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 등 신흥시장 모방 불가피
[뉴스핌=우동환 기자] 일본 아베 신조 총재의 엔화 약세 유도에 대한 분명한 신념에 대해 일본 금융시장은 일단 환호를 보내고 있지만; 중국과 미국을 비롯해 환율을 둘러싼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27일자 월스트리트저널은 재집권에 성공한 일본 아베 내각의 공격적인 완화 정책이 본격적인 환율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아시아를 비롯한 신흥 시장 역시 비슷한 통화 절하 정책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재집권에 성공한 자민당의 아베 내각은 최근 달러/엔 환율을 85엔 선 위에서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강하게 시사한 바 있다.
전날 외환시장에서 엔화의 가치는 달러에 대해 86.16엔까지 하락하며 28개월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
이는 총선 기간 자민당이 내건 선거 공약을 실천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풀이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과 외환 시장 투자자들은 일본 정부의 이같은 행보가 아직은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다른 국가들을 자극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웨스트팩 뱅킹의 라차드 프라눌로비치 전략가는 "일본 정부의 정책은 글로벌 환율 전쟁의 포문을 연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아베 총리는 급진적인 접근법을 추구한 바 있다"고 밝혔다.
최근 엔화의 약세는 아시아 국가들에도 파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지난 10년과는 다르게 한국과 대만, 중국은 빠르게 성장하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일본과의 직접 경쟁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
따라서 수출 증진을 통한 경기부양에 나서기 위해서는 자국 통화의 절하 유도가 다급해진 상황이다.
중국은 다만 미국과의 긴장 재발을 우려하면서 위안화 환율의 변동폭 조절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한국은 올해 들어 원화의 가치가 크게 절상된 만큼, 매월 금융통화정책 회의에서 경기 부양에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밖에 이스라엘과 스위스 등 대부분의 국가가 자국 통화의 절상을 막으려는 시도에 나서고 있으며 심지어 '환율 전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 미국의 완화정책을 비판했던 브라질 역시 통화 절하를 유도하고 있다.
일본의 제조업체들은 일단 엔화의 약세를 좋은 소식이라며 반기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이 달러/엔 환율 전망치를 80엔 수준으로 잡았던 만큼 최근의 엔 약세는 기업에는 호재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일본은 에너지를 비롯해 원자재에 대한 수입 의존도 역시 높기 때문에 급격한 엔화 가치의 하락은 위험할 수 있다.
앞서 이시바 시게루 자민당 간사장은 달러/엔 환율을 85엔~90엔 수준으로 유지하는 방안에 대해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다이이치 생명의 나가하마 토시로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정부 역시 엔 약세로 수입품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달러/엔이 100엔선을 돌파하기 전까지는 수혜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본 정부 내부에서는 공격적인 완화정책이 다른 국가들의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2011년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에 단독으로 개입했을 당시 미국은 일본 정부 측에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미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외환 시장에 개입하기 보다는 펀던멘털 측면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시장에서는 새로 재무상에 오른 아소 다로 전 총리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총합연구소의 유모토 겐지 부소장은 아소 다로 재무상이 엔 약세를 선호한다고 언급한 만큼 자민당의 정책을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상당한 압력에 직면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일본 정부가 특정 환율 수준을 거론하면서 시장에서는 정부의 개입 시점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유모토 겐지 부소장은 달러/엔이 90엔을 넘어가거나 85엔선 밑으로 떨어질 때를 가정해 정부의 개입 여부에 대한 질문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우동환 기자 (redwax@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