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엔 동반약세로 IT업계 비우호적 환경 지속
[뉴스핌=노종빈 기자] 최근 달러화·엔화약세에 따른 원화강세 현상으로 국내 IT전자 반도체 업종에는 비우호적 환경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내 주요 IT대기업들도 특히 엔화약세에 따른 원화강세 현상에 비상하게 주목하고 있다.
◆ 가파른 달러 하락…1000원대 초반까지 열어둬야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의 경우 최근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전반적인 원화 강세 현상이 나타날 것에 대비, 다양한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삼성그룹 각 계열사들은 내년 경영전략 상의 원ㆍ달러 환율을 1080원대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의 가파른 원화 강세현상과 현재 환율이 단기적이지만 일시 1070원대까지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이미 여유폭은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1050원대, 나아가서는 1000원대 초반까지도 열어두고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삼성 측도 내년에 원화 강세가 지속적으로 진행될 경우 연초나 1분기 중 환율 목표치 재수정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 엔화약세, 비우호적이나 아직 영향 크진 않아
엔화 약세에 따른 국내 IT산업 영향을 살펴보면 첫째 우리 기업들이 일본에서 원자재를 수입해 들여올 경우 직접적인 타격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일본 기업들도 현재 대규모 공장은 대부분 해외로 이전을 한 상태여서 일본에서 직접 엔화로 결제해 들여오는 부분은 많지 않은 실정이다.
동양증권 이광진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IT업종 부품의 국내 자체 개발도 많아졌다"면서 "이 때문에 최근에는 해외에서 들여오는 것보다 자체 개발이 이뤄진 분야가 많다"고 지적했다.
단기적으로 IT업종 내에서 엔화 약세에 따른 원자재 비용 증가에 대한 큰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엔화 단기급락, 기업실적 타격 가능
두번 째로 엔화약세에 따라 일본업체들이 생산원가 및 가격경쟁력을 회복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본업체들과 경쟁관계에 놓인 기업들은 일단 비우호적인 환경이 전개될 전망이다.
하지만 엔화 강세에 따른 일본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는 주식시장이나 외환시장에서 가격이 급변하듯 당장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최소한 장기적 1년 이상 지나야 그 판도변화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세번째로 엔화 약세에 따른 원화강세의 상대적인 영향 측면, 즉 우리 기업들의 전반적 경쟁력 약화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직접적으로는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도 당장은 크게 위협적이지 않다는 관측이다. 이미 국내 기업들이 일본 기업들의 기술력을 따라잡았거나 능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예컨대 엔화가 단기적으로 큰 폭으로 하락하면 기업 실적에도 큰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 엔화약세가 추세적으로 가게되면 그만큼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략적 여력이 있다는 지적이다.
◆ 대기업보다는 중견·중소기업 타격 클 듯
또한 네번째로 엔화가 달러와 같은 타통화로 영향을 줌으로써 국내 기업들의 매출실적이 크게 달라지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이 애널리스트는 "우리나라 IT 수출기업들의 경우 여전히 달러화 결제 중심이기 때문"이라며 "매출감소의 영향은 다소 있을 수 있지만 최근 국내 일부기업들의 눈부신 실적 추세를 꺾을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국내 기업생태계의 양극화 측면으로 인한 상대적 열위기업들의 경쟁력 약화 가능성이다.
대략 엔화 약세로 인해 달러엔 환율이 80엔에서 90엔으로 상승하면 국내 중소규모 IT전자업체들 영업익의 차이는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엔화 약세는 새로운 경쟁환경을 만들게 된다. 예컨대 삼성전자 LG전자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리스크 대환율방어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등 대비가 비교적 잘 돼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기타 중견기업이나 중소규모 기업들의 경우 환율 타격으로 인한 실적 리스크는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견기업 이하의 경우 기업경영진들이 느끼는 체감도는 엔화약세를 크게 두려워하고 있다고 지적할 수 있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