욱 크다. 캠코는 이번 매각에서 약 940여억원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우일렉의 1890여억원의 채권을 가져와서 이미 1190억원 가량을 회수한 상태이고, 이번 매각 회수액까지 합치면 대략 2130억원 가량을 회수하는 것이다. 회수율은 무려 112% 수준이다.
동부그룹도 딜 참여 초기 재무개선 약정을 맺고 있는 KDB산업은행과 의견충돌을 감수하면서까지 종합전자회사로의 도약에 욕심을 냈던 만큼 경영진 대부분이 흡족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산업은행과 부채비율을 더이상 늘리지 않기로 하고 딜을 성사시키겠다는 다짐을 했으니 그동안 마음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김준기 동부 회장은 본계약이 체결된 8일 본사 집무실에서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 받았고, 저녁에는 시내 모처로 이동해 식사를 하면서 향후 대우일렉 경영의 큰 그림을 그렸다는 후문이다.
동부가 대우일렉에 욕심을 낸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전자산업은 그룹의 사업구조 다변화와 매출구조 안정화 측면에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우일렉의 주력이 백색가전이라는 점에서 삼성과 LG도 고전하는 시장에 왜 뛰어드느냐는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대우일렉은 삼성과 LG가 프리미엄 제품을 통해서 선진국 시장을 공략하는 것과는 달리 중·저가 아이템을 가지고 중남미, 동남아시아 등 신흥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하고 있다.
중저가 시장의 해외 경쟁력 측면에서는 삼성과 LG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중동 등의 신흥시장에도 부품 공급을 통해 활발한 거래선을 구축 중이다.
여기에 동부하이텍, 동부로봇, 동부라이텍 등 기존의 동부의 전자산업과도 시너지가 기대된다. 대우일렉의 완제품에 동부의 부품이 결합하면서 안정적인 매출구조가 가능해지는데다, 신제품의 연구개발 측면에서도 다양한 분야의 사업확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우일렉의 매출은 지난 2009년 1조1272억원, 2010년 1조2829억원, 2011년 1조2895억원으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채권 등 부채는 2011년 기준으로 1조813억원이다. 채권단은 기존 채권(6452억원) 등 출자금 대부분을 출자전환해 주기로 했다. 출자전환 주식은 추후 확정한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