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일본 차기 정부가 과감한 디플레이션 탈피 전략을 구사할 경우 그 동안 이례적인 안정 국면에 있던 거대한 일본 국채 시장을 뒤흔드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11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디플레이션은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주지만, 또한 공공 부채가 국가 경제 규모의 두 배나 되는 일본에게는 막대한 재정적자를 극단적일만큼 저렴하게 조달할 수 있도록 해주는 혜택도 부여했다"며 이 같이 지적했다.
신문은 일본의 차기 총리로 유력시 되는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는 계속되는 디플레이션을 끝장내는 일을 경제정책의 1차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면서, 사실 이런 정책은 일본 국채시장의 안정성을 떠받치던 지지대를 뽑는 일과 같다고 경고했다.
아베 총재는 2.4조 엔 달하는 재정 지출 계획 뿐 아니라 노다 총리가 어렵게 확립한 소비세율 인상 방침을 연기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일본 재정 여건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일본은 발행 국채의 90% 이상을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하는 특이한 자본시장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국내 자본 풀(pool)이 2011년 대지진과 쓰나미 사태 이후 발생한 무역적자로 인해 점차 위축되고 있어 우려된다.
또 국채 시장이 안정적인 또다른 이유는 정책당국이 상황을 적절하게 통제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에 있는데, 이는 정부가 재정개혁을 달성하고 중앙은행이 물가 안정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란 신뢰에 기초한다는 점에서 정책의 급격한 변화는 심리를 흔들 수 있다.
WSJ는 사실 그리스와 같은 상황이 전개되지 않는다고 해도 일본 국채시장의 투자심리가 약간만 변화된다고 해도 고통스러운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 재무장관은 10년물 국채(JGB)의 금리가 2%포인트 상승할 경우 정부가 연간 상환해야 하는 이자부담액이 2년 내에 8조 엔(105조 원 상당)까지 증가할 것이란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한편, 아베 총재의 정책의 틀을 마련하는데 참여한 하야시 요시마사 전 경제상은 디플레이션 극복 정책이 내포하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도전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구더기 무서워 장 못담그냐"면서, "뭔가 해보지도 못하고 앉아서 당하는 것보다는 일단 위험을 무릅쓰고 위기 해결을 감행하면서 원하지 않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아베의 정책 자문을 맡았으며 동경대학에서 시라카와 마사아키 일본은행(BOJ) 총재를 가르치기도 했던 하마다 고이치 전 예일대 경제학 교수는 최근 블룸버그통신과 대담에서 "시라카와 총재 정책에 점수를 주자면 낙제점"이라면서 "아베가 총리가 된다면 몇 개월 만에 디플레이션을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물가가 2%~3%에 이를 때까지 계속 완화정책을 지속하면 된다면서, 현재 민주당 정부는 너무 디플레이션 극복 노력이 약하다고 비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