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아베 내각이 성립하면서 일본 엔화가 2년 7개월래 최저 수준으로 급격한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이런 추세가 내년에는 반전될 위험이 있다는 일부 경고도 나오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일본은행(BOJ)보다 한발 앞서 강력한 완화정책을 구사함에 따라 엔화보다 미국 달러화 가치가 더 빨리 떨어질 수 있고, 다양한 리스크 이벤트 때문에 안전통화로의 도피가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27일자 CNBC뉴스는 호주 웨스트팩은행의 션 캘로우 선임외환전략가가 "2013년에 달러/엔 환율은 79엔 선으로 재차 하락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고 소개했다.
캘로우는 BOJ의 완화정책이 안전 도피에 따른 자금 유입을 억제할 정도로 강력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 이에 따라 엔화가 다시 강세로 전환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BOJ에 거는 아베 정부나 금융시장의 기대치가 너무 높아진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BOJ는 항상 완화정책에 신중한 입장인 반면, 미 연준은 보다 즉각적으로 더 공세적인 정책을 구사하기 때문에 연준이 싸움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올해 BOJ가 다섯 차례에 걸쳐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확대했지만, 연준의 '무제한' 완화정책에 밀려 번번이 엔화 강세가 지속된 바 있다.
또 11월 중순 이후 8%나 하락한 엔화가 지난주 BOJ의 자산매입 기금 10조 엔 확대에는 즉각 반응하지 않았던 것도 주목된다. 캘로우는 "내년에도 추가 부양책이 실시되겠지만, 충분한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며, "결국 내년 말까지 상당히 큰 실망감이 외환시장을 물들일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20년 동안 제로(0%) 부근에서 횡보하던 일본 물가가 갑자기 빠르게 상승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라면서, "명시적 물가 안정 목표를 도입하는 것 만으로는 안 된다"고 단언했다.
웨스턴유니언 비즈니스솔루션의 데이빗 그린 선임 기업외환 딜러 역시 엔화가 내년 연말까지 다시 강세로 돌아설 것이란 주장에 동의했다. 다만 그는 달러/엔이 약 82엔 선까지 완만하게 후퇴할 것으로 봤다.
그린은 미국과 유럽의 경제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엔화로 매수 자금이 유입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았다. 2013년에는 상당한 리스크 이벤트가 발생해 안전도피가 발생할 것인데, 이는 엔화 강세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당장 미국의 '재정절벽' 위험이 임박했고, 유로존 재정 위기도 또한번 시장을 흔들 가능성이 있다면서, 엔화가 아니라면 다른 아시아 통화 쪽에서 안전지대를 찾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충고했다.
한편, BOJ가 이번 주 발표한 11월 정책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일부 정책심의 위원은 "물가가 1% 선으로 오를 때까지 무제한 완화정책을 한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소수 의견에 불과했다. 12월 BOJ는 물가 목표 도입 여부는 1월로 미루고 자산매입 규모만 10조 엔 확대했다.
아베 내각은 계속해서 일본은행이 2%의 명시적 물가 목표를 도입하고 공격적인 완화정책을 펴라고 압박하는 중이다. 약 85엔~90엔 정도의 환율을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이 아베 총리와 일부 경제 각료의 발언을 통해서 확인됐다.
달러/엔은 85엔을 넘어서 이러한 목표 밴드에 진입했다. 아마리 신임 경제상은 이러한 추세와 수준을 유지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